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덕산 대회 출전기
(제9회 아산시 충무공이순신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및 국가대표 1차 선발전)
1. 니, 왜 출전했슈?
일요라이딩 때 용태씨가 나에게 광덕산 대회 출전을 권유한다.
“나가 봐요. 형님 솜씨면 40등 이내에 들 수 있어요.”
그 감언이설에 마음이 동해 싱숭생숭해진다.
“까짓, 한 번 나가 봐? … 설마 중간 안엔 못 들겠어?”
연미산 고개를 평속 25Km/h로 오를 만큼 다리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고, 경사도 17%가 넘는 평화의 동산을 죽을똥 싸지 않고 오를 수 있어서 내심 중간은 할 것만 같았다. 은연 중 출전하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결국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변명하듯,
“나가잣! 첫 출전이니, 마음 비우고, 단지 참가에만 의미를 두는 거야!”
흐흐흐, 하지만 내 마음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던가? 세상에, ‘참가에만 의미를 두기’가 어디 쉬운 일이냐구!
자전거연맹 홈피에 들어가 참가 신청을 하자마자 대번에 이놈의 피할 수 없는 ‘승부에 대한 무한 욕심’이 꿈틀거린다.
크, 욕심이래봤자 이제 잔차질 9개월 경력에 1등을 할 거야, 10등을 할 거야?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바람여울님을 따라간다는 건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일이라는 걸 함께 잔차질 할 때마다 깨닫고 깨닫고 한숨 쉬며 또 깨닫는 일인 데다가,
휴~, 게다가 바람여울님조차 특A급이 아닌 게 엄연한 현실이고 보면, 세상에 널부러져 있는 게 힘 좋은 잔차인들일 테니, 어디 나 같은 게 함부로 대회에 발을 내디디고 욕심을 품는단 말이냐! 하고 어떤 넘이 금새 내 뒤통수를 칠 것만 같다.
“그렇다고 욕심 좀 품으면 뭐 안 되냐? 꼭 잘난 넘들만 욕심 부리라는 법 있어? 그건 아니잖여! … 까짓것, 그래 어느 넘이 나보고 제 분수도 모르고 어물전 망신시킨다고 비웃을지 몰라도, 나는 나대로 욕심 좀 부려보지 뭐!“
2. 니, 답사는 어찌 했슈?
먼저 답사를 다녀오신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소이농원님께 전화를 걸어 대회 코스를 묻고 나서 공주MTB 동호인들과 함께 1차 답사.
쉬며쉬며 라이딩, 완주 추정시간 불가.
4월 5일(월요일) 오후, 억지로 시간을 내서 총알택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차 몰고 달려가서 2차 답사, 쉬지 않고 대회 코스 완주, 2시간 18분.
돌아와 코스 개념도를 만들어 카페에 올리고,
소이농원님이 답사 다녀오신 후, 2시간 14분에 완주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내 분수 모르는 욕심이 또다시 꿈틀~~ 꿈틀~~
4월 8일(목요일) 오전, 소풍날을 이용해 다시 달려가 쉼 없이 완주, 2시간 13분. 흐뭇~~~
금요일과 토요일은 무성산 쌍달 오르막에서 연습 라이딩.
4월 11일(일요일) 오전, 다시 대회장으로 가, 네 번째 답사.
급경사에서 잔차 타고 오르기와 잔차 끌고 뛰어 오르기 중 어느 것이 유리한지를 시험하던 도중 발이 삐끗하여 완주 포기.
같은 날 너무나 멋진 소이농원님, 2시간 4분에 완주하셨다는 소식 듣고,
맘속으로는,
“거 봐, 내 계산에 의하면 분명 2시간 5분 이전에 들어올 수 있었어! 보라구, 소이농원님이 2시간 5분 이내에 들어오셨잖어! 내 계산이 틀림없다니까! 나도 계산대로만 하면 충분히 가능해! 아니, 2시간 이내에 들어오는 것도 가능해! … 까짓거, 목표 수정이닷! 2시간 이내 주파! … 그래, 초짜 벼룩일지라도 뛰는 재주가 있다는 걸 모든 초짜들에게 증명해 보이지 뭐! … 흐흐흐.”
그렇게 가슴에 벅차오르는 승벽을 느끼며 나름대로 욕심의 크기를 조율해 본다.
대회 전날 저녁, 혹시 소이농원님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샵에 들러본다. 소이농원님은 안 계시고 두바퀴님을 만나 라이딩 시의 유의사항과 출전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카멜백을 사용하면 좋다. 급경사를 오르면서 쉬어줄 겸 한 모금씩 물을 마셔라.”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 조절을 잘 하되, 힘 좋은 라이더들을 최대한 쫒아가라. 더 이상 쫒아갈 수 없을 때, 다음 실력자 무리로 바꿔 쫒아가라. 그러면 시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평화의 동산이 있기 때문인지 공주 사람들의 등판 능력은 좋은 편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타라.”
“가능하면 남보다 먼저 출발하라. 먼저 임도에 들어서는 게 걸리작거리지 않아 유리하다.”
“혹시 펑크가 날 수도 있다. 때우는데 시간이 5분은 걸리더라. 연습해 보는 게 좋다.”
“기타 등등 …”
나는 2% 정신 무장이 강화됨을 느끼면서,
파워젤 대신 아이스크림을 한 통 다 먹어치우고,
결혼기념일인 친구 부부를 만나 진하게 커피도 마시고,
잠자리에 들긴 들었는데, … 아, 우, 씨!!!
잠은 안 오고, 밤새도록 대회 코스를 최소 다섯 번은 돌고 또 돌고 또 돌다가,
깜빡 눈을 뜨니 아침 여섯 시가 되어 있더라. 으흐흐흐!
3. 니, 완주는 했슈?
1그룹 선수들이 출발하고 나서,
5분 뒤, 내가 속한 2그룹이 출발한다.
계획대로 나는 맨 앞에서 출발한다.
속도계를 보니 45Km를 오락가락.
잠깐이지만 출발 후 5분 정도는 선두 그룹에 끼어 본다. 기분 짱 좋다! 3분 정도는 1등으로 달리다가, 힘 좋은 잔차꾼들이 무서운 속도로 추월하면서, 어쩔 수 없고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힘의 한계를 페달질할 때마다 꾸역꾸역 소처럼 되새김질하면서, 그래도 간신히 선두그룹을 유지해 본다.
첫 번째 오르막 구간, 172m 고개, 열심히 쫒아온 30여 명으로 형성된 선두 그룹 중 반 정도는 댄싱하고, 반 정도는 앉은 채 페달링한다.
잠시 고민,
“나도 댄싱으로 올라갈까? 아니야, 처음부터 너무 힘 뺐다가 뭣되면 어쩌지? 에이, 참자.”
고개 정상 직전 속도 7Km/h. 정상 부근부터 빠르게 고단 기어로 변속, 탄력 받아 신나게 다운힐.
배골 입구를 지나 시간을 보니, 14분 03초. 목표 시간 2분 단축. 야호~~
더욱 신나게 페달링하는데, 아니 이게 웬 일,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데도 내 앞에 간 선두그룹은 점점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지고,
이렇게 있는 힘껏 달리고 있는데도 나를 추월하는 사람이 송악 저수지 입구에서 2명, 고갯마루 부근에서 1명, …
그래도 내가 추월한 사람들이 최소 예닐곱 명 이상 되어 상당히 위안이 되었는데, …
(크, 경기 결과를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추월한 사람들은 전부 1그룹에서 출발했던 사람들 중 핫빠리들이었던 것. 그걸 모르고 한순간이나마 내 앞에 있는 선두주자들이 20명 정도 이내일 것이라고 착각했으니, 휴우, 세상은 넓고 경쟁자들은 강하다! 결국 내 경쟁자인 2그룹 선두주자들은 몽땅 신바람나게 고고싱했던 상황!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의 무지(無知)를 용서하시라!)
어쨌든 송악 내리막길을,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우당탕 퉁탕! 잔차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내려가다가,
울퉁불퉁 빨래판이 끝나는 지점에서 멋지게 앞바퀴를 살짝 들고 점프하듯 맨땅으로 슬라이딩!
기분 좋게 최단거리 라인을 유지하며 마음은 미끄러지듯 달리지만, 몸은 엎어질 듯 위태롭게 우당탕 퉁탕!
드디어 아스팔트로 접어들자 힘은 들지만 더욱 힘을 내 25Km/h의 속도로 봉곡사 진입로를 통과,
봉곡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28분 몇십 초, 무려 6분 목표시간 단축.
1-2단으로 기어 변속 후, 나름 휴식 취한다는 생각으로 물 서너 모금 마시고 호흡도 가다듬고 천천히 올라가는데,
이 때다 싶었던지 소나무 숲 갈림길 전에서 3명이 나를 추월,
하지만 본격적인 20% 경사도의 소나무 숲길에서 나를 추월한 3명을 다시 제쳐 버리고, 그 외에도 1그룹 핫빠리 선수들 대여섯 명도 제치고, 신바람 나게 정상으로 치고 올라간다.
그 때 머리에 드는 생각은,
“먼저 간 사람들을 내가 추월하기 어려운 만큼, 내 뒤에 오는 사람들도 결코 나를 추월할 수 없다! 승부는 이미 거의 끝났다. 지금의 순위가 최종 순위와 거의 일치할 것이다. 변수는 서너 명 이내. 그렇다면 내 순위는 잘하면 2그룹 마스터부와 그랜드마스터부 선수들을 합쳐 20위 이내에 들겠구나. (이 숫자는 나보다 앞서 간 사람들 중 대충 40대 이상으로 추정한 사람들의 총 숫자임)”
(그런데 나의 그 생각은 나중에 보니 착각! 나를 추월한 사람은 2그룹이요, 내가 추월한 사람은 1그룹이었던 것! 결국 내 계산법이 꽤 빗나가 있었던 것이다. 크흐흐, 하룻강아지의 계산법이 어련하시겠어요? 쩝쩝! …)
어쨌든 교차지점에 도착하니 41분대. 목표시간 8분 단축.
더욱 힘을 내서 스포츠카를 탄 듯한 경쾌한 리듬으로 씨잉!
하지만 논둑길부터 조금 힘이 들어 헥헥!
그래도 물을 서너 모금 마시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추월 불가능한 곳이라 앞 사람 속도에 맞춰 대충 따라가다가, 도로를 만나면서부터 다시 힘을 내본다.
그 때, 20대의 외국인 라이더가 내 옆으로 추월, 뒤질세라 나도 더 힘을 내고,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상사를 지나 본격적인 업힐 시작.
길상사 도착 시간 58분. 목표시간 8분 단축.
걸어 올라가는 1그룹 핫빠리 선수들 대여섯 명 추월하며, 외국인도 뒤로 멀찍이 떨구고 임도 삼거리까지 힘차게 업힐. 나를 추월한 사람 없고, 내가 추월한 사람 다수. (여기서 또 계산 착오. 내가 추월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1그룹 선수들이었나 보다.)
임도 삼거리 도착 62분 50초. 목표시간 9분 단축.
다시 오르막길을 젖먹던 힘까지 내서 앞 2단 기어로 바꾸고 업힐 후 다운힐. 최선을 다해 내려갔지만 다운힐 시 1명에게 추월당함.
“역시 난 다운힐에 약해!”
미리 1-3단 기어로 변속하면서 교차지점 도착. 71분대. 목표시간 10분 단축.
이대로 가면 아무리 늦어도 1시간 55분 이내 도착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면서 더욱 힘차게 페달질!
정상까지는 내려오는 선수들과 교행하느라 오른쪽 길만 이용.
“크, 지금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네. 저 사람들, 언제 다 가지? 흐흐, 걱정도 팔자지! 내가 왜 그런 걱정까지!”
맘속에서는 이런 하릴없는 생각이 들고, 내려오는 사람들과 충돌할까봐 심판들이 곳곳에서 우측 통행을 요구, 결국 추월 불가 상황. 신경 쓸 일 없이 정상까지는 앞 사람만 쫒아간다. 그런데 앞에 가는 사람, 왜 그렇게 잘 올라가는 것인지…
“아따, 그 사람 밥 먹고 자전거만 탔나? 왜 이렇게 잘 올라가?”
바짝 쫒아오는 내 뒤 사람에게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젖먹던 힘까지 내서 낑낑!! 앞 주자를 따라 올라간다.
다시 내리막길. 업힐 시 앞에 가던 사람과 뒤에서 쫒아오던 사람은 내리막길을 만나자마자 쏜살같이 내려가더니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역시 꾼들이었나보다.
힘이 좀 빠졌는지 미끌거리면서 브레이크 잡는 손가락에 힘만 잔뜩 들어간다. 그래도 앞뒤에 사람들이 없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다운힐.
“이미 승부는 끝났다니까. 변수가 없어. 지금 내 순위가 최종 순위가 될 거야.”
마음속에서는 계속해서 이런 생각이 떠오르고,
포장도로로 내려오자 40Km를 훌쩍 넘는 속도로 씽!
흘깃 뒤를 돌아보니, 시야가 훤~~ 쫒아오는 사람 전무하고, 나 홀로 라이딩. 내 앞에 간 사람들은 다 어디에 가고, 내 뒤에 있던 사람들도 또 다 어디에 가 있나? 앞뒤 1Km 이내에 아무도 안 보이는 듯한 상황, 송악저수지를 빠르게 돌아 빨래판 오르막길에 도착하니 저 앞에 고등부 학생들 3명이 보이기 시작. 더욱 치솟는 전의.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고등부 3명을 전부 추월하고 미친 듯이 다운힐!
4. 이룬 된장, 펑크!!!
시멘트길을 내려올 때 속도 45Km/h 이상. 코너에 들기 전 속도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잡는데 갑자기 느낌이 이상!
“퍼버버버벅!”
소리도 이상하고, 앞바퀴가 이리저리 미끌미끌! 방향 조절이 안 되는데, 불현듯 떠오르는 최악의 불길한 생각!
“이렇게 빠른 속도에서 펑크! 젠장, 완전히 갈아먹었구나. 이나저나 타이어까지 다 먹었으면 어떡하지! 아, 제발!!”
그 때, 급브레이크 잡고 잔차에서 내려 걷고 있는 내 옆으로 조금 전에 추월했던 고등부 3명이 쒹! 바람소리 내며 사라져 가고,
그와 동시에 내 두 발에서는 힘이 쪼옥! 빠지고,
안전한 곳까지 펑크가 난 앞바퀴를 들고, 20미터쯤 걸어 내려가 오른쪽 넓은 공터로 이동.
얼른 잔차를 뒤집어놓고 앞바퀴를 빼고,
후들후들 떨리는 손으로 배낭에서 타이어레버를 찾는데, 순간 당황해서 어디에 놓았는지 생각도 안 나고, 배낭 안을 두 번이나 뒤지다가, 뒤늦게야 옆주머니에 옮겨 놓았다는 생각이 나서 잽싸게 꺼내어,
밸브 캡을 따고, 잘 떨어지지 않는 타이어를 림에서 간신히 떼어내고,
튜브를 빼내고, 반장갑을 낀 채로 다섯 손가락을 이용해 타이어 안쪽을 훑는데, 몇 번을 훑어도 펑크낸 용의물은 발견되지 않고,
더욱 초조해지고,
결국 용의물을 찾는 일을 포기하고, 속도 압력에 못 이겨 펑크난 걸로 추정하고,
새 튜브를 꺼내어 입으로 공기를 조금 불어넣고,
잽싼 동작으로 튜브를 빙 돌려 집어넣고,
타이어를 손가락으로 눌러 집어넣는데 끝부분에서 잘 들어가지 않자,
“아, 씨!!”
입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쌍시옷이 튀어나오고,
튜브가 타어어 사이에 끼여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인 걸 뻔히 알면서도 도박하는 심정으로,
“제길, 될 대로 되라.” 나도 모르게 입으로 쫑알거리며,
손가락에 있는 힘을 다해 우겨넣으니, 그 순간적인 힘에 눌려 타이어가 거짓말처럼 쑤욱 들어가 준다. 아, 천만다행! 아니 불행 중 다행인가! 하여튼,
“제발, 터지지만 말아 다오!”
용의물을 검거하지 못한 상황인지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면서, 몇 분이 흘렀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옆에서는 나를 추월해 가는 많은 사람들의 자전거 소리가 들리는데,
“참, 재수도 없지. 1시간 50분대 초반도 가능했는데, 젠장!”
푸념 섞인 속말만 튜브 터지는 소리처럼 오락가락하고,
배낭에서 펌프를 찾아 꺼내어,
(아이고, 고맙게도 어젯밤 두바퀴님이 펑크날 수도 있으니 연습해 보라고 조언해 주셨는데, 그래서 혹시나 싶어 Co2 카트리지 펌프 사용법을 점검해 봤는데,)
어젯밤 연습한 대로 펌프를 돌려 빼내고, Co2카트리지를 바꿔 끼우고,
밸브에 꽂아 힘껏 공기 주입구를 누르니,
“쒹!”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공기가 차오른다. 재펑크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타이어를 눌러보니 대충 30PSi 정도의 공기 압력,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바퀴를 끼우고 잔차를 돌려 세우고, 다시 출발,
“그래도 빨리 달리면 2시간 안에는 들 수 있을 거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힘내자.”
마음을 굳게 다지고, 역시 앞뒤에 아무도 없는 홀로 라이딩 모드에서 배골 입구를 지나니, 배골 입구에서도 펑크 때우는 사람 한 명 발견,
시간을 볼 마음의 여유를 잃고,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전진!
그리고 저 앞에 가고 있는 라이더 두 명 발견하고, 그 사람을 추월하자는 단기 목표를 정하고 172m 고개를 오르기 시작, 초반부에서 댄싱으로 17Km/h로 오르다가 오른쪽 공터 조금 못 미친 부분부터 힘이 빠져 2-2단으로 기어를 내리고 죽을힘을 다해 페달질하니, 11Km/h 내외에서 오락가락,
앞에 가던 한 명을 겨우 추월하고 고갯마루에 도착하니 여기저기에서 카메라들이 머리를 들이밀고, 심판 한 사람은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고, 주위에 있던 갤러리들은,
“힘내세요, 파이팅!”을 외치는데,
그게 나에게 하는 말인지, 카메라에게 하는 말인지 헷갈려 무시해 버리고,
그래도 나를 찍는 카메라를 의식해 고개를 들어 억지로 웃는 시늉도 해 보이고,
정상에 오르기가 무섭게 고단 기어로 변속하여,
탄력을 받으려고 힘껏 페달을 젖다가,
(4차 답사시 고갯마루에서 최대한 탄력을 주어, 내리막 속도 82Km/h 기록했는데, 그 속도로 내려가다가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타이어 압력이 너무 낮아 위험해질 것을 고려, 조금 탄력을 줄이고,
최대한 앞을 숙이고 내려가다가 코너 직전에서 몸을 들어 바람으로 브레이크를 대신하고,
속도계를 바라보니 75Km/h,
고개 오르막길에서 미처 추월하지 못했던 한 사람을 50Km의 속도로 전력 질주하여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난 마지막 4거리에서 추월하고,
남은 힘을 다해 35 ~ 45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질주하는데,
추월한 두 사람 중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이 나를 따라잡기 위해 총알같이 달려오는, 그 바람 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고,
“절대 안 되지!”
이를 악물고, 다시 있는 힘을 다해 페달질하니 45Km의 속도.
어느 정도 따라오는 것 같더니 결승선 부근쯤에서 힘이 다한 듯 더 이상 쫒아오는 기색이 없어,
조금 여유를 부리며 결승선을 넘는다.
시간을 바라보니 1시간 59분 53초.
(열쇠 뭉치를 분실해 지인들 얼굴도 볼 새 없이 동분서주하다가 열쇠 찾기를 포기하고 보험사에 연락해 비상호출하여 차를 연 뒤에 소이농원님을 찾아보니, 차 있던 곳에는 다른 차가 주차해 있고, 함께 출전한 공주MTB 동호인들이 계신 곳을 찾아가 늦게야 합류하여 김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맥주도 몇 잔 하고, 덕담 및 한담을 나누고 헤어진다.)
집에 도착하니 문자메시지로 공식 기록이 날아온다.
공식 기록 : 2시간 00분 17초. (초급자 마스터부 39위 / 115명중)
아쉬움이 조금 남는 대회지만, 잔차질 9개월만에 처음 출전한 대회이니만치, 만족의 축배를 든다.
함께 출전한 공주MTB, 공주금강MTB 동호회 회원님들, 모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부장님 사모님, 저녁 맛있게 먹었구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세요. ^^
너무나 멋진 소이농원님 그랜드마스터부 7위. 공식 기록 : 1시간 58분 25초 고생하셨습니다.
취미 활동으로 잔차를 타는 멋쟁이 고등학생 강원규 초급자 시니어부 9위. 공식 기록 : 2시간 02분 40초. 수고했다. 열심히 타거라. 파이팅!
(재미없는 대회 출전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 출전기 작성자 : 사내가요(박기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