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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1. 여기에 있는 모든 캐릭터는 가상의 인물이다.
2. 대부분의 이야기는 부도지(符都誌)에 바탕을 두었지만 정사의 기록과 일치하지 않는다.
3. 경상도 전라도 등 각도 사투리는 천축(天竺) 왕족 언어 "끄샤트리아" 와 일치 한다.
4. 인물이 주는 캐릭터는 독자의 상상력이 더 중요하므로 일체 제작하지 않는다.
5. 이 이야기는 '환단원류사'에서 발췌하여 소설로 독립시킨 작품이다.
神於 아이들
천명을 받다
1
천제궁은 돌로 둥글게 나즈막한 담장을 쌓고 사방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게
크게 터 놓았다. 그 넓이는 직경 100보 정도 돼 보이는 스투파(Stupa)처럼 생긴 궁전이다. 한자어로 소도(蘇塗)라 한다. 그 어원은
산스크리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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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ha^pati, 소또 빠띠'이다. 곤륜에서 채석한 돌을 다듬어 중앙에 정방형으로 집을 지었다. 마치 커다란 탑을 보고
있는 듯하다. 지붕에는 첨탑을 쌓고 아홉층 맨 꼭데기에 커다란 옥구슬이 올려져 있다. 옥구슬은 해가 뜨면 마치 하늘에 두개의 태양이 뜬 것처럼
밝게 빛났다. 神께서 직접다스리는 평화의 시대는 궁전을 지키는 사람도 없다. 누구나 천제궁에 와서 천제님께 경배할 수 있었지만 천제님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천제궁에 모여들었다. 금루는 일반인들이 경배할 수 있도록 항상 개방되어 있다. 가깝게는 이웃에 사는 백성들부터 멀리는 만리 밖에서 사신들이 이 금루를 찾아와 환인 천제께 경배했다. 금루에 들어서면 정면 중앙에 큰 거울이 걸려 있다. 곤륜에서 나는 옥석을 둥근 방패처럼 깍아 광을 낸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천경(天鏡)이라 불렀다. 환인천제는 거울속에서 지내기 때문에 특별히 천제님께서 잠자는 침실 같은 것은 없다. 궁전이라 하기에는 조금 초라해 보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북적 거리는 사이로 환웅이 소리치며 "파룡주장 납시오." 그러자 사람들은 모두 물러서며 파룡선생께 정중하게 절을 올렸다.
"허허, 아침 일찍도 나왔구나! 모두들 어인 일로 이렇게 일찍나와 있느뇨?" 청중은 다름아닌 서자지부의 巫人들 이었다. 그중 육약비가 나서며 공손히 절한다.
"파룡선생님께 삼가 문안 드리옵나이다." 그러자 파룡은 많이 듣던 목소리에 눈이 커지면서,
"육약비 아닌가 언제 천보산에서 내려왔느냐?"
"어젯밤에 왔습니다. 신 육약비 환인천제님께 긴급히 전할 말씀이 있어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천보산에서 난리라도 난 것이냐?"
"그것이 아니오라 그저께 밤에 마고산에 큰 불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이는 저희들이 보는 천문 관측으로는 예견 할 수 없었던 일이라, 장차 천제울국에 큰 변고가 있을 듯해서 이렇게 달려와 천제님께 아뢰고 방책을 묻고자 왔습니다."
"별이 떨어진 것은 나도 알고 있느니라, 그것은 똥불이다. 똥불이 제법 크더구나 아마도 그 일대는 불바다가 됐을 거야. 천제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실 것이야. 아무튼 긴급한 상황을 빨리 알리기 위해 달려온 것은 잘한 일이다만 천제를 뵙는 시간은 자정과 정오이니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모두들 새벽까지 달려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환천제는 오늘 정오(正午)에 저 거울 속에서 나올 것이니 그리알고 모두 물러갔다가 정오(正午)에 다시 오너라. 그리고 이렇게 우루루 몰려올 필요는 없다. 서자부에 지소와 서운관에 육약비 그리고 환웅 세 사람만 금루에 오너라." 하고서 파룡은 불현듯 거울로 다가가더니 손을 쑤욱 집어 넣고서 그만 거울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이 광경을 본 육약비는 깜작 놀라며 사람이 어찌 거울속에 들어가는가 싶어 호기심에 거울을 한번 만져 보았다. 그리고 '톡톡' 두들겨도 보았으나 보통 옥돌과 다른 점은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 동안 생각하다가 파룡이 한 것처럼 손을 쑤욱 내밀고 머리를 거울에 냅다 들이 박았다. "과앙~~~~"하고 소리만 날 뿐 거울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이마에 혹불이 생겨버렸다.
"하 하 하" 사람들이 웃으며 즐거워했다. 운사(雲師) 육약비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육약비는 양손으로 길게 늘어진 히끗히끗한 수염을 만지면서 약간은 인상이 찌푸려지며,
"세상은 호기심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 나는 이번에 떨어진 똥불을 구해서 자세히 살펴볼 참이다. 내 머리에 난 이것은 호기심이지 혹불이 아니다. 궁금한 점을 해결했으니 그 보상치고는 가벼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대들은 지금 서자부로 돌아가고 파견대장 지소를 오시까지 금루로 오라고 전하라." 그중 巫人'대포'가 나서며,
"예, 운사(雲師)어른, 파견대장은 지금 쯤 이곳으로 오고 있을 것입니다. 잠깐 집에 들렀다. 곧장 온다고 했으니 곧 도착할 것으로 알고 그만 소인들은 물러가옵니다."하며 '대포'와 巫人들이 서자부로 돌아가고 육약비와 환웅은 다시 마주쳤다.
"하하하... 운사(雲師) 육약비였군요.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다시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환웅이라고합니다." 하면서 환웅은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러자 파룡선생과 함께 나타난 환웅을 보고선 정말 환인천제님의 아드님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고,
"아닙니다.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하는데 정말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두 사람은 어느새 친구처럼 대화하며 오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운사(雲師)님은 아까 똥별을 연구하겠다고 하던데 그러다 변고라도 당하면 어찌하시려고"
"그렇지 않아요. 별은 생명체입니다. '수타라카' '비여라'가 무엇입니까? 생명체가 흩어졌다가 모여있는 것을 말하지요. 그러므로 별은 하늘에서 생명을 싣고 옵니다. 그러니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파룡사부님은 누군가 귀하신 몸이 죽었거나, 천제울국에 큰 변고가 생길 것이라 이야기했는데..."
"별이 떨어진 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죽겠지요. 그러나 마고산에는 사람은 없고 끝이 없는 빙해만 있을 뿐입니다." 환웅은 다시 몸서리쳐 졌다. 그 자리에 천웅이 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참! 아까 별은 생명을 싣고 온다고 했잖아예"
"그랬지요."
"그럼 불덩어리가 생명체라는 말은 좀 이상하지라."
"그렇지 않아요. 우주에 먼지는 큰 것과 작은 것을 구분하지 않아요. 단지 흩어져 있던 것들이 서로 당겨서 점점 크지는데 그때 높은 열이 발생하고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탄생합니다. 그것은 하늘과 땅이 합궁하는 것입니다. 그저깨 떨어졌던 똥별은 지구가 당기는 힘에 이끌려 온 것이고 규모가 작은 것입니다. 다행히 빙해 위에 떨어졌으니 큰 폭발도 없었을 것이구요. 그 속에서 어떤 생명체가 나타날지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큰 폭발을 하는 동안 뜨거운 열기 속에서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생겨나고 그것이 식으면서 처음에는 돌 같은 것이 생기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 나옵니다. 그래서 '수타라카' 또는 '비여라'라고 한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처음에는 우주 먼지 불과 했지요. 태초에 마고께서 실달성을 천수지역에 떨어드린 것은 바로 똥별 이었습니다. 그리고 카라쿠리 호수도 똥별이 떨어진 자리이지요. 아마도 마고성은 그때 다 녹아서 없어졌을 것입니다."
환웅은 대단히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그걸 어떻게 다 알고 계시온지...?"
"네, 그건 서운관에서 전통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이지 내가 밝혀낸 것은 아닙니다. 안파견환인께서 처음 서운관을 세우고 그렇게 가르쳤으니 아마도 그 이전 시대 때부터 그렇게 인식했다고 봅니다. 간지 천문학도 그전 시대부터 있었던 것을 다시 연구한 것 이거든요."
"와아! 대단하시네예, 사물을 보는 눈이 확실히 다른 것 같네예, 그래서 서운관에 총책임자로 임명되셨지예,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대하겠심미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곤륜에 간 것은 파룡선생님을 모시러 간 것입니까?"
"아! 그건 아니고, 제가 그냥 하산도 하고해서 사부님이니까 인사하러 갔지요. 이곳이야 어제 왔어도 오늘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남은 시간을 활용한 것입니다.
"그럼 천제님을 뵙는 시간이 따로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심미다. 원래는 하늘문이 열리는 자정에만 보다가 저기 천경이 만들어 진 이후 정오에도 볼 수 있게 되었지예."
"도대체 천경은 무엇으로 만들었기에 양천제께서 거울에 들어갈 수 있는지요?"
"저건 곤륜에서 나는 가장 큰 옥돌을 둥글게 깍아 칠년 동안 돌과 물로 갈아서 만들었어예."
"그 속에는 산수(山水)와 해달(日月)이 있어 입신(立神)한 사람에게는 보일 뿐만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예."
"그럼 우리 같은 사람은 언제 쯤 들어갈 수 있을까요?"
"하하하! 그거야 본인이 얼마나 노력 하느냐에 달렸겠지요. 양계 천제님은 본래 하늘에서 내려온 神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와는 태생이 다릅니다. 그러니 부러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린 그저 인간으로서의 도리에 충실하면 되지예. 아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끼라요."
"아니! 환웅 선생은 천제님의 친자이신데 하늘에서 내려 온 게 아닙니까?"
"우리 오메는 막지(莫知)입니더, 여기서 서북쪽 끝에 있는 웅이용문(熊耳龍門)의 웅가(熊家)에서 환인 천제님과 결혼하고 저희 두 형제를 낳고 얼마 전에 승천하셨어예. 우리 오메는 땅이고 아부지는 하늘이라예 옛날에는 그렇게 결합해서 생명이 많이 태어났다 카더라구예."
"어흠 그러면 상원부인(上元夫人)이 환웅 선생의 어머님이셨군요."
"우리 오메를 아세요."
"알다 마다요. 저는 그 어르신께 곤계수를 배웠습니다. 참, 아름다우시고 자상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승천하셨군요."
"그래요, 참 오래 사셨어예. 아홉 번 환생하고 천수를 다하여 승천했심미더. 우리 오메는 땅에서 나신 분 중에 가장 오래사셨다고 하데예."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환웅 선생깨서는 곤수계를 마치고 천수계까지 모두 이루신 것 같습니다. 어쩐지, 그 시간에 곤륜으로 들어간다 했지요. 내 생각도 환웅 선생이 보통은 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까지는 미쳐 생각못했습니다. 이제보니 神人을 뵙게되었습니다. 참으로 영광입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재미있게 이야기하는데 서문으로 지소와 따옥이 들어왔다. 따옥의 머리 위에는 삼베로 덮은 소쿠리를 이고 있었다.
"아니, 사람들이 모두 어디갔지, 벌써 금루에서 환인천제님을 뵙는 것인가? "
지소는 급한 마음에 금루에 달려 갔다. 금루는 지금의 대웅전에 해당하는 본관으로 금루문은 문짝이 없고 아치형의 돌을 쌓고 그 위에 석회를 발라 금으로 색을 칠한 화려한 개방형 출입구이다. 지소가 들어서니 안쪽 중앙에 걸린 천경 앞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니! 이게 누군가? 환웅이 돌아왔네, 육약비도..., 이 친구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이렇게 두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게 될 줄 생각도 못 했지."그러자 육약비가
"자네 오다가 서솔들을 만났는가?"
"아니! 못 만났어, 그 보다 우리 손부터 한번 잡아보자." 환웅과 육약비 지소 세 사람은 무척 반가워하며 얼마 동안 안부를 묻고 환담을 나누었다.
"그런데 내가 보낸 서솔들은 다 어디에 있나?"
"응, 내가 다 돌려보냈다네, 파룡사부께서 나와 지소 환웅 세 사람만 정오에 오라고 했어, 그래 여기서 정오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야."
"나야 뭐 지금 환대인이 안계시니 '서자지부 대행'으로 부른 것 아니겠어, 그나저나 난, 환대인이 잘못됐을까 봐 그게 걱정이야. 우리가 한번 뒤따라가서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환대인은 시험중이니 우리가 개입할 일이 아이다. 힇야!" 환웅이 그렇게 얘기하자, 지소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환웅, 마이 변했네 성님이 죽었다캐도 눈 하나 꿈적 안하는걸 보니."
"아이다 힇야, 나도 미칠지경인데 그만 사부님께서 괜찮다고만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사부님만 믿고 있는 거지."
"아니, 환대인이 어디갔는데" 육약비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귀가 솔깃해졌다.
"아아, 환대인은 지금 천웅을 받아 허달성에 갔다네, 허달성에 가서 물의 근원을 살피고 오겠다고 천제님께 주청했어. 그레서 보냈나 봐."
"아니! 그러면 그 사지에 가서 죽으라는 말이잖아."
"쉬잇, 말조심... 천경속에 천제님이 계셔."
"그렇지, 말조심 해야겠네."
세 사람은 '하하하' 웃고 있을 때, 금루문에서 따옥이 머리에 왠 소쿠리를 이고 들어온다.
"야! '지소' 의리 없이 혼자 내빼면 어떡해"하며 따옥이 삐친 얼굴로 세 사람 앞으로 다가온다. 약간은 놀랍고 수줍은 듯,
"아! 안녕하세요." 하고 소쿠리를 이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육약비가 "아, 뭐해 무거운가 봐 내려 줘야지..."
그러자 지소는 깜빡한 듯 눈이 휘둥그래지며,
"여보 미안해 친구를 만나니 너무 반가워서 당신하고 같이 온 것도 잊어버렸어, 그래 소쿠리 이리줘." 이미 김빠진 따옥은 두눈을 흘기며 지소에게 소쿠리를 넘겨주었다.
"어휴! 신랑이란게 한 몇 년 바깥 바람 쐬고 오더니 영, 이젠 사람도 몰라보네. 그래 가지고 무슨 나랏일을 본다고 그래." 하면서 남편을 쏘아 본다.
"여보 미안해. 여기 친구들과 천제님도 계신데 꾸중은 집에가서 들을게 그러니 지금은 용서해줘 응, 따오기~" 잠시 침묵이 흐르다. 세 사람은 크게 "하하 호호"하며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젊은 시절 한때에 모두 곤륜산에서 수계하던 동문이라 허물도 없고 얼굴만 보면 농담을 은근히 즐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뭘 그리 무겁게 한 광주리 담아 왔소." 하면서 환웅이 물어본다.
"안녕하세요. 환웅선생님."
"아니예요 선생님은 뭘, 당치도 않습니다. 제...제가 형수님이라 부를게요."
"아니 뭘 새삼스럽게 형수라고 해요. 그냥 따옥이라 부르세요. 우린 같이 공부한 사이 인데 나이 차이가 나도 다 친구랍니다."
"하 하 하 고맙습니다. 형수님"
"네예! 그냥 이름만 부르래두요."
"그 그러지요"
"자, 맛있는 밤이요. 다 함께 밤 뭅시다." 따옥은 사트리를 썩으며 분위기 전환을 시킨다.
그러자 육약비는 "아니 이렇게 많은 밤을 어떻게 우리 넷이서 다 묵노."
"그러면... 육약비님, 서솔들은 왜 돌려보냈어."하면서 따옥은 또 눈 흘기며,
"잔소리 마라, 육약비 너 오늘 이 밤 다 못 묵으면 남은 밤은 모두 똥구멍에 쑤시 뿐다."
"아이고 겁나네 그럼 서솔들 몫까지 내가 다 먹어볼까?"
소쿠리에는 스무명 정도가 먹을 수 있는 많은 양의 뭉쳐진 밤이 담겨져 있고 밭에서 아침에 따온 상추도 있었다. 이전원에서는 엄마가 해주는 먹는 음식을 밤(Vam)이라 했다. 그것은 어머니 젖이라는 뜻인데 오늘날 밥이라는 말이다.
환웅이 뭉친밤을 먹어보며, "아! 이건 '살리'아이가, 와아! 이렇게 귀한 거를 어데서 구했노? 비쌀낀데..."
"참! 마이아네, 그건 부상국에서 온 거야. 몇 해 전에 환대인이 가져왔는데 이걸로 농사를 지어 보라더군 '살리'는 맛있고 윤기가 나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그런데 여긴 비가 자주 안와서 '살리' 농사는 어렵다고 모두들 포기했데, 그래서 오늘 새벽에 찧어서 이렇게 밤을 지었지."
'살리'는 중국 남방에서 계절풍을 타고 부상국에 전래 되어 부상국의 융성한 지기(地氣)위에서 자란 '자포니카' 계통의 일 년생 벼를 가리킨다. 흔히 '쌀'이라 하지만 어원은 '살리' 또는 '라이'이다. 밥을 지으면 윤기가 나고 찰져서 소위 '안남미'라 하는 남방 쌀 보다 맛이 좋다.
그렇게 넷은 오랫만에 하나가 되어 맛있게 밤을 먹었다.
"환웅이 너, 파룡사부님께 갔었나?" 지소가 물었다.
"응, 어젯밤에..."
"그런데, 사부님이 요새 부쩍 자주 나타나셔, 그리고 천제님도 자주 만나는 것 같아, 뭔 일이 생기긴 생겼나 봐."
" 아이참, 지소 힇야도 그런 걱정 하지마라. 어저깨 아무 말씀도 안했다."
지소가 환웅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속삭이듯, "그래, 너, 파견사 떠나라고 안하던..."
"어! 힇야가 그거 우째 알았는데..."
"흠 흠! 다 아는 수가 있지." 지소는 헛기침하며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서 힐끗 환웅의 곁에 누워있는 용육장을 보더니,
"아니! 이건,,, 파룡사부님이 지니고 다니시던 건데, 니가 어떻게...?"
"아! 이거, 사부님께서 내게 주셨어. 그리고 죽을 고비가 생기면 이걸 사용하래, 그러면 용육장이 도움을 줄것이라 했어."
"오! 그래 이제 영 도사님 티가 나는 구나. 너, 축하한다. 파룡사부님께 세상에 둘도 없는 선물도 다 받고 말이야."
육약비는 배가 고픈지 두사람의 대화는 듣지도 않고 신나게 밤을 양손에 집어들고 냠냠 맛있게 먹고 있었다.
"육약비, 좌우간 너 이밤 다 묵어라 알았제?" 따옥의 잔소리에, 양볼이 개구리처럼 불룩 튀어나온 채로.
"야, 말시키지마 다 먹을께"
환웅은 어젯밤 글자가 생각나 밤을 먹으면서 지소에게 물었다.
"지소 힇야, 내 물어 볼게 있다."
"뭐?"
"동방 글자라 카는 거 본 적 있나?"
"동방 글자... 그거는 간지 비슷하게 생긴거 아이가! 사부님이 좀 쓰더라. 나는 하나도 모르지." 그러자 육약비가 끼어들며,
"동방 글자는 어떤 놈이 곤륜산에서 만들어 가지고 서운관에 가지고 왔길래 제법 간지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좋다고는 했지만 장차 말이 흐트러지면 분열이 생기게 되니 이런 것은 쓰지도 말고 만들지도 말라고 타일러서 보낸 적이 있어." 그러자 환웅이,
"그래예! 그런데 파룡사부께서는 어떤 학자들이 만들어서 동방으로 가져갔다고 하시면서 장차 동방에 큰 지혜의 문을 열어 줄 것이라고 했는 데예..."
"뭐!!!" 하면서 세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육약비는 다시 정색을 하며,
"그건 그렇치 않아요. 말과 글이 달라지면 같은 말을 쓰는 사람끼리 어울리게 되어 서로 분열을 일으키게 되겠지요."
"그것도 사부님께서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하셨어요."
육약비는 목에 더 힘주어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글(契)이라는 것은 천제울국에서 공식적으로 만들어 천하에 공표해야 하는 것이지 아무나 함부로 만들어 쓰면 천국의 존엄성도 떨어진단 말이오. 간지를 보세요. 옛날에 지갱천황께서 천제울국표 간지를 만들어 공식적으로 발표하니 지금 전 세계가 같은 율력과 천문을 쓰고 있지 않습니까? 하물며 글자 같은 것은 천국에서 만들어야지 아무나 만들면 세계는 점점 분열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자 지소가 말을 받았다.
"그래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없는 글자를 어떻게 만들어 내겠나? 앞으로 홍수를 다스려야하는 막중한 책임도 생겼는데 이것 참 난감하게 됐구먼. 글자가 지혜의 문을 크게 열어 준다면 굳이 우리가 파견사로 나가지 않아도 되지 않겠어!"
그러자 모두 꿀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히 생각만하고 있는데 곧 환웅이 결론을 내었다.
"그 애기는 나중에 우리성님이 오면 같이 모여 다시 토론해 보는 것이 좋겠심미더. 그렇게 합시더."
환웅의 말에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 지소는 새롭게 만들게 되는
글자의 이름을 '싸스-끄릿다'라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 뜻은 'Sas-Krita' '써서 그렸다'는 뜻이다.
*'싸스'는 말과 행동을 실천하기 위한 행위 즉, 논(論)이라는 뜻이고 '끄리'는 끌, 흠집을 내는, 긁어내는 등의
뜻이다. 그러므로 산스크리트는 정확하게 글자라는 뜻과 상통한다.
그럭저럭 육약비가 열심히 먹는 바람에 소쿠리가 거들났다. 이를 바라보는 따옥이,
"야! 먹는 꼴보니 걸신이 따로 없구만, 그걸 다먹네?"
"나야 뭐, 먹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야, 그거 이제 알았어? 이놈에 밤은 목구멍에서부터 살살 녹아가지고 그냥 물처럼 들어가지."하고 육약비가 되 받아 쳤다.
"어이구 경사났구나. 그게 비정상이지 정상이냐."
"정상 비정상 아무것도 아니야, 내겐 그저 사정상이야."
"와하하하 사정상!!!!" 하면서 또 웃음바다가 터졌다.
환웅은 지소가 파견사 일을 알고 있는 것과 천웅이 마고산에 갇힌 것 그리고 홍수를 다스리는 등 여러가지 일들이 머리 속에 떠올라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참, 그라고..." 환웅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따옥이 소쿠리를 챙겨 일어서며,
"자아! 일들 보셔 난 이제 갈라요."
"아니! 벌시로 갈라고"하면서 육약비가 거드는데,
"이렇게 할 말 많은 사람들 앞에 내가 있으니 쬐끔 걸 거적 거리지야."
"그래 시간도 다 되가는데 당신은 먼저 가는게 좋겠어."
"그래요. 난, 갑니다. 나랏일 보느라 수고 많으신 도사님들 안녕시야."하고 인사하며 따옥은 금루를 나섰다.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알 수 없어 세 사람은 연신 거울 쪽으로 고개 돌리며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마당에 세워 둔 솟대의 그림자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동문으로 들어온 햇빛은 어느새 남문 쪽에 가 있었고 하늘 높이 떠올라 천제궁 구층 보탑위에 오르니 소또^빠띠(stha^pati)의 긴 그림자도 사라졌다. 구슬이 태양처럼 빛을 반사하니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뜬 것처럼 빛났다. 천제궁으로 큰 빛이 들어와 사방이 환해졌다. 천경에서 '웅~~~'하면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천경에 빛이 당도하니 소리가 그치며 환인천제와 파룡선생이 그 속에서 나왔다. 하루의 시간을 알기에는 정오의 해시계만큼 정확한 것은 없을 것이다.
천제님을 뵈옵는 세 사람은 엎드려 세번 절하며 읍하고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
"상계천제폐하께 신 등은 문안드리옵나이다."
"어서 오너라 먼길 오느라 수고 마이했다." 하면서 육약비와 환웅, 지소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마치 아버지가 아이를 대하듯 온화함을 느끼며 세 사람은 표정은 맑은 하늘처럼 환해졌다.
"그래 아침 일찍와서 여태 밤도 안묵고 기다릿째, 옛날 같았으면 밤샘에서 찌찌나 퍼와스리 마시면 되는데 요즘은 몸소 노력하지 않으면 배도 고픈 세상이니 참! 천지가 개벽하고 세상도 마이 변했다. 배고플끼라 오늘 면대는 일찍 마치겠노라. 가서 밤무라." 하고 천제께서는 아무런 하명도 없이 면대를 마치려 했다. 깜짝 놀란 육약비가,
"상계천제폐하께서 소인들이 밤 먹는 거 다 보셨으면서 어찌 그리 황공한 말씀을 내리시옵나이까?"
"육약비야, 너는 무엇을 먹었느냐."
"예,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먹으면 살로 가는 '살리'를 난생처음 먹었습니다."
"그래, 그 맛이 어떻더냐?"
"살살 녹았습니다."
"음, 얼마나 묵었는데."
"예, 주먹으로 한 열 댓개는 먹었습니다."
"앞으로 '살리'를 계속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느냐?"
"예, '살리'는 흑소씨가 계신 곳에서 처음 나와 바람을 타고 번져 지금은 부상국에까지 퍼졌사온데 현재의 지기(地氣)로 보아 생산량은 적어도 부상국의 것이 제일 맛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바 부상국으로 가면 피가되고 살이되는 '살리'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곳에도 '살리'를 심으면 되지 않겠느냐?"
"상계천제폐하, 이곳은 비가 오지 않는 척박한 사막이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살리'농사는 불가하옵니다."
"내가 천수의 물을 풀어 이전원을 적셔주면 어떻겠느냐?"
"그것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줄 아뢰오."
"지금까지 잘 맞추었다. 육약비는 서운관의 총수로 천문과 지리에 통달했느니라. 그럼 끝으로 천수의 물을 풀면 왜 안되는지 말해보라."
"소인 황공하옵게도 상계천제폐하께서 칭찬하시니 몸 둘 바를 알 수 없습니다. 삼가 천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운하를 파야 하고 운하를 파는데 많은 인력이 있어야 하며 인력이 있다고 해도 종자를 구할 수 없습니다. 대저 농사라 함은 천하지대본으로 인력으로만 할 수 없는 것이옵니다. 천지의 기운이 종자를 결정하는데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야 '살리'가 잘되는 것은 하늘에 기운을 따르는 것인데 사람이 자연을 거스르는 일은 많은 인력과 물자에게 수고를 끼치게 되어 실리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종자는 하늘의 뜻에 따라 그 생사를 결정하게됩니다. 둘째로 지기(地氣)가 물을 머금고 수기(水氣)를 상승시키고 화기(火氣)를 품으면 만물이 생성하지만 이곳 이전원은 수기(水氣)는 밑으로 빠지고 화기(火氣)는 상승하므로 불의 땅이 됩니다. 그러므로 농사짓기 어려운 땅이지만 천혜의 길지라 예로부터 천산과 곤륜산에서 그 물길을 터 주었으므로 밀, 보리, 콩, 포도 등 일부 작물만 가능할 뿐 그나마 물이 없으면 불가능 하옵니다. 천해의 물을 끌어오고 지하수를 개발해도 그 일은 인력이 해야하는 것이며 하늘이 내리는 빗물만큼 풍부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인위적으로 시행하면 크게 실패할 것입니다. 천수의 물을 풀어 사막을 옥토로 만드는 것도 불가하옵니다. 지금의 태극마칸사막 밑에는 커다란 바다가 있습니다. 그 바다의 물은 영원히 지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 태극마칸은 바다였습니다. 그러나 지기(地氣)가 순환하여 그 곳에 물이 모두 지하로 빠졌습니다. 천해의 물을 이곳에 풀어도 태극마칸이 다 마셔버리기 때문에 공연한 수고만 할 뿐입니다."
막힘없이 터져 나오는 언변에 세 사람은 많이 놀랐다. 오히려 홍수를 다스릴 사람은 운사가 아니겠는가? 하면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파룡은 내내 눈만감고 육약비의 말을 경청하는 듯 했지만 사실은 가만히 선 채로 자고 있었다. 코에서 바람이 '쑹'하며 나오면서 큰 풍선 하나가 만들어졌다. 환인천제는 손톱으로 풍선을 트드리며,
"그런데 육약비, 넌 밤을 너무 많이 먹었지 않느냐?"
"황공하오나 소인은 하계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100일 동안 햇볕을 보지않고 살았는데 어느날 사부님께서 자고 있는 소인을 깨우더니, 다 죽어가는 놈을 살렸다고 하면서 하산하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먹는 것이 목구멍에 도달하면 바로 죽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사부님은 제가 걸신(乞神)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자고 있던 파룡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소리쳤다.
"네, 이놈 니가 언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었냐, 넌 딱 99일 동안 먹고 마지막 날에 굶어서 죽었느니라. 이런 다 죽어가는 놈을 살려놓고 보니 하루가 모자라 그만 하산 시키고 그 공력이 아까우므로 걸신(乞神)이라도 내려 장차 큰 일에 쓸려고 했다."
육약비는 어이쿠, "사부님께서 100일째라고 하신 말씀이 그 뜻이 아입미꺼? 아이고, 죽을 죄를..."
"어허, 그런 일이 있었구려." 하면서,
"운사(雲師) 육약비(陸若飛)는 장차 환웅을 도와 동방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풍백(風伯) 석제라(釋提羅), 우사(雨師) 왕금영(王錦營)도 동방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육약비는 왕금영과 석제라와 함께 각각 서자 3천씩 총 9천을 모집하여 상계 4,455년 정월 대보름까지 천제궁으로 집결하라."
"상계천제페하의 명 받들어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그리고 육약비는 더 할말이 없더냐?"
"상계천제폐하, 신 육약비 삼가 똥불이 떨어진 일로 아뢰오."
"그저깨 밤, 마고산 북서쪽 허달에 똥불이 떨어졌습니다. 그 규모는 알 수 없으나 밝기만 보아서는 백보 이상은 되는 큰 별이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천제울국에서는 장차 일어날 일에 대비 하시옵소서."
"똥불은 생명이니라 만물의 근원은 똥불에서 태어난다. 이를 명심하라. 궁극적으로 우리가 찾고자 하는 물의 근원도 똥불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태고적 일이므로 상고할 바 없느니라. 그 똥불이 허달에 떨어진 것은 하늘과 땅이 교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이 일어난 후에 물이 생길 것이며 물이 생한 후에 비가오고 그런 연후에는 바람이 일어난다. 운사(雲師) 육약비(陸若飛), 우사(雨師) 왕금영(王錦營), 풍백(風伯) 석제라(釋提羅)는 장차 천제울국에 일어날 지도 모르는 재난에 대비하라. 고통을 이기는 것은 새 생명을 탄생시키려는 옴마니의 산통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일은 선천의 역수가 원시로 돌아와 이젠 인간 세상을 열어야 하므로 하늘이 그렇게 행한 것이다."
"육약비는 들어라."
"예 분부 내리시옵소서."
"너는 마고산에 먼저가서 불똥을 구해 천보산으로 가라 그리고 우사, 운사, 풍백은 빠른 시일 내에 불똥을 연구해서 나에게 가져오라. 그리고 재난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쟁기와 수굼푸, 괭이를 만들고 들것을 준비하라."
"폐하 수굼푸 괭이 같은 도구는 텰(鐵)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어찌하오리까?"
"나도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동방에 갈석산까지는 너무 멀어 조달이 어려울 것이니 내가 찾아보겠노라. 텬(天)과 비여라(星)를 합치면 텰(鐵 . Steel)이 되니 혹시라도 별똥 속에 텰(鐵)이 발견되면 그것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
"폐하 천금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리옵고 충심을 다하여 보답하겠나이다." 육약비는 엎드려 절하고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다시 엎드렸다.
"자, 여기 모두 와서 앉지."하면서 천제는 천경 앞에 있는 돌계단에 앉았다. 돌계단의 높이가 제법 의자만해서 앉아 쉬기에는 편해보였다.
"폐하 저희들은 여기에 엎드려 있는 것이 좋습니다. 분부를 거두어 주십시요." 그러자 파룡이 거들며,
"그라만 허리 쭉 피고 쪽바로 앉아라 그래 쑤구리고 있으이끼네 보기 영 안 좋타카이"
그러자 세 사람은 모두 정좌하며 바닥에 편하게 앉았다.
"상계천제폐하 신 파룡 한 말씀아뢰오."
"이 사람, 세삼스리 왜 그렇게 예를 갖추는가? 불편하이."
"아입니다. 아그들 보는데서 어른이 체통을 잘 지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뭔 말씀을 하실려고?"
"이제 몸도 다 늙었는데 어디 앉는 의자와 탁자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참 농담도 잘 하시네..., 파룡은 아직 정정하오."
"아니오, 그럼 천제는 왜 자리에 앉았습니까?"
"아그들이 쑤구리고 있으니 불쌍해서 그래! 내가 이렇게 앉아야 야들이 편하게 앉을 것 아닌가?"
"하기사 그것도 그러내, 이왕 말 나온 김에 옥좌하나 마련하시지요."
"말씀 마시게, 옥좌를 마련하려면 백성들이 얼마나 고생해야 하겠나? 그건 고혈을 짜는 일이야 그렇다고 체면에 직접 마련할 수도 없거니 또 한개로는 안돼 두개 여야 되니 차라리 그냥 여기에 앉는 것이 좋아, 저 천경하나 만드는 데도 칠년이나 걸렸는데 일년에 도대체 며칠 쓸거냐구? , 여봐라 환웅!" 하면서 천제는 돌계단에 앉아 지엄하게 큰 목소리로 불렀다.
"예~이. 신 환웅 상계천제폐하 분부 받들고자 대령하였습니다."
"너는 긴말 할 것 없고, 지금 지소와 함께 이 길로 나가 곧장 허달성으로 가서 천웅을 데려오라, 그곳은 목숨을 빼앗아 가는 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너희 셋이 힘을 합해 그곳을 빠져 나오도록 해라. 만약에 천웅이 죽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소생시켜야 하느니라. 두 사람의 기운은 곧 천지의 기운이 조화를 이룰 것이니 능히 죽은 자도 살릴 것이다. 이제 마고성은 더 이상 찾지마라 물의 근원이 밝혀진 이상 서둘러 다음 대책을 강구해야 하느니라. 허달성은 허망한 것이다. 실체는 있으나 그 바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누구든 그것을 알려고 하면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神에게는 神이 없다. 神은 인간에게 있고 神은 神을 섬기지 않는다. 너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神을 믿기 때문이다. 허달성은 神을 믿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지만 인간은 스스로 神을 만들기도 하고 두려움까지 창조한다. 허달이 허망한 것은 인간의 위에 있어서 그런 것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마찬가지로 神은 神을 섬기지 않으므로 神위에 神은 없다. 너희들이 허망함을 쫒으면 쫒을 수록 神은 더욱 멀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우주의 중심은 곧 神이다 그것은 너 자신이 神이니라. 신비롭지 않은가! 세상에 사람만큼 중한 것은 없으니 사람이 곧 神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神은 神을 섬기지 않는다. 너희가 神을 섬기고자 하면 곧 너 자신을 알아라."
"이 말은 너희들이 부디 성공하고 돌아오기를 아부지로써 비는 진언이니 그 뜻에 개의치 말고 잘 다녀오너라"
"폐하, 소인이 헤아려 보았으나 그 심오한 뜻을 알기 어렵나이다. 좀 풀어서 하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환웅이 그 특유의 궁금증 폭발 증상으로 당돌하게 물어보았다.
"허달에는 마고가 없다. 그러므로 그곳은 너히들이 천수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기위해 마고를 찾을 것이나,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허달의 이름은 허무한 것이지 神의 이름에 비교할 만한 것이 못된다. 없는 神을 찾아 헤메다 보면 두려움도 생기는 법이다. 神은 너희들 마음 속에 있으니 멀리서 찾으려 하지 말고 너 속에서 찾아라. 너 자신 만큼 소중한 것은 없으니 괜히 없는 神에 기대지 말고 현실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살아가는데 집중하라."
"사사로이는 저의 아버님되시는 천제폐하 어찌 그 허망한 곳이 죽음을 재촉하는 길인 줄 알면서 천웅을 보내셨나이까?"
그러자 환인천제는 약간 화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얀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간다.
"야! 이놈아, 지놈이 먼저 간다 그랬어, 낸들 아부진데 보내고 싶었겠냐? 건방지게 호들갑 떨더니 세상 무서운 줄을 몰라, 지가 뭔데 나도 못보는 마고를 만난다고 큰 소리쳐. 그래서 가보라 했지. 그래도 너희 둘을 보낼 때는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진언까지 해주지 않느냐?"
"천제폐하의 높고 높은 은혜에 감사드리며 준엄하신 진언을 잘 받들어 삼가 신 환웅, 지소는 천웅을 구하러 마고산에 다녀오겠습니다."
"잠깐, 네 한가지 빠트렸군...."
"너희 둘 말이야 오늘부터 웅(雄)을 받고 님금이 되어라"
"예"
"천웅은 금악의 님금으로 아나톨리로 가게 될 것이며, 환웅은 삼위태백으로 가 만세에 광명천국을 건설하라 그리고 지소웅은 희마리산으로 내려가 불국을 건설하고 하늘이 백성을 보살피며 길러내는 뜻을 만세에 이르도록 전수하라."
"지소는 들어라."
"신 지소웅 분부 받들겠나이다."
"불국은 외롭고 긴 고뇌를 이겨내야 할 것이다. 내가 희마리산을 빠르게 솟아 오르게 했더니 그만 지진과 홍수가 더 많아 졌느니라. 그러나 그곳은 빈 땅이고 사람이 살지 않으니 장차 지반이 안정을 되찾으면 식솔과 서자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가라, 천해의 물이 넘쳐도 지반이 붕괴되어도 더 상 피해는 없을 것이다. 이제 이전원은 그 수명이 다 됐다. 지기(地氣)가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곳은 크게 물 난리를 겪게 될 것이다. 장차 오백 년 간의 지세를 알 수 없으니 당분간은 이곳에 머물면서 지하에 샘과 수로를 파고 운하를 개척하여 홍수를 다스리다가 때가 되면 희마리로 옮겨가거라. 내 말을 어기지 말고 그대로 실천하라, 훗날 태극마칸으로 들어가는 자는 반드시 멸족 될 것이니 명심하라. 그곳은 죽음의 땅이다."
지소웅은 하늘이 백성을 보살피는 땅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를 물어보았다.
" '텬듁(天育)'으로 불러라. 이것은 '하늘이 사람을 길러 내는 것'이니 만세에 중생을 구제하고 그 이름도 영원히 남을 것이다. 외롭고 긴 고뇌를 이겨내야 하는 뜻은 중생들의 아픔을 껴안은 것이며 스스로 붓다가 되어 열반에 오르게 될 것이다. 수 많은 붓다들이 태어나 불국이 건설되면 그때 '석제환인다라(釋帝桓因陀羅)'가 다시 올 것이다."
"오늘 면대는 여기 까지다. 지금 세 사람은 서둘러 떠나라."
환천제와 파룡은 다시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세 사람은 천경 앞에서 큰 절 세번하고 금루문을 빠져나왔다. 솟대 위에 까마귀가 한 마리가 날아와 '까르르' 소리를 지르더니 제 무리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하필이면 천웅이 있는 마고산 쪽으로 날아 가길래 환웅은 한마디 거든다.
"저놈 새끼들 한 떼거리 몰려들어 누굴 약 올리는 거여. 천웅성님 시체라도 파 먹겠다는 거야 뭐야."
"하하하, 걱정 매두세요. 까마귀는 그렇게 높은 곳까지 못 가요." 하면서 육약비가 위로했다. 하지만 환웅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어서 빨리 천웅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지소는 자신이 땅(地)을 맡고, 천웅이 하늘(天)을 맡았으며, 환웅이 인(人)을 맡았음을 깨달았다. 천 인 지, 운사, 우사, 풍백 그리고 3천 무리가 무언가를 꼭 해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환인천제의 지엄한 명령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사태가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제 우리 세 사람의 시대가 열리는 거야..." 혼자 중얼거리며 걷고 있었다. 육약비는,
"자, 우리 서둘러서 갑시다. 마고산에 소풍가는 것도 아니고 재난 구호차 가는 것이니 최대한 빨리 가야하지 않겠소."
"그럽시다. 지소힇야 뭐 생각하노 빨리가자." 밤낮을 다투어 쉬지 않고 가도 허달성에 가려면 며칠은 걸린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자갈 밭을 지나고 또 지났다. 여기 저기서 홍수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가 생채기 처럼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한시가 급한 세 사람은 가다가 죽더라도 빨리가야 한다는 마음에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홀연히 축지법이 이루어지자 육약비는 뒤쳐지며,
"야! 같이가.. 그렇게 빨리가면 어떻해..." 하면서 죽으라고 달려 보았지만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제기랄 가라, 이놈들아, 어차피 너거하고 나는 임무가 다르제."
육약비는 화가 났지만 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 정신을 집중해서 달려가는 두 사람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비록 축지법은 할 수 없는 몸이지만 하루종일 달려도 지치지 않는 체력이므로 쉬지않고 달려서 해가 지기 전에 허달성까지 도착할 예정으로 열심히 뛰었다. 생전 처음 먹어본 살리의 힘이 컸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지치지 않았고 배고프지 않았다. 주먹밤 열 다섯개의 힘은 폭주기관차 처럼 육약비의 코와 귀에서 허연 연기가 '펑펑'나오게 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