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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으로도 스페인 챔피언이 된 엔리케 |
올 시즌 처음 바르사 1군 지휘봉을 잡은 엔리케 감독은 아틀레틱빌바오(5월 30일)와의 코파델레이 결승전, 유벤투스와의 UCL 결승전(6월 6일)만 승리하면 트레블 달성 감독이 된다. 엔리케 감독은 라리가 우승에 대한 뿌듯함을 말하면서도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남은 두 개 대회의 우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8년 여름,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으로부터 바르사B팀 감독을 넘겨 받아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엔리케 감독은 2013/2014시즌 주요 대회 무관, UCL 8강에서 탈락하며 근래 들어 최악의 성적을 낸 바르사를 이어 받았다. 바르사B팀을 떠나 AS로마에서의 실패, 셀타비고에서의 성공을 거쳐 바르사로 돌아와 명장 등극의 문 앞에 도달했다.
“10개월 전, 아무 열매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말한 엔리케 감독은 장기 레이스인 리그 우승을 통해 1군 감독 부임 3년 만에 리그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트레블 달성 여부와 관계 없이 그는 이미 스페인 챔피언이고, 그 원동력은 ‘리오넬 메시’라는 세기의 선수를 보유했다는 것 외에 합당한 엔리케 감독 만의 방식이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 아틀레티코에 ‘절대우위’
지난 2013/2014시즌 스페인 프로축구를 지배한 팀은 아틀레티코마드리드였다. 바르사는 비록 원정 득점 우선 원칙에 의거해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트로피를 가져왔지만, 바르사는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라리가에서 두 번 모두 비겼고, UCL 8강전에서 1무 1패로 열세를 기록했다.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6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했고, 이는 두 팀의 맞대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바르사는 지난 해 5월 17일 라리가 최종전에서 아틀레티코와 홈 경기를 치렀고, 아틀레티코는 캄노우에서 승점 1점을 추가하며 라리가 챔피언 등극을 확정했다. 디펜딩 챔피언 바르사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경기였다. 1년의 시간이 지나 올해 5월 17일, 정확히 같은 날 두 팀의 재대결이 이뤄졌다. 바르사는 아틀레티코의 홈 경기장에서 거둔 1-0 승리로 라리가 챔피언 등극을 결정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2010/2011시즌부터 2012/2013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바르사는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6연승을 달렸다. 최근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감독으로 떠오른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이 바르사를 극복하기 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엔리케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치른 ‘디펜딩 챔피언’과의 네 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유럽 최고의 수비력을 갖췄다는 절찬을 받는 팀을 상대로 4경기에서 8골을 넣었고, 두 경기는 무실점으로 마쳤다. 전년도 우승팀에게서 헤게모니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엔리케 감독이 레알소시에다드와의 2015년 1월 4일 대결에서 패한 뒤 명예회복을 이룰 수 있게 한 경기도 1월 11일에 치른 아틀레티코전 승리였다. 아틀레티코를 확실하게 제압한 것이 엔리케의 팀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 바르사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 |
패스의 팀 아닌 역습의 팀
‘소유’를 중시하는 바르사의 축구 철학이 시작된 것은 요한 크루이프 시절이지만, 짧은 패스를 정신 없이 주고 받으며 경기를 지배한 ‘티키타카’ 스타일이 확실히 정립된 것은 차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라는 걸출한 두 명의 미드필더가 전성기를 맞은 2010년 전후다. 과르디올라의 바르사는 축구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짧은 패스와 빠른 위치 이동을 통한 ‘티키타카’는 라인을 뒤로 내리고 공간을 극소화한 뒤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리는 역습 수비 전략에 공략 당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차비와 이니에스타가 나란히 황혼기를 맞으면서 바르사는 노선 변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이에른뮌헨 지휘봉을 잡으면서 ‘티키타카’는 더 이상 바르사 만의 전유물도 아니게 됐다.
엔리케 감독의 바르사는 소유 보다 실리와 효율을 중시하는 팀으로 달라졌다. 라인을 높이 끌어 올려 수비의 위험 부담을 안는 대신 최대한 상대 진영에 많은 선수를 투입해 공과 공격을 지배하던 방식 대신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에게 수비 커버링, 이니에스타에게 중앙 연결 고리 역할을 맡겨 배후를 보다 든든히 했다.
무엇보다 가짜 9번 역할을 맡아 중앙 미드필드진과 연계하며 집요하게 중앙 공격을 시도하던 메시가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해 공격 방식을 바꿨다. 메시와 네이마르가 좌우로 넓게 벌려서고, 루이스 수아레스를 중앙 공격수로 배치했다.
이로 인해 윙어의 역할을 겸해야 했던 좌우 풀백 다니 아우베스와 조르디 알바가 수비 전환에 대비해 더 낮은 곳에 진을 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상대 진영의 끝까지 달려들어 크로스를 올리는 것 보다 상대 윙어의 공격을 차단하며 역습 패스를 전개하거나, 수비 배후를 찌르는 전진 크로스로 공격에 기여하는 플레이가 빈번해졌다. 다니 아우베스의 경우 2013/2014시즌의 부진으로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들었으나 전술적 보완이 이뤄지면서 최고의 평가를 되찾았다.
MSN 트리오의 등장으로 바르사는 짧고 빠른 패스로 압박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빠르고 현란한 드리블링으로 상대 공가늘 허무는 팀으로 변화했다. 사이드 라인을 등진 네이마르와 메시는 중앙 공간에서 상대에 에워싸일 상황을 피해 커트인을 통해 공간을 파괴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두 선수를 막기 위해 압박 라인이 좁혀 오면 필연적으로 반대편에 큰 공간이 생겼다.
올 시즌 영입된 수아레스와 이반 라키티치는 이렇게 생긴 공간을 잘 활용했다. 수아레스의 경우 9번의 자리에서 문전 중앙이 아닌 바깥으로 빠져드는 움직임을 통해 센터백의 영역 이탈을 유도했고, 라키티치는 폭넓은 활동력과 공격력, 수비 가담력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라인을 오르내리며 공격에 가담하고,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공격 상황에서 결정적인 패스와 슈팅을 뿌렸고, 공격이 차단 된 이후에는 적극적인 1차 압박으로 풀백의 수비 전환 시간을 벌어줬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세 명의 공격수를 보유한 바르사는 철저한 규율과 체력을 요구하는 강한 전방 압박과 극한의 세밀함과 창조성을 요구하던 패스 축구 대신 적절한 역할 분담과 공간 활용, 개인 드리블 능력을 무기로 한 효율적인 역습 축구로 무장했다. 상대가 하프라인을 넘는 것을 이전보다 쉽게 허용했으나 그들이 비운 공간을 더 빠르고 매섭게, 최소한의 패스 연결을 통해 골로 마무리하는 팀이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사상 최고의 역습 능력을 갖춘 팀”이라고 칭찬했다.
![]() MSN 트리오를 통해 최고의 역습팀으로 거듭난 바르사 |
수비 라인의 의미 있는 변화
MSN 트리오를 앞세운 공격력뿐 아니라 37차례 라리가 경기 중 23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친 수비력도 주목할 만 하다. 비록 아스널에서 영입한 벨기에 수비수 토마스 페르말런은 전혀 활용되지 못했으나 골키퍼 라인의 전면적 변화와 발렌시아 수비수 제레미 마티외의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바르사는 티키티카로 전성시대를 보내던 당시 최대 취약점으로 높이의 열세로 인한 세트피스 상황 실점이 고질병으로 지적됐다. 2012/2013시즌 라리가 최다 승점 우승을 이뤘던 고 티토 빌라노바 전 감독은 “높이 문제를 위해 키 큰 선수를 투입하는 것 보다 작은 선수로 기존의 플레이 방식을 고수해 더 많은 골을 넣는 것이 났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올 시즌 바르사는 라리가 37경기에서 19골 밖에 내주지 않았고, 19실점 중 세트피스 상황에서 내준 골은 겨우 한 골 뿐이었다. 풀백의 보다 안정된 수비 지원을 받은 제라르 피케(192cm)는 올 시즌 전성기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르사는 세트피스 상황에 장신 수비수 마티외(190cm)와 수비형 미드필더 부스케츠(189cm)가 가세하면서 더 이상 ‘신장’이라는 물리적 열세를 겪지 않는 팀이 됐다.
이들로 인해 세트피스 득점으로 늘었다. 108득점 중 16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기록했다. 수비수 피케가 5득점, 마티외도 2득점을 올렸다. MSN 트리오의 득점(메시 41골 18도움, 네이마르 22골 6도움, 수아레스 16골 14도움) 비중이 높지만 총 14명의 선수가 득점자 명단에 오른 바르사는 다채로운 득점원을 갖춘 팀이었다. 라키티치도 5골 17도움으로 바르사의 역습 및 세트피스 상황의 강점을 끌어올린 주역이었다.
수비 라인의 변화는 마티외의 가세 외에 빅토르 발데스와 호세 핀토가 떠난 골문에 클라우디오 브라보와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이 빠르게 정착한 것도 주효했다. 발데스가 선방 능력 보다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발을 잘 쓰는 점을 인정 받은 골키퍼였다면, 레알소시에다드에서 영입된 브라보는 공을 막는 능력 그 자체에 뚜렷한 강점을 지닌 골키퍼다. 아틀레티코와의 리그 37라운드 경기에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내줄 수 있던 실점을 브라보가 선방으로 저지했다.
지난 4월 발렌시아와의 리그 32라운드 경기에서 다니 파레호의 페널티킥을 선방하기도 한 브라보는 유럽 주요 5대리그 올 시즌 최다 무실점 경기 기록을 세웠다.
2006년 레알소시에다드에 입단하며 스페인 무대에 선 칠레 대표 골키퍼 브라보는 2012/2013시즌 레알소시에다드가 리그 4위(최소 실점 4위)를 차지하며 UCL 진출권을 얻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고, 2013/2014시즌에도 팀이 부침의 시기를 겪는 가운데 7위의 성적을 낼 수 있게 만든 수 많은 선방을 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브라보의 선방은 눈부셨다. 칠레 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 브라보는 리더십과 수비 조율, 선방 능력을 두루 갖춘 최고의 골키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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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없는 로테이션, 확실한 체력 비축
올 시즌 엔리케 감독의 가장 확실한 기조는 매 경기 다른 라인업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바르사가 벤치 자원에도 특급 선수를 보유한 팀이라고는 하지만, UCL와 코파델레이를 병행한 과정을 제외하더라도 라리가에서 치른 37번의 경기에서 매 번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다. 한 번도 두 경기 연속 같은 선수를 낸 적이 없다.
이는 상대팀의 예측을 벗어나는 효과도 있지만, 선수단의 체력을 안배하며 컨디션 저하 및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준다. 올 시즌 바르사가 주요 선수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행운이 아니라 철저한 선수 관리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레알소시에다드전의 논란 역시 메시와 네이마르를 쉬게 해줄 타이밍이라는 엔리케 감독의 판단이 낳은 오해였다. 결국 엔리케 감독은 후반기 들어 메시와 네이마르, 수아레스 등 MSN 라인을 부상이 없을 때는 무조건 선발 출전시키며 출전 시간을 보장했으나, 나머지 포지션에 대해선 예외 없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엔리케 감독은 셀타를 이끌던 2013/2014시즌에도 총 38경기에서 33가지의 다른 선발 명단을 구성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당시에도 놀리토(35경기 14득점 2도움), 샤흘리스(30경기 12득점 3도움), 오레야나(31경기 5득점 6도움)로 이어지는 세 명의 공격수의 합작 플레이가 MSN 트리오처럼 역습 공격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동시에 선수단에서 단 한 명도 38차례 전 경기를 소화한 경우가 없었다. 바르사B팀과 로마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잦은 로테이션은 몇몇 선수들의 불만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성공적인 방식이라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레알 출신의 바르사 전설, 명장의 길
레알과 바르사 사이의 선수 이적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바르사에서 검증된 스타를 레알이 데려가는 식이었다. 레알에서 곧바로 바르사로 옮긴 경우 자체가 드물고, 레알의 스타에서 바르사의 스타가 된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유일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경우가 현 바르사 감독인 루이스 엔리케다. 1996년 레알과 계약이 만료된 엔리케는 바르사로 이적한 뒤 레알 시절 보다 더 화려한 업적을 쌓았다. 급기야 바르사의 주장이 되었고, 엘클라시코에서 레알을 상대로 득점하며 바르사의 상징적인 선수가 되었다.
엔리케에게 지도자의 길을 열어준 팀도 바르사다. 엔리케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사 1군 감독으로 승격한 2008년 여름 바르사B팀 지휘봉을 이어 받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사B팀을 4부리그에서 3부리그로 승격시켰고, 엔리케 감독은 2년 만에 바르사B팀을 2부리그로 승격시켰다. 2010/2011시즌 엔리케 감독이 지도한 바르사B팀은 2부리그 3위를 차지했으나 1군 팀이 1부리그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승격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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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 감독은 바르사B팀에서의 성과를 인정 받아 2011년 여름 이탈리아 명문클럽 AS로마에 부임했다. 바르사B팀은 엔리케 감독이 떠난 이후 꾸준히 성적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올 시즌에는 3부리그로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엔리케 감독도 바르사B팀을 떠난 뒤 행보가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프로 1군 감독의 첫 경험은 쓰라렸다. 여러 불운과 불화설, 그리고 팬들의 비판 속에 “나의 실수로 로마가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리그 7위에 머무르며 유럽대항전 진출에 실패)를 내고 한 시즌 만에 경질됐다.
1년 여의 시간 동안 재정비의 기간을 가진 엔리케 감독은 2013년 여름 스페인 클럽 셀타비고의 지휘봉을 잡아 라리가 무대에 섰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셀타비고는 전반기 종료 시점에 강등권에 머물러 있었으나 후반기에 대약진을 이루며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셀타의 성공 방정식은 바르사에도 적절히 적용되었다.
엔리케 감독은 전설이 되기까지 2승을 남겨뒀다. 그럼에도 엔리케 감독은 자신의 거취에 확신을갖지 못하고 있다. 바르사는 올 여름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고, 선수단 장악 능력에 대해선 여전히 의심이 남아있다. 메시, 수아레스, 네이마르라는 유례 없는 막강 공격진을 보유한 점도 ‘선수빨’ 논란에서 그의 자유롭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감독 엔리케에 대한 모든 의심은 남은 두 번의 승리가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무려 45골을 몰아친 호날두를 보유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레알이라는 추격자를 뿌리친 것은 분명 의미가 퇴색될 수 없는 성과다. 바르사는 분명 지난 몇 년간 보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했고, 엔리케 감독은 매우 짧은 기간에 이를 극복했다. 사람은 실패와 성공에서 모두 배운다. 엔리케 감독은 최고가 되기 위한 충분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우리는 또 한 명의 명장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글=한준 (풋볼리스트 기자, 스카이스포츠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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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는 아직은 감독보다는 선수로 더 기억에 납니다 ㅎㅎ
1994년 미국 월드컵때 우리나라와 경기 아직도 생각납니다^^
아아
그렇구나!
전 뛸 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