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중간에 단계를 건너 뛸 수 없다. 전부 한 줄에 꿰어져 서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하나가 틀리면 다 틀린다. 하나라도 숙달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진도를 나갈 수 없다. 덧셈을 건너 뛰고 곱셈부터 배울 수는 없다. 고등수학을 배우려면 중학수학에 만점을 받아야 한다.
수학이 빠짐없이 전부 알아야 작동하는 구조라면 반대로 하나만 알아도 전부 커버가 되는 구조도 있지 않을까? 그것이 구조론이다. 물고기를 세려면 미꾸라지 한 마리도 빠뜨리지 말고 일일이 다 세어야 한다. 그러나 그냥 저울에 올려 무게를 달아보면 되는 수도 있다. 좁쌀을 일일이 세는 사람은 없다.
낱개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일일이 세어야 하지만 선은 자를 대고 한 번 그어주면 된다. 선은 여러 번 길이를 재야 하지만 각은 컴퍼스를 한 번 돌려주면 된다. 거기서 입체의 됫박으로, 질량의 저울로 차원이 올라갈수록 1회의 개입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더 높은 단위의 1을 투입하는 것이 구조론이다. 말단직원과 열 번 통화할 것을 사장과 한 번 통화하여 해결보자는 거다.
요리사는 지지고 볶고 데치고 삶고 하는 중에 하나의 과정을 슬그머니 빼버릴 수 없다. 씻지 않고, 썰지 않고, 삶지 않고, 간을 맞추지 않고, 그릇에 담지 않고 요리를 완성할 수는 없다. 정해진 순서를 바꿀 수 없다. 일단 먹고 난 다음 뱃속에서 익히는 수는 없다. 그러나 고객은 돈만 내면 된다. 고객이 반찬을 남겼다고 책임추궁을 당하는 일은 없다.
어느 분야든 인간이 끼어들어 빈틈없이 커버해야 하는 일이 있고 반대로 단 1회의 작동으로 해결되는 일이 있다. 기술자는 회로를 빠짐없이 연결해야 하지만 소비자는 스위치만 켜면 된다. 인간이 불씨만 당겨주면 모닥불이 알아서 탄다. 객체 그 자체의 내부질서에 맡기고 인간은 손을 떼는 것이다.
빈틈없이 커버하는 수학과 한 방에 해결하는 구조론은 대칭이므로 언제나 같이 다닌다. 항상 지름길이 있는데 인간은 늘 가던 길로 다니며 반대쪽을 보지 않는다. 인간은 객체의 바깥에 있다. 반대쪽은 객체 내부다. 객체 내부에 무엇이 있는가? 저절로가 있다. 저절로 되는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이 진리의 완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