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Leon Gerome, Phryne before the Areopagus 1861
Phryne before the judges ,
Jean-Léon Gerôme, 1861, Hamburger Kunsthalle, Germany
Amour Secret = Helene
누드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 중에 자주 언급되는 것으로 기원전 4세기 아테네, '프리네의 재판'이 있다.
빈민의 가정에서 태어난 창부 프리네(Phyrine).
당시 ‘창부’(hetaira)라는 말은 당시 아비뇽의 처녀가 아니라
기혼인 명사들의 애인 역할을 했던 교양 있는 여인들을 가리켰다고 한다.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는데, 이는 자기들의 자유와 재산을
가부장제하의 노예생활과 바꿀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시대의 페미니스트라 할까?
소녀와 같은 청순함에 지능까지 갖추고 있었던 프리네는
당시의 시인들, 사상가들, 정치가들과 갑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애타게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그 유명한 조각가 프락시틸레스(Praxitilles)가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 신상을 제작할 때 모델로 삼은 것도 저 여인이었다고 한다. 미의 여신에게까지 제 형상을 빌려 준 이 여인의 모습을 보려면 지금 바티칸 박물관에 가면 된다.
프리네는 엘뤼시스의 포세이돈 축전에 참가한 대중들 앞에서 옷을 벗고 아름다운 나신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한 때 연인이었던 도덕주의자 에우티아스에 의해 신성한 축전에서 알몸을 드러내어 신성을 모독하였다는 혐의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헬레니즘 시대의 그리스에서 신성모독은 곧바로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
이때 변호를 맡은 프리네의 전 애인이었던 히페레이데스(Hypereides)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프리네의 아름다움에 호소하기로 했다.
그는 배심원들 앞에서 마치 신상의 제막식을 하듯이 여인의 몸을 덮고 있던 천을 갑자기 잡아당겨 그녀의 알몸을 노출시켰다.
프리네는 부끄러운 듯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순간 배심원들은 신상에 제 형상을 빌려주었던 저 여인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오, 저 아름다움을 우리는 신의 의지로 받아들이자. 저 자연의 총아는 선악의 피안에 서 있는 것이다. 저 신적인 아름다움.
그 앞에서 한갓 피조물이 만들어낸 법이나 기준은 그 효력을 잃는다. 판결은 내려졌다, 무죄!
이토록 아름다운 누드를 드러내는 것은 모독은 커녕 오히려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데 모든 이가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프로이트 식으로 얘기하면, 여기서 우리는 절시증, 즉 훔쳐보기의 욕망을 볼 수 있다. 남의 몸매를 감상하는 저 배심원들. 특히 왼쪽 구석에 앉아 있는 에우티아스를 보라. 히페레이데스는 천으로 이 비열한 고발자의 시선을 막음으로써 신적인 아름다움을
훔쳐보는 특권을 이 도덕주의자에게만은 유보한다. 목을 길게 빼고 시선을 천 너머로 던지려는 에우티아스의 안타까운 표정.
"Phryne on the Poseidon"s celebration in Eleusis" Copy
Semiradski G.I. (1843-1902)
프리네(Phryne)는 창부였지만, 개같이 번 돈을 정승같이 쓴 걸로도 유명하다. 알렉산더 대왕의 침공으로 무너진 테베의 성벽을
개축하는데 아낌없이 성금을 보내, 개축된 성벽에는 '알렉산더가 허물고, 프리네가 다시 짓다'라는 표문이 붙여졌다고 한다.
프리네가 엘뤼시스 축전 행사장에서 옷을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고 당시 유명한 화가 아펠라스는 거품 속에서 태어나
는 비너스를 형상화한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이 비너스의 탄생(Aphrodite Anadyomene)은 후대의 화가들에게도 좋은 소재가 되었다.
Phryne Going to the Public Baths as Venus:
Demosthenes Taunted by Aeschines by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
Painting of 1838, 193 cm x 165 cm
비너스의 탄생 1486년경, 템페라, 278.5x172.5Cm 보티첼리(Botticelli,Sandro, 1445~1510, 5,17)
유명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도 바로 아펠라스가 그린 프리네의 후손 뻘 되는 그림이란다. 이밖에 서양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조각가 프락시텔레스도 프리네를 모델로 자주 아프로디테 상을 조각했단다. 프리네 이야기는 참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듯하다.
특히 자유사상이 만개한 19세기 화가들은 너도 나도 프리네 이야기를 화폭에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