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 실린 동화
1. 해님 뜨락
2. 동그라미 생각
3. 봄비와 꾸러기]
4. 구멍 가게 아이
5. 토끼 소동
6. 돌층계와 민들레
7. 꼬마 다람쥐
8. 작은 약속
9. 각시풀
10. 개구리와 순이
11. 용이와 군고구마
12. 멋쟁이 할아버지
13. 네모난 작은 상자
14. 할머니와 복권
15. 양지원 아이들의 웃음
//학원출판공사에서 펴낸 유리카 한국창작교육 동화로 에니메이션 동화집 (실제로 어린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그림들이 책장 가득가득 실려 있는 아름다운 동화집) 국민일보에 1년간 연재한 단편동화들을 모아 유리카 전집(에니메이션) 30권 중의 1권으로 발간한 책 (아래 동화 제목 앞에 *표가 붙은 것은 지은이가 특히 아끼는 작품으로 시간이 부족한 분들에게 필독 동화로 선정한 작품임 - 동심을 사랑하며)
// 첨부파일을 열고 동화를 읽은 후 감동이 오는 작품 1편을 골라 '마음의 문을 열고'란에 올려주세요. 동화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 이 책에 실린 동화들 >
* 1. 각시풀
* 2. 개구리와 순이
3. 구멍가게 아이
* 4. 꾜마 다람쥐
5. 네모난 작은 상자
* 6. 돌층계와 민들레
7. 동그라미 생각
* 8. 멋쟁이 할아버지
9. 봄비와 개구쟁이
* 10. 양지원 아이들의 뭇음
11. 용이와 군고구마
12. 작은 약속
* 13. 토끼 소동
* 14. 할머니와 복권
* 15. 해님 뜨락
//맛보기 동화 2편//
(창작동화)
토끼 소동
최균희
혁이네 집에 큰 자랑거리가 생겼습니다.
이웃 마을에 살고 있는 혁이 삼촌이 하얀 토끼 한 쌍을 선물로 가져온 것입니다.
유달리 눈이 빠알간 아기 토끼 두 마리는 꼭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습니다.
"우리 혁이가 오늘부터 이 토끼들을 잘 돌봐 주렴. 먹을 것도 잘 챙겨 주
고."
할머니는 깜찍하고 귀여운 토끼들의 임자로 혁이를 뽑아 주신 것입니다. 욕심 많은 형이랑 누나를 제쳐놓고 말입니다.
"얘들아, 우리 집에 토끼 있다. 빨리빨리 와서 구경해. 늦게 오는 아인 안
보여 준다!"
골목길을 한 바퀴 비잉 돌았습니다. 다행히도 동네에 토끼를 키우는 집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같은 또래 아이들은 금방 모여들었습니다.
"참 예쁘다. 그지?"
"아휴, 꼭 인형 같다. 저 빨간 단추 같은 두 눈 좀 봐!"
"정말 귀엽다. 꺼내서 좀 데리고 놀자."
"안 돼! 손으로 만지진 마! 눈으로 보기만 하라고!"
혁이는 뽐내며 말했습니다.
꼬마 아이들은 서로서로 한 마디씩 지껄이며 혁이를 부러워했습니다.
아기 토끼들은 사과 궤짝으로 만든 토끼장 안에서,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때문에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었습니다.
"자, 조용히들 해. 우리 토끼님들이 밥을 먹게 말이야."
금방 대장이 된 혁이가 손가락 하나를 쉬! 하며 입에 대자, 아이들은 모두 잠잠해졌습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습니다.
'우리 집도 예쁜 토끼가 한 마리만 있었으면...'
모두의 생각은 똑같았습니다.
"흥, 이까짓 토끼가 뭐가 자랑이야?"
그 때까지 숨을 죽이고 맨 앞에 앉아 있던 정아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입을 야무지게 다문 정아의 얼굴에는 샘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얘들아, 어제 우리 아빠가 코코 블록 사 왔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
지? 로봇이랑 말이랑 자전거랑 다 만들 수 있다. 달리는 자동차도 만들 수
있는걸! 너희들도 우리 집에 오면 다 만질 수 있어!"
정아가 손짓과 얼굴 표정으로 신나게 자랑을 하자, 아이들은 어느 새 하나 둘씩 일어나 정아 뒤를 따랐습니다.
남은 건 혁이 혼자였습니다.
갑자기 외톨이가 되어 마음이 쓸쓸해졌습니다.
"이놈 토끼들 때문이야. 몰라, 너희들이 책임 져!"
혁이는 공연히 토끼들에게 투정을 부렸습니다.
얼마 후, 숙제를 마친 형이랑 누나가 토끼장 옆으로 가까이 오자, 혁이는 모르는 체 일어나 방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 새 우리 혁이 토끼들이랑 잘 놀았나? 그럼 이제 너도 공부 좀 해야
지?"
할머니의 말씀이 혁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합니다.
정아네 집에서 떠들며 웃으며 신나게 놀고 있을 아이들만 자꾸 떠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만화 영화도 오늘따라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윽고, 혁이가 토끼장 있는 데로 다시 들어갔을 때는 누나도 형도 거기에 없었습니다.
한참 동안 망설이다 혁이는 한쪽 귀가 조금 내려온 토끼를 골라 꼬옥 붙들고 끌어냈습니다.
뒷발을 바동거리며 몸부림치는 토끼를 안고, 정아네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정아야, 이리 나와 봐! 얘, 정아야!"
잠시 후 정아가 나왔습니다.
"아이들 다 갔니?"
"응, 그런데 웬 토끼니?"
"이거 한 마리 너 가져!"
"정말?"
정아가 까르르 웃으며 반갑게 토끼를 안아 들자, 혁이의 답답했던 마음도 확 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들어와. 장난감 가지고 놀까?"
혁이는 도리질을 하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집 안이 온통 야단법석이었습니다. 토끼가 모두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혁이는 토끼장 문을 닫지 않고 나간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놀라고 서운한 것은 혁이였습니다.
나머지 한 마리가 혁이를 애타게 기다릴 줄 알고 정아네 집에서 부랴부랴 달려왔는데, 그놈이 도망갔으니 말입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졌는데도 식구들은 모두 나서서 집 안을 샅샅이 뒤지고 골목골목을 찾아다녔습니다.
혁이는 토끼 한 마리를 정아에게 갖다 주었다는 말을 안 했습니다.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습니다.
"이놈 봐라! 이 곳에 꼼짝 않고 앉아 있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형이 새카맣게 더럽혀진 토끼의 귀를 잡고 소리쳤습니다.
연탄 광에서 찾아 낸 아기 토끼는 정말로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혁이는 그 토끼를 꼬옥 가슴에 껴안아 주었습니다. 눈물까지 주르르 흘러 나왔습니다.
"또 한 마리는 어디 가서 찾지?"
식구들은 나머지 한 마리를 마저 찾으려고 왔다갔다 부산하였습니다.
혁이는 말해 버릴까 여러 번 생각도 했지만, 크게 혼날 것을 생각하니 끝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는 어쩌면 좋지?'
한 마리만 들어 있는 토끼장을 바라보며 서 있는 혁이의 마음은 계속 콩콩 뛰고 있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얘, 혁이 있니?"
깜짝 놀랐습니다. 정아가 하얀 토끼 한 마리를 안고 대문 안으로 들어선 것입니다.
식구들의 눈이 모두 휘둥그래졌습니다.
"이 토끼가 벌써 너희 집까지 갔던?"
누나가 알 수 없다는 듯 물었습니다.
"혁아, 이거 우리 엄마가 돌려주고 오랬어."
정아는 혁이한테 토끼를 넘겨주고 그대로 통통통 가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식구들의 눈이 모두 혁이한테로 몰렸습니다.
혁이는 고개를 푹 떨구고 서서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하하하하!"
누나가 맨 먼저 웃기 시작하자, 식구들도 하나같이 따라 웃었습니다.
"웬 녀석도, 요다음에 이 토끼들이 예쁜 새끼를 낳거들랑 정아네 집에도
한 쌍 갖다 주면 되지 않겠니? 자, 그만 씻고 들어들 가자."
혁이는 할머니의 품에 파고들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소리내어 엉엉 울어버렸습니다.(끝)
(창작 동화)
돌층계와 민들레
최균희
"어머나, 노오란 민들레가!"
동희는 돌층계 한쪽 편에 소복이 쌓인 흙더미에서 예쁘게 피어난 민들레꽃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히야, 이 쪽에도 피어 있었네!"
몇 계단을 더 내려오니 그 곳에도 남몰래 피어난 민들레 서너 송이가 따스한 봄 햇살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동희는 한 송이를 뚝 꺾어다가, 윤호네 어두운 방에다 꽂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돌층계 옆, 바람으로 모아진 먼지흙에다 뿌리를 박고 서 있는 민들레를 차마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동희가 윤호네 집에 찾아다닌 것은 일 주일 전부터였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겨울 방학 때 다친 발목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옆집 신영이가 스케이트장에 가자고 불러내지만 않았더라도, 그런 일은 안 생겼을 텐데 말입니다.
"내 생일 선물로 멋진 스케이트를 받았거든!"
신영이가 스케이트가 든 가방을 흔들거리며 말했을 때, 동희는 갈까말까 한참 동안을 망설였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아무리 새것으로 탄다 해도 나만큼이야 잘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기꺼이 승낙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스케이트장에 들어갈 때, 동희는 스케이트를 빌려주는 곳에서 자기의 발에 맞는 것을 빌려 신어야만 했습니다.
거기서부터 동희의 기분은 토라지기 시작했고 다른 때처럼 신이 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고 있는 동희와 신영이 사이로, 남자 아이 한 명이 쓱 파고들면서 그만 동희를 넘어뜨린 것입니다.
동희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신영이를 잡으려는 순간, 신영이는 벌써 저만큼 달아나 버렸습니다.
"나쁜 계집애, 다신 함께 노나 봐라."
동희는 화가 나서 너무 빨리 일어서려다가 그만 발목뼈를 삐끗하고 다친 것이었습니다.
"괜찮니? 얼마나 다쳤어?"
처음엔 재미있다고 깔깔대던 신영이도 안절부절못하며 동희네 집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부리나케 달려온 엄마는 동희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사진을 찍고 진찰을 받게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 것도 아니니까 깁스는 할 필요도 없고, 물리 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먹어 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동희의 발목은 쉽게 나을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일어서서 걷기만 하면 발목이 아프고 시큰거리며 저려 왔던 것입니다.
"길 건너 달동네에 유명한 침술사가 있다는데, 그 곳에 한 번 가 보자꾸
나."
"싫어요. 난 침을 안 맞을 거예요."
그러나 결국 동희는 엄마를 따라 나서야만 하였습니다.
"아휴, 힘들어. 더는 못 올라가겠어요."
골목골목으로 휘어 돌며 좁고 가파른 돌층계를 몇 개나 딛고 왔는지, 오히려 멀쩡한 사람도 다리에 병이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이윽고 엄마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판잣집 대문 앞에 멈춰 서서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그러자 안에서 굵직한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네, 대문을 그냥 밀고 들어오세요."
마치 도둑 맞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 대문일랑 잠글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다는 말투였습니다.
"어서 오세요."
"아니, 너는?"
방문을 열고 나오는 아이는 동희와 같은 반 반장인 윤호였기 때문입니다.
"응, 너 동희로구나. 그래, 어떻게 왔니?"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진 동희와는 반대로, 윤호는 아주 침착한 태도로 어른스럽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어, 발목을 삐어서……. 그런데 여기가 너희 집이니?"
동희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따지듯이 되물었습니다.
"응, 들어와. 우리 아버지께서 침을 놓으시거든...."
방안으로 들어간 동희는 또 한 번 놀라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둘이 아는 사인가 보구나. 그럼 잘 됐구나."
엄마의 이야기는 건성으로 들으면서 동희는 방을 휘- 둘러보았습니다.
볼 만한 가구들일랑 찾아볼 수도 없었고, 덩그렇게 책상 하나가 놓여 있는 옆에 손님 대접용인 듯한 낡은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더욱이 동희의 가슴을 콩당거리게 한 것은 책상에서 돌아앉으며 말을 걸어 온 침술사 아저씨, 아니 윤호 아버지가 눈을 꼭 감고 있는 맹인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입니다.
동희는 더 이상 무어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머닌 안 계신가 보죠?"
"네, 저 아이하고 단둘이만 삽니다."
엄마가 묻는 말에 서슴지 않고 대답을 하는 윤호 아버지는 오히려 밝게 웃고 있었습니다.
"어디 발목 다친 학생, 이 의자에 앉아 봐요."
동희는 한편으로 무섭기도 하고 겁이 더럭 나서 윤호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윤호 앞에서 조금씩 따끔거리는 침을 맞으며, 아프다고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앞을 못 보는 아저씨가 바늘 같은 뾰족한 침을 여기저기에 쿡쿡 찔러 놓는데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것이 신통하게만 생각되었습니다.
그렇게 일 주일을 다니는 동안, 동희의 발목은 거짓말같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 아이가 너희 반 반장이란 말이지? 얼마나 기특한 아이야!"
엄마의 칭찬하는 말일랑 뒤로 하고, 한 발 한 발을 조심스럽게 내딛던 동희의 눈앞에 노오란 민들레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맞아. 윤호는 이렇게 많은 돌층계를 매일매일 딛고 올라서면서, 어려운
생활을 잘 이겨 내는 인내심을 기른 걸 거야. 언젠가는 너도 먼지흙을 안
고 있다가 민들레를 피우는 돌층계처럼 꼭 성공을 하고 말 거야. 잘 해
봐라. 윤호야, 파이팅!"
동희는 돌층계 중간에 멈춰 서서 윤호네 집이 보이는 언덕길을 뒤돌아보았습니다.
여느 때처럼 따뜻한 봄은 민들레를 앞세워 달동네에도 찾아오고 있음을 동희는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