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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가슴아픈 추~억! ]
음악의 기능 중 하나가 과거를 회상시켜주는 작용을 한다던데
내가 고등학교 시절 유행했던 <은희>의 꽃반지 끼고를 들으면
다정했던 연인들의 이별 장면이 떠오르는게 아니라
그보다 더 가슴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꽃반지 끼고...
박공장장!
그는 내가 중학교 일학년 여름방학때 처음 만났는데, 그는 이웃 술도가 (양조장)에서 일하며, 나이는 30세 후반이고 자그만한 체구에 한눈이 반쯤 감긴게 말도 어눌하고... 누가봐도 좀 모자라 보인다는걸 금방 알 수 있다,
정말 그가 술도가 공장장인가? 천만에 그건 이 공장 사람들이 그를 시켜먹기 위해 붙혀준 호칭인데 한번 삐지면 보통 고집이 아니라 "어이 공장장! 공장장이 이 만한 일에!"
"공장장! 이거좀 거들어줘!"하면, 정말 공장장 처럼
"어험!" 기침한번 하고 잘 거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정확한 이름과 나이 출신지에 대해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15-6년전 어디서 왔는지? 거지로 이곳 H읍에 흘러들었다, 그때 시장통에서 여관과 식당을 하는 박씨가 갈데없는 그를 거두어 잔일을 시키면서 사람들이 (박군! 박군!)하게 되었다,
확인은 안된 사항이지만 호적 일제 정리기간때 박씨가 그를 박태수로 자기밑에 입적시켜 주었다나? 그리고 그 박씨가 죽자 술도가로
왔는데, 사람들이 추측하건데 박공장장의 발음이 부근의 발음이 아니고, 아는 사람이 단한명도 없는게 출생지가 먼곳일거라 했고,
어떤 샤프한 사람은 그의 출생지가 포항이라고 못을 박았는데, 그의 발음에 가끔씩 묻어 나오는 바닷가ㅍ쪽의 방언과, 머리의 심한
상처 팔다리의 파편 자국으로 봐서...그 이론을 들어보면
박공장장은 원래 포항 부근에 살았는데, 육이오 때 격렬한 포항전투시 포탄에 전 가족을 잃고 자신도 뇌를 다쳐 저렇게 된 것이란다 이말은 상당히 설득력있는 말이다, 마치 이 말을 증명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H읍은 높은 산도 많고 정기 비행항로가 아니라 비행기가 잘 날지를 않았는데 한번은 무슨 훈련을 했는지? 팬텀기가 읍위의 하늘을
낮게 날아갈 때 공장장이 물을 긷다가 거의 반사적으로 술독(단지)속에 숨었으며 비행기가 사라진뒤 한동안 벌벌 떨며 나오지를 못했다는걸 보면 그말이 사실인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는 피붙이 하나없는 고아임은 분명하다, 그가 양조장에서 하는 일이란 한정되어 있다, 지능이 낮아 글과 셈을 할줄 모르니 우물 깃기,술독 씻기와 배달인데 배달도 자전거를 탈 줄 모르니 가까운 배달처는 그의 몫으로, 술통은 요즘 처럼 가벼운 플라스틱이면 얼마나 좋을까? 참나무 판대기를 정교하게 짜 맞추어 동그랗게 만든 통으로 빈통의 무게만 해도 25kg는 족히 나갔을것 같다,
그가 배달하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는데, 술통을 어깨에 메구선 마치 엉덩이에 불이 붙은것 처럼 큰소리로
"짐이요 짐! 짐!" 교통정리를 하면서 달려간다, 무겁기도 하고, 또 아무리 마게(동그란 나무뚜껑)를 잘 막아도 질질 흐르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것이 정상인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단 하나! 물에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하는 사람들이 같이 기거하는 방에 걸려있는 수 많은 감사장이 말해주는데...
강에 빠진 아이를 구해내고, 익사한 사람들의 시신을 찾아내는 일은 그만이 할수있는 일이였다, 익사사고가 생기면 읍내는
물론 인근 군에서도 경찰이 와서 모셔간다, 그 때 받은 감사장들이며, 또 유족들로 부터 상당한 사례를 받기도 했다,
양조장 아들과 내가 심심해서 낚시를 간다하면 그는 신바람에 바쁘다, 총알같이 사장님에게 달려가
" 도련님 괘기 잡으러 가는데 따라 가요?" 하면 두말 않고 보내주기 때문이다, 술독 씻는 배수구를 파서 지렁이를 잡고 신문지를 접어 모자(썬캡)를 만들고, 우린
"먼저 갑니다~" 하곤 자전거를 타고 간다,
그는 낚시대와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뛰어온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 그늘에 쉬고 있으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려온 그를 보고
"아저씨 좀 쉬세요 저희들이 할께요" 해도 자기가 자리를 잡고 낚시대를 모두 설치해 준다,
그리고 옷을 벗고는 큰 못으로 헤엄쳐 들어 간다, 연꽃이 있는곳은 100m 도 훨씬 넘는데 빠르게 자유형으로 헤엄쳐 가는 그를 보며 "와! 공장장 아저씨 물개야 물개!"하고 소리치면 그는 손을 흔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가 한바퀴 회전하여 나오는 묘기를 보여준다,
우리의 낚시는 처음에야 재미있다가 금방 실증을 내고 그를 구경한다, 그는 침이 삐죽 삐죽 튀어나온 말밤을 따고, 자리를 조금 이동하여 한번씩 잠수하면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다, 우린 그의 잠수 시간을 재어봤다, 일초에 하나씩 세어 (일,이,삼,사...육팔, 육구, 칠공) 대충 잡아도 1분 이상 잠수해 있었다,
거기서 잡는것은 손바닥만한 말조개로 한번 잠수할 때마다 하나 씩 잡아내 망태에 집어넣는다, 잡을 만큼 잡으면 나오는데, 헤엄치다 지치면 누워서 친다, 게다가 망태를 배위에 올려놓고 말밤까지 까 먹으며 발로만 헤엄치는 모습이 꼭 해달같다,
그가 나오면 우리는 낚시는 관심이 없고, 그가 따온 말밤을 까 먹는다, 날카로운 가시를 피해 단단한 말밤을 잇빨로 깨물어 속에든
하얀 녹말을 빼먹으면, 공장장이 낚시를 한다, 우리가 기다리다
"아저씨 빨리가요~"
"뭐라카노? 지금 한창 올라오는데..." 기다리다 지쳐
" 우리 먼저 가요!"하며 와 버린다,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갈때 망태엔 메기,붕어, 잉어새끼,조개로 가득찼다, 그는 우물가에 펴놓고
고기의 배를 따고 손질한다, 젊은 일꾼이 다가와
"어이 공장장님 매운탕 끓이면 나도 좀 주소!" 그는 대답도 안한다,
일꾼이 우리에게 말조개를 옆으로 빼라고 눈짖을 한다, 우리는 거들어 주는 척 하며 조개를 옆으로 밀어 놓으면 일꾼이 얼른 감추어 버린다, 그가 아무리 바보라지만 모를리가 있나
"어? 조개들이 어디갔지?" 하며 찾는다, 우린 모른척 한다, 화를 내기는 커녕 손질한 고기를 싸들곤 바쁘게 사라진다,
젊은 일꾼은 작은 바가지에 고추장과 마늘,쪽파 등을 넣고 양념을 버무리고, 조개를 칼로 벌려 한쪽 빈껍데기를 떠어낸 후 양념을
바르고 왕겨불 위에 얹어두면 (뽀글 뽀글 ) 끓으며 한 방울씩 넘쳐나는 국물에 (피~ 피~)소리와 함께 맛 좋은 냄새를 내며 익어간다,
"공장장님 어디로 가는데요?"
"저거 마누라한테 간다 아이가"
"마누라가 어데 있능교?"
"ㅋㅋㅋ 마누라 라기 보다, 애인 인기라!"
"어데 있는데요?"
"너건 알 필요없다! 자 자 다 익었다 빨리 묵어라!" 하며 칼로 3토막을 낸 조개를 먹는다, 민물조개가 다 그렇듯 말조개도 별 뚜렸한
맛이 없고 그냥 쫄깃 쫄깃하면서 약간 비린내가 났다,
그때 그의 아버지가 오시더니
"고기는 마이(많이) 잡았나? 아이쿠 조개도 잡았구나!" 일꾼이
"조개는 박공장장이 잡아 왔는데 사장님도 좀 드시죠?"
"근데 박군 이눔은 어데 갔노?" 일꾼이 말없이 실실 웃자
"요새 저-쪼(저쪽에) 진주 나가는길 대폿집에 잘 간다미?"
"예! 방금 잡아온 고기 잘 손질 해가 갔심더"
" 이눔이 푹! 빠졌구먼, 능력도 안되는기..." 일꾼이 킥킥대며 웃는다,
"박군 오거든 같이 도가지(술독) 소독해래이!"
"예 걱정 마시소!"
(술독 소독! 술독의 높이는 내키 보다 약간 낮으며, 둘레는 둘이 들어가도 널널할 정도로 넓은데 여름철에는 술이 상하기 쉬우니
우물로 굴려와선 물을 조금 넣고 긴 솔로 빡빡 문질러 씻은 다음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한 사람이 독을 기우려주면 또 한사람이
짚에 불을 붙혀 술독안에 넣어 휘-휘- 돌려준다, 이것은 술독의 미세한 구멍에 숨어있는 술을 변질시키는 잡균들을 태워 죽이는
살균작업이다)
며칠후 또 고기를 잡으러 갔다, 전 처럼 그는 정성스럽게 손질을 해서 싸들고 나가는걸 우리가 따라가 보았다, 그 대폿집은 공장장과 비슷한 또래의 과부인듯한 여자가 주인인데, 그녀는 손질해간 고기로 매운탕을 끓인다,
판자 틈새로 보니까 공장장은 부엌 한켠에서 그녀가 차려준 밥 한술과 그녀의 미소가 담긴 막걸리를 한잔 마시며 아주 행복한
표정이다, 잠시후 과부의 딸인 4~5학년? 정도의 애와 도란도란 얘기한다,
"정숙아! 공부 열심히 해라"
"응- 근데 아직 일기는 안 썼어!
" 일기도 미리미리 쓰야 착한 어린이지"
"치- 아부지는 일기를 어떻게 미리 쓴다 말이고?"
"애고 우리 이쁜 정숙아! 니 공부 열심히 하면 아부지가 이쁜 옷도 사주고 대학교도 보내 줄거야!" 끌어안고 뺨을 비빈다,
"이상하네? 저들은 가족이 아니잖아?" 양조장 아들은 킥킥거리며
"공장장은 고자라 카던데, 어떻게 제가 아부지라지?"
양조장의 모든 직원들이 월급봉투을 받았는데 박공장장은 월급이 따로 없고, 매달 조금씩 저금을 넣어주는것 같았다,
그외 수입으로는 장날 막걸리를 파는 것인데, 사장님이 몇 10리씩 걸어서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술도가 앞에 평상을 펴고
술통과 바가지 두개, 땀 흘린데 염분 보충하라고 툭수바리 가득 소금을 내놓고 목을 축이고 가라는 배려인데...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사람들이 죽치고 앉아 마셔대니 같이 온 부인네 들과 인근 술집들의 항의로 돈을 받게 되었다, 근데 이걸 지킬 사람이 없으니, 공장장에게
"돈을 내면 딱! 한잔만 주어라!" 이것은 그에게 절대절명의 사명처럼 1원이든 5원이든 10원짜리 지폐든! 한잔만 주고 거슬러 주는법도 없고, 물론 외상도 있을수가 없었다, 작은 읍이라 모두들 알고하니 싸우는 일도 없었다,
파장후 그의 전대를 보니 400원이 넘었다, 돈을 받지 안을때 10말 나가던 술이 5말로 줄었고, 술집들의 항의도 없고,
수입도 되고 하니 서기 아저씨가 공장장의 통장에 입금을 시켜주었다, 그렇게 모인 돈이 그의 통장엔 소 세마리는 너끈히 살수있는 상당한 액수가 모였다는데...
그것은 다른 일꾼들의 반도 안되지만 월급과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고 받은 사례금이 거의 전부이고, 그리고 막걸리 판돈이다, 서기아저씨 말로는 (저놈이 가족이 있나? 기집질을 하나? 씰데가 어데있노? 몰라 저놈이 모아서 좋은일에 쓴다니까 계속 모아주는거야)
그리고 방학이 다 끝나갈 무렵 큰 태풍이 한 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읍에는 큰 피해가 없었으나 이웃면은 피해가 상당히 심했다,
산사태와 제방겸 도로인 길이 유실되면서 물이 덮쳐 동네사람이 한 명 떠내려 갔단다,
경찰이 와서 공장장을 데려가게 되었는데 며칠 동안 비가 계속오고 술 배달도 없고하니 대낮부터 술에 취해있었다, 사장님은
" 어이! 박군 가지마! 술도 안깬 상태로 어딜 간다 말이고!"
"사장님! 저 술 다 깼심더"
"정말 겐찬겠나?"
"걱정 마이소"
"물조심 하거래이 그동넨 소(소용돌이)있는거 조심하고" 그는 히죽거리며
"에이 사장님도 지가 한두 번 하는 깁니꺼?"
"마!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캤다, 힘들거든 나와야 된데이"
"예! 다녀 오겠심더' 하고는 갔다,
그리고 두어 시간이 조금 지났나? 박공장장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연락이 왔다, 읍내가 발칵 뒤집어 졌다, 이튿날 아침 이웃 시에서 잠수부들이 와서 공장장과 주민을 건져냈다, 둘다 물에 불어 팅팅 부어 있었다, 잠수부들의 말에 의하면 주민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는걸 끄집어 내려다 그도 나뭇가지에 걸려 나오지 못하게 된것이란다, 사람들은 쯔 쯔 쯔
"박군이 저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닌데.."
"인명은 재천이라잖아..." 시신을 뒤로하고 모래 언덕을 넘어서려는데 울면서 달려가는 꼬마와 그뒤를 따라가는 여자!
그들은 대폿집 여자와 딸이였다, 여자와 딸은 가마니를 젖히고 나즈막히
"아부지 예! 제발 눈좀 뜨시소!" 경찰이 애를 달래면서 끌어내자 발을 구르며 운다, 경찰은 사장님께 묻는다,
"저들은 어떤 관계입니까?"
"아무 관계도 아닐겁니다"
" 혹시 내연의 관계라도?"
"아닙니다 박군에게는 생식능력이 없어요"
"그런데 저 꼬마가 아부지라잖소?"
"그저 외로운 사람끼리 서로 의지하며 살았겠지요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나 보죠"
"예~ 그렇겠군요"
다음날 양조장 마당에 빈소를 차렸다, 뿌리도 모르고 존재의 가치도 없이 살다간 인생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다 끝나갈 무렵 그 모녀가 왔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박공장장의 웃는 사진을 보더니 딸이 흐느낀다,
"아부지~ 잘 가시소! 진짜 우리 아부지는 아니지만 저를 이쁘 해주신 나의 아부지입니다" 하며 누렇게 변색된 크로바로 만든 꽃반지를 영정앞에 놓으며
"아부지예! 아부지가 만들어 제 손에 끼워준 이 꽃반지! 가져가세요, 이 반지를 보면 자꾸 아부지 생각에 눈물이 나서 참을수 없어요, 저를 사랑한 아부지 마음을 잊지 않을거예요..."
모인 사람들의 눈에는 모두 하염없이 주루루 눈물이 흘러내렸다, 피붙이 하나 없는 박공장장 인데...서기 아저씨가 사진을 만지며
"어이! 공장장 자네 딸이 이렇게 왔다네 뭐라고 말좀 하게나! 말좀!" 하며 흐느낀다, 장내는 더욱 울음 바다가 되었다,
사장님은 모녀를 앉히고
" 이 통장은 니 아부지가 남긴 유일한 재산이다, 이돈을 가져 가거라" 모녀는 한사코 받으려 하지 않았다,
사장님은 꼬마의 손을 잡고 꽃반지를 끼워주며
"아가야! 너의 아부지가 이 꽃반지를 끼워줄 때 아무말 안튼? 너를 대학까지 보내겠다며 이 통장에 돈을 모운다고
이 아저씨에게 말했단다!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해서 너의 아부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해라 알겠지?" 그제서야 모녀가 받았다,
다음날 영구차와 함께 화장장으로 떠난 모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끝.
談思 임기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