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은 패턴, 예시, 표본 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παράδειγμα 파라데이그마[*]를 영어화하여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패러다임은 한 시대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방법, 문제의식 등의 체계를 뜻한다. 예를 들어 천동설이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시기에 다른 모든 천문 현상은 천동설의 테두리에서 설명되었다.
예를 들어, 화성과 같은 외행성은 천구를 지나는 특정 기간에 정상적인 공전 방향과는 반대로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기원전 3세기 무렵 고대 그리스 때부터 잘 알려져 있었고, 천동설에 부합하는 설명을 하기 위해 주전원과 이심원을 갖는 천체 모형을 고안하게 되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모형은 이를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다. 반면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행성 간의 공전 주기 차이로 인해 일정기간 외행성이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한다.
토마스 쿤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이론 체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과학혁명의 단적인 예로 제시하였다. 쿤은 이러한 과학 이론의 변화는 어느 한 이론이 그르고 다른 한 이론은 옳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당대 사회 전체가 갖는 신념과 가치체계가 변화한 것이며, 문제 해결 방법이 달라진 것이라 파악한다. 이러한 개념에 따르면 현대의 표준 모형 역시 하나의 패러다임일 뿐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프레임(Frame)은 인간이 성장하면서 생각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생각의 처리 방식을 공식화한 것을 뜻한다. 인간은 어떤 조건에 대해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프레임을 '마음의 창'에 비유되곤 하는데, 이는 어떤 대상 또는 개념을 접했을 때 어떤 프레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해석이 바뀌기 때문이다.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을 '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정의한다. 프레임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에 연결되어 존재하는 것으로, 우리가 듣고 말하고 생각할 때 우리 머릿 속에는 늘 프레임이 작동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지 레이코프가 발표한 프레임 이론(Frame theory)에서 프레임이란 현대인들이 정치ㆍ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 틀을 뜻한다. 정치계에서 선거 전략상으로도 프레임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데, 정치적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때에도 프레임은 유용한 도구가 된다.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프레임과 패러다임 프레임과 비슷한 개념으로 패러다임(Paradigm)이 있다. 패러다임은 프레임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즉, 프레임이 더 일반적인 용어이다. 패러다임의 정의는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이다.
통상 패러다임은 대규모의 인식체계를 말하고, 프레임은 소규모의 인식체계를 말한다. 프레임이 나타나는 데는 패러다임이 영향을 주게 된다. 천동설과 지동설이라는 지구과학적 지식에 따라 인간의 세계관이 달라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보통 패러다임은 어떤 법칙과 같은 형태로 인식되고 프레임은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싼 것은 비지떡이다'라는 생각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프레임'이고, '물질은 입자임과 동시에 파동이다'라는 양자역학적 개념은 보편적인 상태를 이야기하는 '패러다임'이다.
편집을 하면서 정치 관련 기사를 접하다 보면, 쉽게 납득되지 않아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게 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할까? 왜 복지 정책을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할까? 문제는 ‘프레임’에 있다. 프레임(frame)이란 ‘틀’이나 ‘뼈대’란 뜻인데, 창문이나 액자처럼 특정 부분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한다.
결국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프레임을 통해 현상을 바라본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한다.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어떤 프레임을 걸어야 표를 얻을지 궁리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인 조지 레이코프(인지언어학자, 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 라는 말을 던진 뒤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떠올릴수록 오히려 코끼리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레이코프는 학생들이 ‘프레임의 덫’에 갇혔다고 표현한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프레임에 갇히는 경우도 있다.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퇴 압박을 받던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기꾼’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를 사기꾼으로 인식했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제가 MB 아바타입니까?”라고 안철수가 몇 번 외치는 순간, 그에게 ‘이명박(MB)의 아바타’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도 마찬가지다.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보와 보수는 다양한 사안에서 프레임으로 대립했다. ‘민주 대 독재’ ‘평화 대 냉전’ ‘서민 대 부자’ ‘유능 대 무능’ ‘친일 대 종북’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프레임은 특히 시대정신과 어우러지며 대중의 욕망과 부합할 때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위드 코로나 시대’ 2022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민주당 이재명은 ‘능력’을, 국민의힘 윤석열은 ‘공정’을 내세우며 프레임 전쟁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