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을 담은 오방색의 향연
추석 날 아침에
임금들이 궁중에서 즐기던 비빔밥인 골동반은 달걀노른자의 노란색, 당근의 붉은색, 고기 완자의 검은색, 호박나물의 푸른 청색, 무나물과 쌀의 흰색 등의 색을 조합해 그 맛을 낸 음식으로, 예부터 음식에 오행사상을 담은 선조들의 지혜와 멋이 재료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한국의 美_ 오방색
색동저고리로 추석빔을 갖춰 입고 고향집 할머니를 찾는 아이들, 도란도란 모여 앉아 아름다운 오색빛깔 송편을 빚는 가족·친지들, 양손에 정성 가득한 조각보 선물 보자기를 든 반가운 손님들…. 오방색으로 수놓은 한가위 풍경은 둥그리고 탐스러운 보름달처럼 아름답기만 합니다.
오방색의 축제
파랑·하양·빨강·검정·노랑의 다섯 색깔로 이누어진 오방색(五方色)은 동양 음양오행 사상의 한 표현이다. 동·서·남·북·중앙의 방위에서부터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 사람 몸의 오장 육부, 먹을거리 등 우리 삶 곳곳에 오방색으로 스며있는 동양 사상은 그래서 우리의 사고와 행동양식까지 지배한다.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음식물의 색깔에 따라 그것이 우리 몸 오장 육부에 제각각 유익하기도, 해(害)가 되기도 한다는 등의 지극히 자연 순응, 자연 친화적인 이 사상은 특별한 지식체계를 공부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익숙하고 별다른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자연 순응의 동양 사상이 지배하는 중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오방색은 실로 다양하게 실생활 처처에 그 모습을 보인다. 가깝게는 색동저고리에서 오방색을 이용한 보자기 등 각종 생활 기물, 음식의 고명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무슨 까닭일까?
오방색을 마주하는 첫 느낌은 어떤가? 대부분은 화려하다거나 강렬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왠지 유쾌하다. 아니, 오방색을 가장 화려하고 강렬하고 유쾌하게 사용할 줄 아는 감각의 소유자가 우리다.
최근 들어 그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우리의 다이내믹한 여러 모습, 즉 열정과 흥으로 들썩거리는 삶의 모습이 그 증거다. 그리고 그 열정과 흥은 이제 우리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화가 이두식은 주로 오방색을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의 작품 대부분에는‘잔칫날’,‘ 축제’, '결혼‘, '춤‘, '비상’ 과 같은 이름이 붙는다. 흥겨움이고 격정이며, 열정이고 긍정이다. 즉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 처음 만나는 햇살에서 바쁜 일상 속의 숱한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슬픔, 고단함까지 모두를 긍정의 사고로, '축제’로 승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마주하면 무척 난해한 추상화임에도 전혀 불편해하지 않고 오히려 가슴 설레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떠오르는 경험을 한다. 심지어 지극히 패권주의적인 자국 중심의 중국인들마저 고개를 끄덕인다. 바로 긍정의 힘인 것이다. 한때 우리는 한(恨)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한 적이 있다. 심지어 그 한이 무슨 대단한 힘이고 자랑스러운 트레이드마크인 양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한은 음울한 어둠이며, 아무리 승화시켜도 왜곡된 슬픔일 뿐이다. 같은 붉은색이라도 축제의 빨강이 아니라 죽음의 핏빛 같은 것 말이다. 다행히 이제 우리는 본래의 오방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억누름을 떨치고 푸른 하늘을 향해 펄쩍 뛰어올라, 오만 가지 것들이 녹아 검은색이 된 충만한 지혜와 펄펄 끓는 열정으로, 순백의 마당에 화려한 황금빛 꿈을 수놓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한의 대물림 따위는 다시 있어선 아니 될 것이다. 한은 너그럽지 못한 편협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오방색 조각으로 수를 놓은 보자기를 보아라. 하나씩 떼어놓은 조각은 참 볼품없다. 그러나 한 곳에 조화롭게 자리 잡은 오방색의 조합은 밝고 유쾌하다. 실로 삶의 다양함과 그 존중을 증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고사리, 시금치, 콩나물, 도라지 등의 각색 재료에 빨간 고추장을 더해 비비는 비빔밥의 맛은 얼마나 오묘한가. 어느 한 가지 색에 편중된 비빔밥이 있던가? 설령 그렇게 만들더라도 그 맛을 오묘하다 할 수 있겠는가?
한때 설움이 쌓이고 쌓여 한이 되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또 그 한이 고난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설움은 결국 원망과 미움이다. 미워하는 마음은 시기하는 마음을 낳고 서로를 고통에 빠트려 모두가 패자가 될 뿐이다. 혹여 가슴속에 묵은 한이 있거들랑 이제 훌훌 털어버려라. 그리고 파랑의 광장에 빨강의 물결이 넘실 거리는 축제의 장으로 씩씩하게 나가자!
글 김정현(소설가) 사진 김재익 어시스턴트 이승헌 스타일리스트 노제향 .제품 협찬 조각보(람), 보자기(금단제) 장소협찬 한국민속촌
衣 · 食 · 住에 깃든 오색 창연한 색의 미학
임금이 거닐던 고궁의 처마밑 오방색 단청, 잔칫상에 올리는 국수의 오색 고명, 명절에 입는 아이들의 색동저고리, 규방 여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오방색 침선 용품에까지…. 예부터 우리의 생활 곳곳에 깊이 배어있는오방색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음양오행에 기초한 흑(黑)·황(黃)·적(赤)·백(白)·청(靑) 색 상호 간의 상극을 피하고 상생하기를 염원하는 정신까지 담고 있다. 이처럼 오색은 사물의 의미와 다채로운 색의 조화를 관념적으로 표현한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衣여인들의 지혜와 미의식을 담다
깨끗하고 실용적인 흰옷을 즐겨 입어 ‘백의민족(白衣民族)’으로 불린 우리 민족은 알고 보면 오방색(五方色)의 민족이었다. 혼례 때 부인들의 가례복인 ‘녹의 홍상(綠衣紅裳)’은 오행의 상생과 관련해 장수와 부귀의 기원이 담겨 있으며, 신부의 얼굴에 바르는 연지 곤지도 시집가는 여인을 투정하는 음귀에 대한 축출의 의미에서 사용되었다. 또 돌이나 명절에 오색천을 이어 만들어 어린아이에게 입히는 색동저고리는 아이를 나쁜 기운으로부터 지켜주어 장차 무병장수하는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염원이 깃들어있다. 이러한 색동은 의복에만 쓰인 것이 아니라 천으로 만들어 쓰는 각종 생활소품에도 사용되었다. 그중에서도 복을 부르고 평안을 비는 뜻이 담긴 오방색 비단 주머니와 쓰다 남은 자투리를 모아두었다가 한 조각한 조각 이어 붙여 만든 형형색색 색동조각보는 옛 여인들의 지혜와 미적감각이 가장 아름답게 승화된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食 오색 과 오미 , 건강을 먹다
우리 선조들은 음식을 만들고 상에 올릴 때도 오방색을 구현하기 위해 갖은 정성을 다했다. 음식에서 오방색은 조화로움을 상징하고, 모든 식단은 양과 음이 같은 비율이 되게 구성했다. 음식을 먹을 때조차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선조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렇게 음양이 조화를 이룬 오방색으로 차린 음식은 인체의 오장 육부와 기운을 다스려 건강밥상의 기본이 되었다. 또 노란색은 짠맛, 푸른색은 신맛, 흰색은 단맛, 붉은색은 쓴맛, 검은색은 매운맛으로 다섯 미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궁중음식으로 대표되는 우리 전통음식은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오방색의 조화를 중시했는데, 신선로에서 전형적인 오방색의 이미지가 드러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비빔밥 등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화양적
양념 참기름ㆍ참깨ㆍ소금 1 큰 술씩, 간장ㆍ다진 마늘 1 작은 술씩, 소금ㆍ흰 후추 약간씩
1. 쇠고기는 1×6㎝ 길이로 잘라 칼등으로 살이 연해지도록 두드린다. 2. 당근과 오이는 깨끗이 손질해ⓛ의 쇠고기와 같은 크기로 잘라둔다. 3. 볼에 달걀 6알을 흰자와 노른자로 나누어 담아 소금을 넣고 잘 풀어준 후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1cm 두께로 지단을 도톰하게 부친다. 4. 각각의 볼에ⓛ의 쇠고기와 ②의 재료를 담고 분량의 양념재료를 넣어 고루 버무려 재워둔다. 5. 꼬치에 ③의 지단과 ④의 재료를 순서대로 가지런히 꽂은 후 지단을 제외한 재료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 2알을 풀어 옷을 입힌다. 6.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⑤의 재료를 올려 뒤집어가며 노릇하게 부친다.
오색경단
1 볼에 찹쌀가루를 넣고 더운 물을 조금씩 넣으며 익반죽해 30분 정도 실온에 둔다. 2 ⓛ의 재료를 한 입 크기로 둥글게 만든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다. 3 흑임자는 믹서에 넣어 곱게 갈아 두고 대추는 씨를 제거해 곱게 다진다. 4 카스텔라는 체에 곱게 내려둔다. 5 ②의 재료 분량을 1/5 로 나누어 꿀을 묻힌 후 ③의 흑임자와 대추, ④의 카스텔라와 콩가루, 녹차가루에 굴려 버무린다.
GOLD&WISE KB Premium Membership Magazine SEPTEMBER 2011
|
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