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비구경(밀린다왕문경)을 편집함에 있어
* 이 편집은 제안 용하스님께서 편역하신 글을 두루 나누고자 편역본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은 밀린다왕(인도 그리스왕 메난드로스왕Menandros King으로 팔리어로는 밀린다왕Milinda 漢譯하면 미란다왕彌蘭陀王)의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는 나선(팔리어로 나가세나Nagasena 한역하면 나선那先)이라는 비구승려의 입장에서 본 것이며 밀린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은 질문자인 왕의 입장에서 본 經이란 말로 제3자 입장에서 보면 같은 經이다. 나선비구경은 불교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참구하는 스님과 학자을 위한 經이라기 보다는 모든 중생의 깨달음과 해탈을 추구하는 대승의 가르침과 가장 부합하는 점에 있으며 진리에 대한 밀린다왕과 나가세나 존자의 문답을 담은 經으로 당시 헬레니즘 문화권 속에서 살아 온 그리스인 왕이 아라한을 향해 예리한 질문을 되풀이하며 진리를 깨달아 가는 동서사상의 만남으로 진리에 대한 깨달음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더 없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되기에 본 나선비구경을 편집하게 되었다.
종교를 떠나 진리에 다가 가려는 인간적인 고뇌에 대한 해법을 가르쳐 주는 스승의 답변이라 생각되며 마치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 드는 재치있고 유머스럽기도 한 재미있는 이야기다.
《나선비구경》은 동진東晉시대 즉 기원후 4세기경의 한역漢譯된 경전으로, 나선(那先, 혹은 나가세나(Nagasena)이라는 인도의 스님과 미란다(彌蘭陀, 혹은 밀린다Milinda)라고 불리는 왕과의 대화를 담은 경전이다. 그 시대적 배경은 기원전 2세기경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신 지 대략 300년이 흐른 후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따지자면 이 경에 부처님의 말씀에 붙이는 '경(經)'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이고, 실제로 이 경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을 직접적으로 인용하는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로부터 이것을 굳이 나선 경'經'이라고 불리어 온 이유는 무슨 일이였을까?
미란다왕은 기원전 2세기경 인도 서북부의 간다라 지역을 지배했던 왕이다. 이 지역은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하여 지배한 이래로 줄곧 서양인 왕의 통치하에서 서양 문명의 영향 속에서 발전해 온 곳이다. 미란왕 역시 그리스 출신의 왕으로서 당시에 인도 전역에서 정치, 군사적으로 이름을 떨치던 통지자였다. 아시다시피 서양의 사고방식은 이성과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하는 것을 이상적인 사유체로 삼는다. 미란다왕과 나선 비구의 만남과 대화는 바로 이러한 동서양의 철학적 만남을 뜻하는 것이며, 서구의 사유체계에 입각하여 불교가 과연 진리인지, 수승한 가르침인지 여부를 따지는 토론과 검증의 장이다.
밀란다왕문경의 주인공 인도 그리스왕국의 밀란다왕(좌) / 간다라 불상(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經에서 나선 비구는 미란다왕의 날카로운 질문을 맞아 전혀 동요됨이 없다. 오히려 미란다왕의 이해를 위하여 난해한 전문용어와 개념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비유를 통하여 불교의 근본교리를 명쾌하게 대변하고 있다. 그 대화의 내용도 광범위하여 존재론적인 문제에서 시작하여 영혼, 윤회의 문제, 불교적 인식론, 과보의 문제, 부처의 궁극적 해탈과 열반의 문제등, 사실상 불교교리의 제반문제를 모두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선비구경》은 불교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참구하는 스님과 학자를 위한 경이라기 보다는,
1.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이를 위한 경이요,
2. 불교의 가르침을 아직 마음 혹은 머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를 위한 경이요,
3. 불교의 전반적인 가르침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를 위한 경이요,
4. 나아가 쉽고 명쾌한 비유를 통하여 보다 깊은 불교적 사유로 인도하는 경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중생의 깨달음과 해탈를 추구하는 대승의 가르침과 가장 부합하는 점이라 하겠다. 실제로 이 經의 배경이 되는 시기를 인도 서북부를 중심으로 대승불교의 문화가 꽃피우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나선비구경》이 대승불교의 발전사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의 의미는 크다 하겠다.
이와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왜 이 《나선비구경》이 經으로서의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經'이라는 명칭을 얻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 명심해야 할 것은 본경의 특점은 오늘 날 우리 불자들에게도 매우 유용하고 의미가 깊다는 것이다. 서양의 문화와 사고에 익숙해진 현대사회에서 불교를 바라볼 때 일어날 수 있는 호기심과 의심의 내용들은 미란다왕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아무쪼록 《나선 비구경》을 공부하는 인연이 새로운 시각에서 불교의 가르침들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마치 사려깊은 두 철학자의 대담을 보는 듯 이를 통해 마치 미란다왕이 그랬듯이, 부처님 말씀에 대한 보다 쉽고도 명쾌한 깨달음의 길을 얻기를 기원한다. ☞ 제안 정유년,용하 합장
나선비구경 (밀린다王問經) 표제 (좌) / 편역자 용하스님 소개 (우)
* 편역자 제안 용하스님은
1973년 대둔산 태고사 입산. 은해사에서 득도. 해인사 승가대학 졸업. 통도사 승가대학 졸업. 교육원 불교전문강당 졸업. 유불선 삼교에 정통한 대강백 원조 각성 큰스님으로부터 전강 받음. 은해사 종립 승가대학원 교무처장 역임. 조계종 포교국장 역임. 89년부터 서울에서 포교원 운영. 포천에 정변지사 수행처 건립. 동두천, 연천군, 포천 일대에서 군 포교 활동. 제25교구 본사 봉선사에서 공로상 수여. 현재 정변지사 주지로서 염불수행및 대반열반경 연구중. 저서에 <불자 수행요집> <비움과 소통>이 있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https://youtu.be/DKF_-x-3ukk < BC 331년 10월 마케도니아의 알레산드로스 대왕이 이끄는 헬라스 동맹군과 페르시아 다리우스 3세가 이끄는 페르시아군이 가우가멜라 평원에서 벌린 전투 모습 >
[출처]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밀린다王問經)|작성자 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