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레지오의 정신
교본 본문은 "레지오 마리애의 정신은 바로 마리아의 정신"이라고 단언하면서 단원으로서 일생 동안 묵상하고 실천해야 할 성모님의 정신이 무엇인지 다음과 같이 10가지 덕목으로 나열하고 있다. 겸손, 순명, 온유, 기도, 고행, 순결, 인내심, 지혜, 사랑, 믿음. 이러한 덕목은 몽포르의 성 루도비꼬 마리아가 지은 <복되신 동정녀께 대한 참된 신심>이란 책에서 따온 것이다(참된 신심 108항 참조).
1) 겸손(천국 문의 열쇠)
겸손은 레지오 정신 중에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덕행이다. 겸손은 마리아가 구세주의 모친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였다.
겸손 덕분에 성령이 내려와 구세주를 강생토록 하였다. 겸손이 없는 곳에 성령께서는 내려오시지 않는다. 겸손은 은총의 보고를 여는 열쇠로서 모든 덕의 기초가 된다. 그러므로 레지오는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으려고 한다. 새교본에서는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음은 레지오 활동의 뿌리요 수단이다"(6장 2항, 교본 49쪽)라는 제목으로 한 항목을 별도로 두어 다루고 있다.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의 겸손을 통해 참된 겸손의 본질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즉 겸손이란 '자신이 하느님 앞에 어떤 존재인지를 인식하는 것, 자기 자신만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임을 깨닫는 것'임을 단원들은 터득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은 하느님이 공짜로 주시는 은혜이다. 그래서 하느님이 그 은혜를 늘리거나 줄이며, 완전히 거두어 가기도 하신다. 자신이 하느님께 종속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면 미천하고 보잘 것 없는 일도 기꺼이 떠맡으며, 어떠한 처지에 있어도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루가 1,38)라고 하신 성모님의 말씀을 되뇌이며 남의 멸시와 수치심을 견디어낸다.
그러므로 겸손없이 훌륭한 레지오 단원이 될 수 없고 성화될 수도 없으며 하느님과 일치할 수도 없고 그리스도를 본받을 수도 없다.
2) 순명
순명이란 윗사람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복음적 순명은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리아는 순명으로써 구원의 문을 열었다. '당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신 마리아의 대답은 히브리서 저자가 그리스도께 적용한 시편 구절을 연상시킨다. "하느님,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려고 왔나이다"(히브 10,7 ; 시편 40,7).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마리아가 하느님의 말씀에 동의하고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온전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아드님의 인격과 사업에 당신 자신을 주의 여종으로서 온전히 바치셨다고 했고(교회헌장 56), 순명 정신으로 신앙의 나그네 길을 걸으셨다고 했다(교회헌장 58항).
마리아가 나자렛에서 대답한 '예'는 갈바리아 산 위에서 완결되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갈바리아의 십자가상에서 운명하시는 당신 아들을 지켜보며 주의 탄생 예고 때에 보여 주었던 순명을 다시 보여 주셨다. 이처럼 성모님은 항상 순명 정신으로 하느님의 뜻을 따랐다. 순명은 겸손과 결부되어 있다. 겸손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순명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겸손은 참된 겸손이 아니다. 순명하는 레지오 단원은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기 때문에 구세주의 구원 사업에 동참하게 된다. 교본은 '레지오 단원의 충성'이란 제목으로 단원의 순명 정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29장, 교본 257쪽 ; 참조).
3) 온유
온유는 애덕의 향기로운 열매이다. 강력한 사도직 활동에는 반드시 천사적인 부드러움이 수반되어야 한다. 온유하지 못한 군인은 파괴시키는 폭풍우와 같다. 부드러움은 레지오 사도직의 특성으로서 모든 성공의 동기가 되는 덕행이다. 교본은 레지오 단원들이 활동할 때 반드시 온유함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39장 2항, 교본 421쪽 인내와 친절로 돌보아야 한다.참조).
4) 기도
레지오는 기도에도 그 바탕을 두고 있다. 하루라도 기도를 하지 않는다면 레지오는 무기없는 군대와 같고 선을 향한 강력한 힘도 사라지고 말기에, 레지오 단원은 마치 호흡을 하듯이 기도를 한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당부하셨고 기도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기도란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기도에는 하느님께 대한 흠숭, 찬미, 감사 그리고 용서와 필요한 은혜를 청하는 요소가 들어 있어야 한다. 기도는 레지오의 조직 체계와도 같아서 레지오 활동에도 적용된다. 교본에 '레지오 단원은 활동과 더불어 기도를 해야한다'(33장 12항 )는 제목도 있듯이 레지오에서는 기도와 활동 중에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며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야 한다.
레지오 단원은 기도하는 동정녀 마리아를 본받아야 한다. 성모님의 생애는 기도로 일관되어 있다. 교본은 단원들에게 "하루 동안에 하는 모든 행동과 기도를 마리아와 함께 할 정도로 마리아의 의향과 뜻에 일치시키도록 해야 한다"(39장 1항, )고 당부하고 있다.
5) 고행
고행은 자기 희생, 보속, 극기와 같은 뜻으로서 교본에 종종 등장하는 단어이다. 레지오 단원 생활의 목적은 죄악을 이기고 사람들을 구원에로 인도하는 것이기에 예수님과 성모님이 걸어가신 고행의 길, 십자가의 길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레지오 단원은 활동을 하면서 종종 고통과 고행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고통의 의미를 깨닫는다면 고통도 하나의 은총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레지오 단원은 불쌍한 환자들을 방문해서 그들이 당하는 고통의 참된 의미를 가르쳐 주고 올바른 정신으로 그 고통을 참아내도록 일깨워 주어야 한다(37장 5항, 참조).
6) 순결
순결의 덕은 모든 그리스도교인이 따라야 할 보편적인 덕이다. 이것은 육체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심적, 정신적, 영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덕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마태 5,8). 마음이 깨끗하다는 것은 마음 속에 하느님을 거스르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말한다. 누구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악의 뿌리가 숨겨져 있기 때문에 마음의 순결은 갈고 닦아야 한다. 우리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면 먼저 마음이 깨끗해야 한다.
예로부터 성모님은 '가장 순결한 분'으로 불리어 왔다. 원죄에 물들지 않고 어떠한 죄악으로부터도 해방이 되신 분이기 때문이다. 성모님의 성덕의 출발점은 어떠한 죄에도 물들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마리아와 죄악은 서로 원수가 되어 끝없는 싸움이 계속된다. 마리아는 당신의 발꿈치 아래 뱀의 머리를 짓밟고 어둠의 세력을 쳐부수신다. 일반적으로 불결을 두고 말할 때 원조의 범죄 이후 우리의 본성상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신의 불결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마리아는 유혹 받는 영혼들의 피난처, 죄인들의 피난처이시다. 그래서 레지오 단원은 선서문을 읽을 때 성령께 "당신으 힘으로 원죄없이 태어나신 마리아로 말미암아 저를 티없이 깨끗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순결은 레지오 단원에겐 필수적인 덕이다. 모든 영혼은 마치 축성된 성작과 같아서 감히 불결한 손으로 만질 수 없기에 단원은 활동하기 전에 먼저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할 것이다.
7) 인내심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난관이나 역경을 당할 때 희망을 잃지 않고 인내심을 지녀야 한다. 인내심은 끈기를 요구한다. 끈기란 인내심과 항구심을 내포하는 말이다. 예수님도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 ; 24,13 ; 마르 13,13 ; 루가 21,29)라고 하셨다.
레지오 단원은 레지오에서 배운 끈기의 정신을 활동하면서 발휘해야 한다. 특히 사람들의 적대감, 박해와 기만, 신아에 냉담한 태도에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단원은 신망애 삼덕을 거스르는 사람들과 접촉하게 될 때 가망이 없는 것처럼 보여서 포기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겠지만 꾸준히 참고 견디어 나가야 한다(39장 2항 참조).
8) 지혜
레지오는 마리아의 천상적 지혜를 자체 안에 갖추고자 열망한다. 여기서의 지혜는 하느님을 아는 것에 맛들임을 뜻한다.
마라아는 지혜의 모델이다. 성찰하며 묵상하고 귀담아 듣는 것은 지혜롭게 사는 조건인데 동정녀 마리아가 보여 준 태도가 바로 그러하였다(루가 2,19 ; 2,51 참조).
일반적으로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고 묵상하는 것은 현자의 태도이다. 마음 속에 간직한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마리아야말로 현자들의 모형이요 그리스도인들의 이상형이다.
마리아는 주님의 모친으로서 '상지의 옥좌'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왜냐하면 마리아가 지혜 자체이신 하느님의 아들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인생의 여정에서 시련의 순간에도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늘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실천에 옮긴 분이기 때문이다(마르 3,33 ; 마태 12,48-50 ; 루가 8,21 참조). 육화되신 지혜를 받아들이신 마리아는 '지혜의 딸'(루가 7,35 참조)이시다.
9) 사랑
사랑은 '완전의 끈'(골로 3,14)으로서 그리스도교 영성의 핵심이며 레지오 체계의 핵심이기도 하다. 레지오는 무엇보돠도 먼저 하느님께 대한 믿음뿐 아니라 하느님이 당신의 자녀들에게 지니시는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랑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기 때문이다.
애덕이란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이웃에 대한 항구한 사랑이다. 애덕은 신앙인의 생활 규범으로서 가장 좋은 길이다(1고린 13장 참조).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이 길을 걸어야 한다 "네 마음을 다하여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라" ;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마태 22,37.39 ; 신명 6,5 참조).
인류 구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레지오 사도직은 바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가 사랑을 특징으로 삼고 있기에 단원이 선서를 할 때 성령께 "제 영혼 안에 불과 사랑을 가져 오시어, 세상을 구원코자 하시는 마리아의 사랑과 뜻에 일치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교본은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1고린 13,13)라는 제목으로 레지오 단언의 사라에 요구되는 사항들을 지적하고 있다(41장 ; 교본 40장 참조).
10) 믿음
레지오 단원은 무엇보다도 먼저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믿음의 덕을 지녀야 한다. 믿음이야말로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이기 때문이다(1요한 5,4 ; 교본 14쪽 참조). 교본은 레지오의 정신에 속하는 10가지 덕목 중에 특별히 믿음과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리아의 믿음, 곧 그분에게서만 볼 수 있는. 그 비할 수 없는 최고의 신덕을 레지오는 갈망하고 있다. 마리아의 이런 사랑과 믿음에 감도되어 레지오는 어떤 일이든지 감당하려고 한다"(3장 12-13 ; 교본 6쪽).
레지오는 마리아께 대한 신심 때문에 믿음을 잘 지켜 나간다. 왜냐하면 마리아느 믿음의불기둥이며 모든 오류를 쳐부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레지오의 마침 기도문이 말해 주듯이 레지오 활동의 밑바탕이 되는 믿음을 달라고 꾸준히 기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지오의 상훈도 믿음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레지오 단원에게 영성생활의 토대를 굳건히 해 주는 신덕이 없다면 행종 단원을 오랫동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성모님은 최고의 신덕을 지니고 계셨다.
"믿음이란 '그분의 판단을 헤아릴 수 없으며 그분이 하시는 일을 이해할 수 없음을'(로마 11,33) 겸손되이 인정하고서 살아 계신 하느님의 말씀이 주는 진리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것"(<구세주의 어머니> 14항) 일진대 이는 바로 성모님의 태도였다. 마리아는 주의 탄생 예고의 순간에 천사의 말을 진리로 받아들여 주님 말씀대로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완전히 자신을 맡기셨다. 그래서 엘리사벳이 마리아께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루가 1,45)고 칭송하였다.
이처럼 복음서에 등장하는 첫 번째 복은 바로 믿음의 복이다.
마리아의 믿음은 '믿음의 아버지'(로마 4,12)라고 불리는 아브라함의 믿음과 비교할 수 있다. 아브라함처럼 마리아는 조건없는 믿음으로 하느님께 응답하셨다(루가 1,38 참조) 구약이 아브라함의 믿음으로 시작되었듯이 신약은 마리아의 믿음으로 시작되었다. 마리아는 신역의 첫 번째 신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