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작에 알아챘다. 세상을 이해하는 근원의 열쇠가 언어라는 사실을. 언어는 주어와 술어의 대칭이다. 주어는 관측자가 어떤 대상을 지목하고 술어는 그 대상의 변화를 진술한다. 진술되는 언어의 맞은 편에 관측자인 인간이 있다. 둘은 대칭된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된다. 대칭의 추적이 사유의 핵심이다. 언어든 과학이든 대칭을 추적하는 것이다.
바람이 분다면 바람이 주어로 지목되고 분다가 술어로 진술된다. 나무가 자란다면 나무가 주어로 지목되고 자란다가 술어로 진술된다. 언어가 주어와 술어라면 세상은 물질과 성질이다. 관측자는 인간이다. 자연의 주어로는 물질이 지목되고 술어로는 성질이 진술된다.
언어 - 주어와 술어가 대칭된다.
자연 - 물질과 성질이 대칭된다.
구조론은 세상이 구조로 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세상이 구조된 것이 아니라면? 창조된 것이다. 창조하다는 술어다. 술어에 대칭되는 주어는? 신이다. 신이 창조했다. 구조는 술어다. 주어는? 단위다.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 단위가 의사결정을 구조한 것이다. 구는 꿰고 조는 짓는다. 구조의 구는 공간으로 꿰고 조는 시간으로 짓는다. 기독교의 창조설은 거짓이지만 주어와 술어의 형식을 갖춘 점에서 나름 진보한 사상이다. 창조설은 영감을 준다. 신과 창조를 지우고 주어와 술어가 대칭된 빈 칸을 얻은 다음 그 자리에 다른 개념을 채우면 된다.
언어 - 주어와 술어
창조설 - [신]과 [창조]
구조론 - 단위와 구조
과학은 이 물음에 무어라고 답할까? 페르미온과 보존이라는 기본입자가 주어 포지션이다. 술어는? 기본 상호작용으로 알려진 자연계의 4대 힘이다.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 그것이다. 물질은 그렇고 생물은? 유전자와 진화다.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 구조가 환경을 장악하는 정도를 높여가는 것이 진화다. 한편 열역학을 완성한 볼츠만은 세상을 원자와 확률로 설명했다.
언어 - 주어와 술어다.
과학 - 기본 입자와 기본 상호작용이다.
생물 - 유전자와 진화다.
구조론 - 단위와 구조다.
볼츠만 - 원자와 확률이다.
결론은 의미다. 언어는 주어와 술어가 대칭으로 연결되어 의미를 만든다. 자연은 단위와 구조가 연결되어 사건을 만든다. 주어는 외부 관측자와 연결하고 술어는 내부 매커니즘에서 또다른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링크를 계속 연결시켜 가는 것이다. 관측자인 인간이 주어를 연결하면, 주어가 술어가 연결하고, 술어가 목적어를 연결한다. 의미는 연결의 마디다. 존재는 사건의 연결이다. 우주는 연결이며 연결의 링크가 구조다. 세상이 곧 연결임을 알고 연결의 단위를 추적하는 것이 과학적인 태도다. 연결은 마디를 셀 수 있다. 반면 연결을 부정하는 것이 반과학, 반지성의 연속적인 세계관이다. 그들은 세고 싶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