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Child - 평생의 벗이자 장래의 길잡이, 그 첫 만남
당시 내 인격형성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곳은 다름아닌 교회였다.
유치원 시절 큰 이모부는 달동네 사람들에게 전도활동을 하며 예배도 드렸었는데, 당시의 예배 장소는 다름아닌 우리 집의 옆 건물이었다.
종교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는데, 이 이야기는 차후 중요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나이가 자라면서 큰 이모부는 교회를 다른 건물로 옮겼고, 대부분의 의자나 도구들은 그 건물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런 저런 책들은 여전히 그 건물에 남았는데, 초등 2년의 어느 날, 어찌어찌 그 건물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곳에 남은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 곳에 있는 책들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엄청난 컬쳐쇼크를 주었다. 건물에 남은 책들 대부분이 만화잡지인 ‘보물섬’이라는 책과 과학, 역사 만화, 그리고 몇권의 극화 만화 단행본이기 때문인데 자폐가 심했던 내가 우연히 접한 그 물건들은 지금의 내 장래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잠시 만화잡지 ‘보물섬’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80년대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었던 잡지로 80년대의 유명 한국 애니메이션인 “아기공룡 둘리”, “펭킹 라이킹”의 원작이 바로 이 잡지에서 실렸었었다.
블랙 유머나 사회 풍자에 눈뜬 것도 둘리의 원작 만화였고, 원작과 애니메이션의 차이를 분석하게 된 것도 이 펭킹 라이킹이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일본의 전대물 시리즈 (후뢰시맨과 파워레인저 등의 특촬) 중 마스크맨의 해적판 만화도 여기서 나왔다.
잡지책들과 같이 있던 과학학습만화와 역사만화는 당시의 나에게 있어서는 대단한 보물이었다. 처음 그 책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한창 쥬라기 공원 등으로 공룡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처음 구 교회 건물에 들어갔을 때 이런저런 책들이 있는 것을 보고 먼지를 털어가며 찾은 것은 바로 과학학습만화 공룡편이었다.
당시 너무 재미있게 읽은 나머지 공룡을 그려보기도 하였고, 주변 사물 중 공룡 관련 물품만 있으면 바로 달려가서 구경하곤 했다. 심지어는 트리케라톱스의 입체 종이공예까지 살 정도였으니 당시 내가 공룡에 대해 지닌 애정은 가히 지금의 애니 못지 않았다.
그러던 중 주변에 있던 다른 과학만화와 역사만화도 같이 보았는데, 특히 재미있게 읽은 것은
과학 : 공룡, 화학, 우주, 운동법칙, 동물, 무기류, 미래예상 (원출처 : 계몽사 학습그림과학)
역사 : 2차 대전, 미국사(초기~대공황시기), 2차대전 이후, 고대~근세 유럽 문명, 중국사 전반
(원출처 : 성문사 세계의 역사.)
이 정도였다. 다만 아쉽게도 둘 다 한 두권의 책이 빠져 있던 탓에 일부의 책은 3년 뒤 근처의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한 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4권의 책을 밖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는 충분했다. 그 책들 중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지 않은 책이 단 한권도 없을 정도였으니.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에는 온갖 과학 지식과 역사 상식에 정통하게 되었고 어른들한테도 칭찬받을 정도였다. 다만 철없게 너무 남발하다 흥이 식어버린게 문제지만.(...)
이것이 나의 반생을 함께 해온 파트너와의 첫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