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데(01)
제 20대 대통령 예비후보 동근 양성기
난소암 진단을 받은 나, 현재는 수술 후 항암 치료중이다.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병원에서 청소하시는 분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세요.’
그러면서 하루하루가 너무나 힘들다고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너무나 무섭다고
모든 것에 자신감을 잃고,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너무나 힘들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그런데 하도 슬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젊은 날 그렇게 건강했는데, 엄마 아빠가 돌아가실 때도
나는 언제나 건강할거라고 자신했는데
어느날 건강검진을 받고 암이 의심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고 뜬눈으로 밤을 새던 나날들
누군가에 얘기도 못하고 ‘아닐 거야!’ 보다는
이제 나 어떡하지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 나락으로 날개를 잃고 추락을 해버렸다.
그렇게 정밀검사를 받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한없이 울어버렸던
그렇게 난소암 진단을 받고 절제를 하고
항암 치료를 하는데 이렇게 힘들 줄이야!
차라리 이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반복하고
또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어떤 사람들은 재발이 쉽게 되고
또 여기저기로 전이도 된다는데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이것은 어제와 오늘이 판이하게 다른 세상으로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는 것이라면 나는 지옥에 있다.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고 친구를 만나면
위로 받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것도 할 짓이 못되고
아무 것도 못하면서 어느새 팍 늙어버린 얼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왜 나는 그것을 모르고 살았을까?
내 몸에 이상이 있었는데 그것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되는 동안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 사회는 건강하게 사는 교육을 왜 하지 않고 있는지
무방비 상태로 질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상대는 총칼을 들고 덤벼드는데 왜 우리는 무방비 상태일까?
우리 몸에 면역력을 키우는 방어 시스템이 뭘까?
무심코 내뱉는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자조 섞인 한 마디
왜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그런 충고를 안 해주었을까?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하는지 정말 한 번 묻고 싶다.
주변의 수많은 선배 후배 그리고 친구들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나도 이렇게 엄마 아빠한테 돌아가는가!
그 엄마 품이 그리워서 이렇게 서두르고 있는가?
아빠가 그렇게 나를 예뻐했는데 아빠 손길이 그리워서 인가
알다가도 모를 지구별 생활이 이제는 두렵기만 하다.
건강과 질병 사이는 정말 한 순간이다.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승강기처럼
순간 지하실로 들어갔다가
다시 지상 천국으로 올라오는 것 같은
차라리 고통이 없는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어떤 때는 한없이 나약해져 그런 생각도 하다가
번쩍 정신을 차리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손가락에 힘이 없어서 그렇게 설거지도 못하고 그냥 누워있다.
천정에 또 다른 미래가 그려진다.
무엇이 나의 가슴을 꼭꼭 누르고 있는 것처럼
예쁜 아들, 예쁜 따알 그리고 며느리와 사위들
이제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왜 그렇게 아픈 시련을 그들에게 주는지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며느리와 사위에게는 더 미안하다.
나 혼자 아프고 고민하면 그만인데 왜 아이들에게 까지
엊그제만 해도 같이 놀러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다녔는데
오래전 이혼의 아픔은 있었지만 그래도 일에 파묻혀
당당하게 혼자서 아이들 키우면서 잘 살았는데
남부럽지 않는 사회생활에서 스쳐지나간 인연들로
이제 아들 따알 결혼도 하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는데
왜 나에게 이런 슬픔이 찾아왔을까?
나는 이렇게 된 과거를 한 번 알고 싶다.
어째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그 정답을 알고 싶다.
그 참고서는 분명 서점에 있을 것인데
오늘은 기분 전환하러 서점에 들러 건강코너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적을 두루두루 살펴보고 싶다.
내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몇 권이라도 사가지고 오고 싶다.
아니 몇 트럭분이라도 모조리 다 읽고 건강해지고 싶다.
밤이 새도록 그 책들을 모조리 읽고
당장 내일부터 암투병을 극복한 그 분들의 체험을
그대로 따라서 해 볼 수 있도록
미치도록 그리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무엇이 나를 분명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그 선물을 받고 싶다.
당장 내일부터 건강하고 자신 있게 살고 싶으니까
그렇게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갈 수만 있다면
갑자기 자신감이 생기니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아니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지 않는가!
금방까지 내동댕이쳤던 천덕꾸러기 그릇들을
어쩌면 나도 저렇게 버려져있는 것이 아닌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쓰레기로 전락한 게 아닌가!
분명 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설거지통에 버려진 채로
누군가 나를 깨끗이 씻어 예쁜 진열대에 올려놓아 줄
그런 신선 같은 그런 분이 어디에 계실 텐데
목 놓아 도와달라고 외쳐 보고도 싶다.
내가 먹은 그릇들을 저렇게 싱크대에 그냥 던져놓았을 때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그릇들의 마음을 왜 헤아리지 못했을까?
나도 그렇게 버려졌을 때 그동안 나를 지켜주었던
분명 누군가에게 버려졌는데 누구인가?
나를 버린 사람은, 그동안 잘 보살펴주고 있다가
나는 무슨 잘못을 했을까?
아니면 그 분도 나처럼 병이 들어 할 수 없이
내 손을 꼭 붙잡고 있다가 싱크대에 던져놓았을까?
힘이 없어서 나처럼 중얼거리면서 신음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사소한 것에서 이렇게 큰 질병으로 발전 했을 텐데
참으로 무심한 분이 어디 계신지 하소연 하고 싶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리는데 나는 무엇을 했었는지
외출을 하려고해도 내 몰골이 이게 뭔가?
항암치료가 시작되면서 완전히 빠져버린 머리카락
가발도 준비했지만 이건 아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내 몸뚱이에 일어난 지옥 같은 현상
그래도 외출을 해서 분명히 찾아야 할 책이 있다.
서투르고 어색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고 목적지를 멍하니 생각하면서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모르고 다닐 때가 있었는지
건강은 등한시하고 오직 즐거움만 찾던 그 시절
어떻게 하면 이 고통에서 빨리 해방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서점 문을 지나 긴 통로를 따라 종이냄새가 오늘따라 좋다.
뭔가 목표를 하고 왔기 때문에 분명 멋진 남자를 찾아 나서듯
나에게 꼭 맞는 책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섰다.
자석이 꼭 달라붙어서 어디로 분명 안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마침 사람들이 많은 곳에 이르니 거기가 바로 건강 서적 코너
나 말고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나도 진즉 이런 구석에서 서성이다가 아프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쩌다 시름시름 앓다가 뒷북이나 치고 있으니 한심하구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내 목숨이 이렇게 붙어있으니 말이다.
죽어 한 줌의 재로 변하기 전에 이 목숨 놓고 싶지 않다.
아픈 사람들이 책을 보러 온 것인지
아니면 건강하기 위해 미리 공부하러 온 것인지
허기야 요즘 경제도 경제지만 건강이 화두가 아니던가!
소리 없이 파고드는 이 싸늘한 분위기는 무엇인가!
실내의 차가운 에어컨 공기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예전 같으면 에어컨을 즐기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내 몸의 온도가 떨어졌단 말인가.
그렇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딱 한 권의 책이 필요하지만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금방 피곤해진다.
나른하게 졸음이 쏟아진다.
어디 가서 한 숨 자고 다시 오고 싶은 심정이다.
얼마나 됐다고 벌써 피곤한가!
예전 같으면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지치지도 않고
활기 넘치는 행동으로 마냥 즐거웠을 텐데
아무리 봐도 잘 보이지 않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밀치고 들어온다.
누구랑 같이 왔는지 손을 이끌고 틈새로 들어선다.
두 사람은 상기 된 표정으로 싱글벙글 여유가 넘친다.
책을 여러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그 틈새로 들어오는 어느 커플
그 두 사람은 신혼부부는 아니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임신과 출산이라는 책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