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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여기에 관전기를 씁니다. 아..오늘은 관전기라기보다는 '시청기'입니다. 원래 구리시체육관에 갈려 했는데 사정 상 못 가서 인터넷으로 경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WKBL TV는 몇 년 전부터 여자농구 경기를 중계해 왔지만 며칠 전부터, 아니 몇 주 전부터 혁신적인 변화를 꾀했습니다. 전 경기 HD 중계라는 거.... 보다 선명한, 아니 이전과 비교해서 아주 선명해진 화면으로 중계를 보니 중계 보는 맛이 몇 배는 더해지더군요.. 여자농구연맹의 이런 노력에 팬들도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KDB 생명(며칠 전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는데 이제 대문자로만 회사 이름을 표기한다더군요..)은 지난 2라운드 경기에서 우리은행에게 7점 차로 졌습니다. 그것도 금호생명 시절 몇 년 간 '약속의 땅, 필승의 땅'이라던 춘천호반체육관에서 말이죠. 지난 관전기에서 말씀드렸듯이 이는 국가대표 맴버들의 부재가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론상으로' 이런 가설을 세워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국가 대표 선수들이 돌아와 이번 경기를 치른다. 이들이 없었던 때도 7점차 밖에 안 났는데 이들이 돌아왔으니 압승할 수 있다.'
하지만 운동 경기라는 것은 이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과 마인드에 따라서 이런 이론들은 얼마든지 깨질 수 있는 것입니다. 뒤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이번 경기는 이것을 여실히, 잘 보여주었습니다.
스펙타클한 '장군멍군'
오늘 경기는 명경기였습니다. 몇 번이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경기를 보는 팬들은 스펙타클하지만 정작 뛰는 선수들에게는 피말리는 그런 아슬아슬한 '장군멍군'식 경기였습니다.
경기를 전체적으로만 보아도 쓸 말이 많을 정도로요. 제가 나름 계산해보니 엎치락뒤차락 시점이 8번이었습니다. 그 8번에 양팀 선수들과 팬들은 조마조마하며 경기를 지켜봐야 했고, 중계하시는 분들은 '아 경기 재미있어요...'를 연발해야 했습니다. 일단 어설프게나마 전체 흐름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은행은 1쿼터 초반 몇 번의 패스미스를 범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패스 타이밍이 안 맞아서였는데요..하지만 땀이 나고 이내 몸이 풀리자 한 달 여전 지금 상대하고 있는 팀을 이겼던 기억을 되살려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이 시간대에서는 임영희 선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1쿼터부터 특유의 점프슛이 터졌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임영희 선수가 초반부터 터지는 모습을 오랜간만에 보았습니다.
우리은행의 맴버들은 전반적으로 아주 젋습니다. 양지희 - 배혜윤 선수의 센터 라인, 그리고 박혜진 - 이은혜 - 고아라 선수 등의 가드 라인 모두가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리그 경험이 많은 선수는 임영희 - 김은혜 - 김은경 선수 정도인데 특히 이중에 임영희 선수의 경력이 가장 높습니다(1980년생). 그래서 우리은행에서의 임영희 선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경기 분위기를 잡아가고 가져오는 데 가장 능한 선수는 어느 정도 경력이 따르는 선수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KDB 생명에서도 곧바로 공세를 취했습니다. 1쿼터 초반, 김보미 선수의 득점포가 간만에 터졌습니다. 돌파득점, 중거리 슛 득점포를 골고루 가동한 김보미 선수는 임영희 선수의 대항마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불타오르는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게 흠이었습니다. 물론 경기 전체적으로 수비는 곧잘 해주었지만서도 구단에서, 팬들이 바라는 폭발적인 득점력이 경기 내내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우리은행에서는 더블팀 수비로 KDB생명의 기세를 누르러 했고, 이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쿼터에 KDB 생명의 선수들은 시간에 쫒기는 슈팅을 많이 했습니다. 1쿼터 5분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말이죠. 이럴 때 한채진 - 이경은 선수의 외곽포가 그리워지지만 1쿼터에는 그것이 전혀 터져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경은 선수는 왠지 저번 국민은행전과는 '달라진' 몸놀림이었고요.
1쿼터에 KDB 생명의 공격을 아슬아슬히 막아낸 우리은행의 더블 디펜스는 제가 최근 몇 년 간 보아왔던 우리은행의 수비 중 최고였습니다. 우리은행은 작년 시즌까지 수비에서 많은 구멍을 보이며 꼴찌의 수모를 당한 팀입니다. 특히 공수전환에서 약점을 보이는 통에 우리은행 입장에서 정말 어이없는 쉬운 득점을 내주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번 경기 1쿼터의 수비는 '저 팀이 언제 수비에서 약체 팀이라 불이었는가..'라는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2쿼터가 시작되자마자 신정자 선수의 '미친 활약'으로(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파트에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분위기는 KDB 생명으로 70프로 넘어오게 됩니다. KDB 생명의 원래 '계산'으로는 여기에서 승부를 80프로 이상 마감지어야 했고, 흐름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충분햇던 것 같습니다. 우리은행은 KDB의 로우 포스트를 틀어막는 지역수비에 별 대책을 내놓치 못한 채 공격에서 난조를 보였습니다.
경기를 중계했던 신혜인(예전에 '얼짱' 농구선수로 유명했던....벌써 6년 전이네요...) 위원님의 지적을 빌리자면, 우리은행은 이 시간 동안 외곽에서만 공이 도는 답답한 게임을 했습니다. 너무 하이 포스트에서만 공이 돌았습니다.
외곽에서만 공이 도는 모습이 집중적으로 비추어지는, 이 답답한 현상은 우리은행의 경기에서 몇 년 전부터 고질적으로 보여졌던 '답답한'현상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로우 포스트 플레이의 국내 일,이인자인 김계령 선수가 있을 때조차도 김계령 선수에게 들어가는 패스 타이밍이 한 박자 혹은 두 박자가 늦는, 답답한 '경화(硬化)' 현상을 보여왔는데 말입니다.
이 때 양지희 - 배혜윤 선수는 적극적으로 로우 포스트에서 몸싸움을 하여 자리를 차지하여 패스를 받을 공간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물론 오늘같은 페넌트레이션이나 정확도 높은 중거리 공격도 좋지만, 이 선수들에게 정태균 감독님이 가장 원하는 성장의 중심점은 '비비며 공격하는 센터'일 것입니다. 두 선수는 오늘 전체적으로 상대에 전혀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지만 이 시점에서의 두 선수의 플레이는 아쉬웠습니다.
3쿼터 초반에 KDB 생명은 점수는 앞서갔지만, 우리은행에게 분위기를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3쿼터 5분이 지난 무렵, 고아라 선수의 득점으로 경기는 다시 우리은행이 리드해 갑니다. 고아라 선수가 터져줄 때 KDB 생명에서 곧바로 외곽포가 나와야 했지만, 외곽슛 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 때 이경은 선수가 포인트가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며 경기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봤던 플레이응 3쿼터 종료 1분 50초여경의 홍현희 선수와의 콤비 플레이였는데 홍현희 선수 친정팀인 우리은행에 자신의 숨겨진 가치를 이 장면에서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빠른 공간침투 능력 말이죠.
이후에도 곧바로 이경은 선수의 신정자 선수에의 어시스트가 득점으로 연결돠며 KDB 생명은 일단 급한 불을 껐습니다.
우리은행은 이번 경기 전체를 놓고 본다면 이경은 선수 봉쇄에 공을 들였다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 4쿼터 초반의 고아라 선수였는데, 박지성 선수와 같은 몸놀림으로 이경은 선수의 페넌트레이션 시도를 미리미리 잘 막아내더군요. 팀 수비 측면에서도 이번 경기에서 이경은 선수의 폭발적인 득점을 어느 정도 막아내는 데 우리은행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이경은 선수의 슈팅 컨디션이 오늘은 안 좋았기도 했고요. 평소엔 다 들어가다시피 하는 중거리 점퍼 성공률이 오늘 경기에서는 많이 낮아졌더군요.
하지만, 이경은 선수의 득점을 막아내는 것으로만 우리은행이 승리를 거두어 간다면 KDB 생명의 비교적 강한 포스트 공격 맴버들이 매우 아쉬워할 것입니다. 이 말을 입증이라도 해 주듯 조은주 - 신정자 선수의 포스트 공격이 4쿼터에 활발히 이루어졌고, 이는 엎치락뒤치락의 4쿼터에서 KDB 생명이 끝내 웃을 수 있었던 주된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KDB 생명이 4쿼터에 경기를 가져올 수 있었던 또 하나의 큰 이유는 3점포가 드디어 터진 데 있기도 합니다. 일단 7분 30초 경 홍현희 선수의 침착한 3점이 링을 갈랐습니다. 여기서 완전 상승세였고, 경기를 마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우리은행의 고아라 선수도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리은행이 2점 차까지 따라붙는데 결정적인 3점을 성공시켰으니까요. 이후 얼마 안되어 그렇게도 구리 팬들이 기다리던 한채진 선수의 3점이 터졌습니다.
한채진 선수 저번 경기에서 3점을 하나도 못 넣는 부진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 중요한 경기에서 3점을, 그것도 막판에 성공시켰으니 감이 확 올랐을 것입니다. 다음 경기에서는 더 폭발적인 3점 한채진 선수에게 기대해도 될 거 같습니다.
결국 한채진 선수의 결정적 스틸과 바스켓 굿으로 인해 KDB 생명이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우리은행 막판에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는데 2승의 길은 그렇게 멀고도 먼지요?
경기를 넓게 볼 때 두 팀 다 100프로의 전력으로 스펙타클 점수100점짜리 명경기를 펼쳤습니다. 우리은행을 보고 팬들은 '완전 약체팀'이라 히시겠지만 오늘 경기의 우리은행은 결코 약체팀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경기를 했습니다. 이에 내외곽의 조화만 더해졌더라면 우리은행은 그렇게도 갈망하던 이번 시즌 두번째 승을 가져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미친' 존재감의 '미친' 활약
이번 경기 가장 활약을 많이 한 선수를 꼽으라면 누구든지 신정자 선수라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1쿼터에 우리은행에 리드를 빼앗기고 2쿼터에 들어섰을 때 과감한 단독 돌파로 득점을 열었던 신정자 선수는 연속 득점을 하며 팀의 분위기를 돌려 놓습니다.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플레이인데 말이죠. 만약, 2쿼터에 신정자 선수가 분위기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오늘 경기는 우리은행이 이겼을 지 모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 듯 우리은행은 공격에서는 잘 안 된 부분이 있어도 수비에서는 오늘 성공적인 플레이를 했기 때문입니다.
신정자 선수의 리바운드 능력이라 더 말을 하면 입이 아플 정도이니 생략을 하겠고, 득점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 해 보자면, 전 시즌에 비해 중거리 슛 성공률이 매우 늘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게 큰 약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특히 중국을 상대할 때 신정자 선수는 중거리를 많이 쏘아야 했습니다. 중국팀이 신장도 좋고, 리바운드 능력도 뛰어나기에 정면 돌파보다는 중거리 슛으로 측면 돌파하는 게 신정자 선수에게 직면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전에서 신정자 선수의 중거리 슛은 어느 까페에서 '광저우의 전설'이라 불릴 만큼 뛰어났습니다.
중거리 슛에 능한 센터는 매우 무섭습니다. 일단, 상대의 센터를 외곽으로 끌어들여 골밑에 순간적으로 빈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센터 선수는 신장이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슛 타점이 높아 상대의 왠만한 신장의 선수가 슛 코스를 막아내기가 힘들어져 득점의 성공률이 높아집니다.
지난 시즌에는 어시스트 능력과 시야를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몸에, 이번 시즌에는 여느 슈터 부럽지 않는 중거리 정확도 까지 몸에 익힌 신정자 선수는 KDB 생명에서 그야말로 놓쳐서는 안될, '미친' 존재감의 선수입니다. 제가 예전에 우리은행에 '김계령 선수는 바짓가랭이를 붙잡아서라도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을 막아라'라고 했는데 신정자 선수같은 경우도 그렇게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다시 경기 이야기로 돌아와서, 4쿼터에 신정자 선수는 중요한 활약을 많이 해 냅니다. 특히 우리은행이 놓친 슛에 대해 리바운드를 많이 거두었습니다. 한 공 한 공이 중요한 4쿼터 상황에서 어디에서인가 날라들어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신정자 선수의 활약에 볼 포세션(골 점유도)는 KDB 생명에게 많이 넘어갔고, 이는 4쿼터에 승리를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습니다.
'미친' 존재감의 '미친' 활약을 본 개인적인 소감은 매우 뿌듯합니다. 다음 경기에서도 이런 활약 부탁합니다.
해결사 유무의 차이
2쿼터 리드를 빼앗길 때 우리은행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제 생각엔 해결사입니다.
김은혜 - 김계령 선수가 그리워지는 시점이었습니다. 김은혜 선수 부상당하는 거 저번 삼성생명전에서 직접 춘천에서 보았는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다른 팀 슈터(변연하 - 한채진 선수)에 비해서는 스킬이나 성공률이 조금은 달려 보이는 김은혜 선수지만, 우리은행에서 해결사가 필요할 때 늘 거론되는 선수는 다름아닌 김은혜 선수입니다.
만약 2쿼터 중반에 김은혜 선수가 특유의 3점을 한 두개 정도 넣고, 리바운드를 3개 정도 해냈으면 경기 흐름은 KDB 생명 일색으로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김계령 선수가 있었다면 흐름은 팽팽히 계속되었을 것입니다. 득점 능력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KDB 생명에서는 해결사가 있었습니다. 한채진 선수입니다. 4쿼터에...다들 아시듯이 한채진 선수는 점수를 벌이는 결정적인 3점을 성공시켰고, 드라마같은 스틸로 바스켓 카운트를 얻어 냈습니다. 팽팽한 시점, 긴장되는 시점, 그리고 흐름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해결사가 무엇보다 필요한 데 한채진 선수 정말 이를 잘 보여주며 신정자 선수와 더불어 경기 MVP로 등극했습니다.
물론 우리은행에서 양지희 - 배혜윤 선수의 활약은 눈 부셨습니다. 특히 양지희 선수는 오늘 많은 득점과 넓은 시야를 보여주며 우리은행 센터진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시위를 잘 해냈습니다. 하지만, 해결사 능력에 있어서는 아직 양지희 선수에게 점수를 많이 주기 어렵습니다. 같은 다득점이라도, 언제 넣는지가 득점의 '질'을 가름하기 때문입니다.
임영희 선수의 활약도 못내 아쉽습니다. 충분히 우리은행의 해결사가 될 수 있는데 결정적인 상황에서 득점을 해주지 못햇던 점은, 우리은행 팬들, 정 감독님, 조 코치님을 너무나도 아쉽게 했을 것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임영희 선수 최고의 슈팅 감각을 보여주었는데 만약 이 득점들이 4쿼터에도 나왔으면 어땠을까요. 우리은행의 2승은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우리은행은 이 해결사 문제에서 무언가 고심하고, 빠른 시일 내에 해답을 내 놓아야 할 거 같습니다. 리발딩이라고 해서 승수를 쌓지 않는다면 경기장은 썰렁해지고, 선수들의 마음도 썰렁해집니다. 우리은행 팬들에게 뜨거움을, 선수들의 마음에 불타는 승부욕을 심을려면 해결사 선수가 나와 결정적인 순간에 상황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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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머지는 오늘 오후 즈음에 완성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완성본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