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 시인 세번 째 시집 『귀는 눈을 감았다』
박철영 ・ 2021. 1. 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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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최근에 《시산맥》에서 나왔다.
<울음의 빛깔>
울음의 날개가 밤새 퍼덕이는 날
어떤 터널을 건너가고 있는지
울다가 멈추고 다시 울기를 반복하며
새우잠을 자는 울음중독자
가느다랗게 떨리는 피아노 현의 울림과
구부린 자세가 만나 울음을 완성한다
바닥을 뛰어다니는 피아노소리가
가문비나무를 지나 층층나무로 건너간다
가늘고 긴 머리칼을 닮은
울음은 캄캄한 잿빛이다
먹먹한 문장이다
어떤 문장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저 울음은 아린 기억을 다 쓰기 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헛되고 헛된 시간을 견디는 방식으로
어둠이 번지고
나는 그녀의 울음 빛깔을 귀로 본다
<타인의 무늬>
무얼 그릴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흰빛을 사랑하지만 온몸에
여러 빛깔의 물감을 덧칠합니다
붉고 검은 얼룩덜룩한 무늬들
호피문양이 그려집니다
타인이 되기 위해 나를 지우고
타자가 될 각오를 단단히 합니다
울창한 숲에 이르러 몸을 낮추고
엉거주춤 무릎을 구부립니다
온몸에 번지며 덧입혀지는 상처의 빛깔
분노로 가득한 흑갈색 매서운 눈동자
허연 수염 사이로 흰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으르렁 포효합니다.
나비가 날아가고 새가 날아가고
후다닥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
일그러진 입을 그리고 마무리합니다
보디페인팅이 사방으로 흘러내립니다
#김은우 시인 약력
광주 출생.
1999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바람 도서관』,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씨겨주다 보았다』 가 있음.
2015년 전남문화예술재단기금 수혜.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출간.
2020년 전남문화예술재단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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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우 시인 세번 째 시집 『귀는 눈을 감았다』
박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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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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