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을 끓이다가
김덕남
절굿공이 콩콩 찧어 한 하늘 빚어낸다
메주꽃 곱게 핀 밤 무리 두른 달도 보고
정화수 가득 올리면 가족 얼굴 떠오른다
땡볕도 함박눈도 둥글게 풀어놓고
별과 달 이야기로 한 세월 우려내면
옹기 속 곰삭는 향기 살림살이 그득하다
강된장 한 술 떠서 보리밥에 비벼대면
목젖이 재촉한다,
사는 게 별거냐고
꿀꺼덕 한 고개 넘어 참맛이란 이런 거
김덕남 약력
경북 경주 고란 출생. 2010년 공무원 문예대전 시조 입상(행정안전부장관상), 2010년 부산시조 신인상, 201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작품집 『젖꽃판』. (전) 부산대학교, 한국해양대학교 서기관
우리 밥상에 기본이 되는 게 김치와 된장이다. 겨울 초입에 김장을 하고 나면 주부들은 가슴이 김장독에 가득 채워진 김치 높이만큼 꽉 차는 기분이 든다. 마찬가지로 콩을 삶아 찧어서 메주로 만들어 기둥에 매달고 나면 마음은 상현달이 된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즈음인 말 날에 잘 띄운 메주로 장을 담그고 나면 마음은 보름달 근처까지 간다. 그런 뒤 일정한 시일이 지나고 나서 장을 뜨고 메주를 으깨어 된장을 만들고 나면 주부들의 마음은 둥근 보름달이 된다.
이렇게 김장을 하고 된장을 담그는 일은 옛날부터 주부들에게 연중 행사로 반복되어 왔다.
시인은 이런 연중 행사 중의 하나인 된장을 담그는 일을 통하여 우리네 소박한 삶을 맛깔나게 노래하고 있다.
절굿공이로 콩을 콩콩 찧어 푸른 공중에 매달 메주를 만든다. 그리고 가족이 먹을 그 메주가 잘 뜨게 해 달라고 비는 주부의 마음이 먼저 따뜻하게 다가온다,
한여름 땡볕을 견디고 익은 콩, 공중에 매달려 함박눈 내리는 추운 겨울을 거친 메주가 옹기 속에서 곰삭는 냄새도 좋고 살림살이가 그득해진다는 넉넉한 기분도 잘 느껴진다.
그리고 강된장 한 술로 비벼 먹는 밥맛도 좋다. 힘들게 살거나 어렵게 살거나 이렇게 된장에 비벼 맛있게 한 숟갈 꿀꺼덕 넘기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이 긍정적이고 밝아서 좋다.
된장을 끓이다가도 이렇게 삶을 소박하게 건너다보고 노래할 수 있는 마음이 또한 멋지고 부럽다.
<천성수 시조시인>
- 〈경남매일신문〉 2013.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