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울음소리가 맑고 푸른 하늘을 가르는 듯 직진합니다.
오랜 세월 땅속에서 살다가 세상에 나와 짧은 생을 마감하는 매미는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이라는 오덕五德을 지닌 동물입니다. 머리 모양이 선비가 쓰는 관冠을 닮았으니 문덕文德을 갖추었으며 나무의 수액만 먹고 사니 청덕淸德을 지녔고 곡식을 축내지 않으니 염치를 아는 겸덕廉德과 살 집을 따로 짓지 않는 검덕儉德 그리고 때를 보아 떠날 줄을 아니 신덕信德이 그것입니다.
조선시대 임금이 정사를 볼 때 쓴 관모를 익선관翼善冠은 날개 익翼과 매미 선蟬을 써서 익선관翼蟬冠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매미의 오덕을 잊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수컷 매미는 특이한 울음소리를 위해 몸의 반 이상을 비우면서 진화를 한 곤충인데 우는 소리가 워낙 커서 자신의 청각을 훼손할 수 있기에 매미는 스스로 청각을 끄고 켜는 재주가 있다고 합니다.
조선후기 학자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매미 소리>입니다.
산로심심고각두(山路深深古閣頭) 옛 누각 너머로 산길은 깊고 깊어
선명한수삽청추(蟬鳴寒樹颯淸秋) 찬 나무에 매미 소리 맑은 가을바람 부르고
객심정여송운왕(客心靜與松雲往) 나그네 마음은 고요히 솔 구름에 머무는데
폭향요분석벽류(瀑響遙分石壁流) 폭포는 절벽을 가르면서 세차게 흐르네
《표현》 가을호에서는 매미의 울음소리와 폭포가 절벽을 가르며 떨어지는 소리가 중첩되어 들립니다. 무엇이든 탓하지 않고 매미가 지닌 특징을 생각하면서 늘 새로운 것을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