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굼부리* / 수영 김현숙
억새꽃 향기가 나선형으로 퍼진다
금지된 사랑을 하다 옥황상제에게 미움을 받은
공주는 천상에서 쫓겨나 지상으로 보내졌다
공주와 한감**의 사랑은 분화구의 깊이가 되고
넓은 산굼부리의 풍경이 되었다
비가 오면 빗물을 담고, 눈이 오면 눈을 담는다
분화구에는 뿌리 깊은 나무가 자라고
여자의 아랫도리 같은 요강 꽃이 피어난다
넓은 평원에서 한감은 사냥을 하고
말잣딸은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평생 서로 그리워했다네
전설이 물안개처럼 피어나는 산굼부리에서
나는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맡기고
파랑색 털스웨터에 달라붙는 억새꽃 향기를 클릭한다
구상나무 자태를 뽐내는 해거름 산책길에
고라니 한 마리가 날렵하게 뛰어간다
저 고라니는 어느 행성의 또 다른 전설일까?
(*)산굼부리: 제주도에 있는 분화구인데 뜻은 산신의 주둥이이다.
(**)한감: 한별이라고도 한다. 옥황상제의 딸 말잣딸을 사랑한 평민 남자
첫댓글 억새꽃은 향기는 없지만 마른풀 냄새 정도는 나겠지요.
그래요, 금지된 사랑, 몰래한 사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