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왔을까요? 김옥춘 언제 들어왔을까요? 나뭇잎에 가을이 들어있네요. 언제 들어왔을까요? 내 안에 당신이 들어있네요. 봄부터 아침부터 햇살로 들어와 살았다 하네요. 가을이 첫 만남부터 아니 만나기 전부터 사랑으로 들어와 살았다 하네요. 당신이 어쩐지 만나기 전에도 가슴 버겁게 그리웠답니다. 어쩐지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답니다. 언제 들어왔을까요? 나뭇잎에 가을이 살고 있네요. 언제 들어왔을까요? 내 안에 당신이 숨 쉬고 있네요. 이제야 보이네요. 붉은 가을이 이제야 보이네요. 뜨거운 당신이 이별을 앞두고 이제야 보이네요. 사랑합니다. 햇살을 햇살 가득한 우주의 기운을 사랑합니다. 내 삶의 운명인 사랑을 내 사랑의 중심인 당신을 2006.10.24 | 창가에 기대어 서보면 김옥춘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비스듬히 보이는 세상이 마음 편하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비스듬히 기대오는 햇살이 사랑스럽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내 삶의 무게를 한 움큼 덜어낸 것 같아 한숨이 나온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가만히 네가 기대올 것만 같아 눈이 감아진다. 내 삶의 무게를 발치에서 밀어내고 햇살 같은 그대를 가슴으로 끌어당기고 싶어서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서 오늘은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본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생활의 고난들이 내 안의 내가 비스듬하게 보인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쓸쓸한 세상이 아름다워 가슴 저리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외로운 인생이 아름다워 가슴 저리다.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보면 내가 끌어안아 품어야 할 세상이 보인다. 내가 끌어안아 사랑해야 할 사람이 보인다. 똑바로 서서 당당히 맞서는 세상살이 중 때때로 창가에 가만히 기대어 서본다. 세상과 내 삶을 비스듬히 바라보며 마음 느슨하게 쉬어 가는 아름다운 휴식이다. 2006.10.27 |
내가 보니 그렇더라. 김옥춘 행복한 사람은 많이 웃더라. 외로운 사람은 많이 웃으려고 하더라. 행복한 사람은 말을 많이 하더라. 외로운 사람은 글을 많이 쓰더라. 행복한 사람은 푹 자더라. 외로운 사람은 많이 자더라. 행복한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살더라. 외로운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더라. 내가 보니 그렇더라. 행복한 사람은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이더라. 내가 보니 그렇더라. 외로운 사람은 행복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그려내서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더라. 내가 보니 그렇더라. 이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 함께 살고 있더라. 2006.10.29 | 단풍을 보면 김옥춘 열병의 열꽃 같아 열정의 가슴 같아 이별의 아픔 같아 죽음 앞의 두려움 같아 다 버린 사람의 미소 같아 지는 해의 노을 같아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인생 같아 아직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나 같아 참회하는 마음의 눈물 같아 햇살이 들어가 살다가 문 열고 나오는 것 같아 단풍이 그래 낯붉히지 않고 사랑을 어찌하겠냐고 말하는 것 같아 눈 붉히지 않고 이별을 어찌하겠냐고 말하는 것 같아 인연의 끈을 놓아야 하는 죽음 앞에 어찌 입술이 타들어 가지 않겠냐고 말하는 것 같아 가을이 가을 단풍의 고운 빛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 경건하라고 내 삶 앞에 늘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경건하라고 2006.11.15 |
미소 속의 너와 나 김옥춘 미소는 외로움을 가리지 못한다. 해학은 슬픔을 덮지 못한다. 호탕함은 무너진 자존심을 곧추세우지 못한다. 미소를 보라 외로움이 가득 차고 넘칠 것이다. 해학을 보라 슬픔이 가득 차고 넘칠 것이다. 2006.11.18 | 보는 것과 보이는 것 김옥춘 풀잎과 나뭇잎을 보았는데 보이는 것은 세월과 인생입니다. 당신과 나를 보았는데 보이는 것은 사랑과 갈등입니다. 눈으로 보지만 눈으로 보지만 마음으로 봅니다. 가슴으로 느낍니다. 2006.11.18 |
어쩌면 우리는 김옥춘 풀잎은 나뭇잎은 채 일 년도 살지 못했지만 너와 나에게 욕심을 버리라는 마음의 가르침을 주니 훌륭하다 풀잎은 나뭇잎은 채 일 년도 살지 못했지만 너와 나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도록 마음의 가르침을 주었으니 훌륭하다 어쩌면 우리는 천 년을 살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신들은 우리네 인생을 보고 진리와 오류를 구별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천 년을 살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신들은 우리네 인생을 보고 선과 악을 구별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신비한 우주의 가르침일 것이다. 2006.11.18 | 신이 존재한다면 김옥춘 우주에 신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그 신은 선하지 않을 거야 아마도 그 신은 평등하지 않을 거야 아마도 그 신은 전지전능하지 못할 거야 나를 봐 너를 봐 사람들을 봐 세상을 봐 우주에 신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속이 까맣게 탔을 거야 자식을 걱정하는 내 엄마의 맘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봐 고통받는 사람들 봐 병든 사람들을 봐 버림받은 사람들을 봐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봐 우주에 신이 존재한다면 나는 누구보다 사랑받아야 마땅해 나는 누구보다 축복받아야 마땅해 나는 누구보다 행복해야 마땅해 나는 누구보다 부자여야 마땅해 우주에 신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자식 걱정하는 내 엄마의 모습일 거야 사랑에 빠진 너와 나의 모습일 거야 2006.11.19 |
11월이다. 김옥춘 미풍에도 낙엽이 진다. 숨죽인 고요에도 낙엽이 진다. 11월이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빗소리보다 구성지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빗소리보다 애달프다. 11월이다. 낙엽이 내린다. 나무에서 내린다. 낙엽이 내린다. 춤을 추듯 내린다. 낙엽이 내린다. 타령을 하듯 내린다. 11월이다. 낙엽을 보며 한숨을 쉬는 사람들 낙엽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 낙엽을 보며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들 낙엽은 11월의 가슴들을 적셨다. 11월이다. 낙엽이 내리는 풍경이 아름답다. 11월이다. 가을을 타는 사람들이 사랑스럽다. 미풍에도 낙엽이 지는 11월이다. 낙엽 지는 소리에도 간절함으로 손이 모아지는 11월이다. 2006.11.22 | 이사를 했어요. 김옥춘 이사를 했어요. 창이 큰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땅속이 아닌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햇살이 길게 누워 놀다 갈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창문을 열면 옆 건물 벽이 코앞까지 와 있지 않은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주인이 대문 걸으면 열어 달라고 초인종 누르는 게 싫어서 속을 보글보글 끓이지 않아도 되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빨래 말리는 게 무섭지 않은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옆집 젊은이들 사랑 나누는 거친 숨소리 사랑 나눈 후 샤워하는 소리 안 들리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옆집 아저씨 오줌 줄기 굵은지 가는지 안 들리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비 올 때마다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 던져진 듯 시끄럽지 않은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부엌에서 식구들 나올까 봐 대강 샤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두 팔 벌려도 팔이 펴지고 남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문만 열면 도망치던 쥐들 죽어서 썩는 냄새 고약하지 않은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비 맞으면서 밥하지 않아도 되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숨 쉴 때마다 곰팡내로 숨 막히지 않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비 올 때마다 방바닥에 빗물 고이지 않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바닥은 뜨거워도 코는 시럽 지 않은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화장실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화장실 갈 때마다 엉덩이에 똥물 튈까 봐 무섭지 않은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어쩌다 온 조카에게 옆집에서 시끄럽다고 쫓아온다고 속삭이듯 말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집에 갈 때마다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창이 넓고 햇살이 방안에 들어와 편안하게 놀다 갈 수 있는 방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렇지만 아궁이에 나무 때고 아궁이에 볏짚 때고 아궁이에 풍로로 왕겨를 때던 어린 시절 마당의 햇살만큼은 아니네요. 이사를 했어요. 하루하루 눈치 보지 않고 살아도 되는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렇지만 대문도 없었던 토담 초가집과 나무 대문 삐걱 닫아걸고도 안마당에 햇살과 사랑 나누는 꽃밭을 걸터앉아 바라보던 마루만큼은 아니네요. 이사를 했어요. 이삿짐 다 풀고 나니 서러웠던 삶의 보따리가 끈을 풀고 기어 나와 눈물 고이게 하네요. 가슴 저리게 하네요. 2006.11.29 |
이웃 김옥춘 커피 한잔하세요. 아침이면 누구에게라도 이렇게 말하고 싶은 사람 따뜻한 차 한 잔 드릴까요 겨울이면 누구에게라도 이렇게 말하고 싶은 사람 식사 좀 하세요 끼니때면 누구에게라도 이렇게 말하고 싶은 사람 당신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합니다. 당신이 있어 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마음 따뜻한 당신 말이 따뜻한 당신 미소가 따뜻한 당신 참 아름답습니다. 2006.12.16 | 사랑하겠습니다 김옥춘 강아지에게 입히는 옷이 강아지를 얼마만큼 행복하게 할까요? 비싼 화분이 식물을 얼마만큼 행복하게 할까요? 커다란 수족관이 물고기를 얼마만큼 행복하게 할까요? 비틀어 놓은 나뭇가지가 나무를 얼마만큼 행복하게 할까요? 내가 사랑하는 방법과 표현들이 너를 얼마만큼 행복하게 할까요? 오늘 너를 사랑하는 나의 사랑이 나만의 기쁨과 행복만을 위한 것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오늘 너를 사랑하는 나의 사랑이 너를 구속하고 너를 아프게 하고 너의 꿈을 작게 만들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나만큼 너를 사랑하겠습니다. 너만큼 나를 2006.12.24 |
시장에서 김옥춘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갸우뚱 갸우뚱 갸우뚱 갸우뚱 앉았다 일어섰다 앉았다 일어섰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사고 싶다고 다 살 수 없으니까 갖고 싶다고 다 가질 수 없으니까 2006.12.24 | 어르신들을 보며 김옥춘 아파트에서 어르신이 먼저 인사를 합니다. 어르신이 더 많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합니다. 경비이기 때문이 아니길 바랍니다. 젊지 않기 때문이 아니길 바랍니다. 일자리 놓치는 게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보다 두려워서가 아니길 바랍니다. 나 늙은 날의 모습이 아니길 바랍니다. 식당에서 어르신이 힘든 일만 합니다. 어르신이 제일 힘든 일만 하면서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합니다.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합니다.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니길 바랍니다. 젊지 않기 때문이 아니길 바랍니다. 일자리 놓치는 게 허리가 끊어지는 것보다 두려워서가 아니길 바랍니다. 나 늙은 날의 모습이 아니길 바랍니다. 건물에서 어르신 청소만 합니다. 남들이 밟기도 싫어하는 더러운 곳에도 엎드려 청소를 합니다. 자식들이 든든한 울타리 되어주지 못해서가 아니길 바랍니다. 젊지 않기 때문이 아니길 바랍니다. 일자리 놓치는 게 뼈가 부서져 가루가 되는 것보다 두려워서가 아니길 바랍니다. 나 늙은 날의 모습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미 내 엄마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미 내 이웃 어르신의 모습입니다. 2006.12.25 |
내 차례 김옥춘 주머니에 손 넣지 말라고 넘어진다고 뛰지 말라고 걸어 다니라고 위험하다고 횡단보도로 건너라고 신호등 잘 보고 건너라고 차 조심하라고 운동하라고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적당히 먹어야 한다고 아프면 안 된다고 아프면 절대로 안 된다고 깨끗이 씻으라고 옷도 자주 갈아입으라고 사람들이 눈살 찌푸리면 안 된다고 외톨이 되면 안 된다고 이젠 이젠 내가 잔소리해야 할 차례입니다. 하루하루 더 늙어가는 부모님께 이젠 이젠 내 차례입니다. 이젠 이젠 내가 돌봐 드려야 합니다. 다는 드리지 못해도 받은 사랑의 반의반의 반의반이라도 돌려 드릴 수 있는 나 이게 하소서 내가 꼭 해야 할 일을 귀찮아하지 않게 하소서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정성을 다하게 하소서 2006.12.27 | 새해에는 김옥춘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빨간색으로 별도 그리고 싶어 네 생일에 새해 달력에 새해를 맞을 때마다 내가 사는 사계절 중 내가 사는 열두 달 삼백예순다섯 날 중 가장 중요한 날에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새해 달력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어 너의 생일이라고 새해 달력에 빨간색으로 별도 그리고 싶어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새해에는 붉은 가슴으로 사랑이 하고 싶어 내 삶의 가치로 내 삶의 보람으로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사랑해 이렇게 매일 말하고 싶어 새해에는 2006.12.27 |
어흥 김옥춘 어흥 무섭지? 하하하 하나도. 전기요금 수도요금 가스요금 무섭지? 아-악 무서워 너무 무서워. 메롱 약 오르지? 호호호 하나도. 오르는 물가 시장보기 약 오르지? 꺄- 악 약 올라 죽겠어 무서워 죽겠어 손가락 빨게 생겼다고. 2006.12.27 | 나 어렸을 땐 김옥춘 나 어렸을 땐 쌀밥 먹는 날이 따로 있었어요. 명절 제사 생일 그리고 일꾼을 구해 일하는 날 나 어렸을 때 내 어머니 일꾼을 구해 일하는 날 일꾼을 잘 먹였어요. 나 살아가면서 내 어머니의 그 마음 잊지 말자고 가끔 다짐합니다. 나 어렸을 때 내 어머니 가족 생일에 무슨 일이 있어도 떡을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쌀밥을 했어요. 나 살아가면서 내 어머니의 그 마음 잊지 말자고 가끔 다짐합니다. 나 어렸을 때 내 어머니 특별한 음식을 하면 동네 어르신들께는 꼭 심부름을 보냈어요. 나 살아가면서 내 어머니의 그 마음 잊지 말자고 가끔 다짐합니다. 나 어렸을 때 내 어머니 조상님 앞에 살아계신 듯 삼가고 예를 갖췄어요. 나 살아가면서 내 어머니의 그 마음 잊지 말자고 가끔 다짐합니다. 나 어렸을 때 내 어머니 잔칫집에서도 제삿집에서도 내 자식 떡 하나 더 주는 법이 없었어요. 나누어 먹는 자리에선 구분 없이 항상 똑같이 주셨어요. 나 살아가면서 내 어머니의 그 마음 잊지 말자고 가끔 다짐합니다. 나 어렸을 땐 친구들의 엄마들도 내 엄마처럼 그랬어요. 가족을 귀히 여기고 조상을 귀히 여기고 일꾼을 귀히 여기고 어르신들을 섬기고 내 자식만큼 남의 자식을 귀히 여겼어요. 그래서 잘못하면 동네 어르신들께도 혼났어요. 나 살아가면서 내 자식 아니어도 그릇됨은 바로 잡아주려던 동네 어르신들 그 마음 잊지 말자고 가끔 아주 가끔 다짐합니다. 2007.1.1 |
화창하지 않아도 좋은 날 김옥춘 화창하지 않아도 좋은 날 커피를 끓입니다. 커피를 끓일 때면 늘 그리움이 내려앉아 함께 김을 올립니다. 유혹을 하는 향기처럼 가슴을 태우는 연기처럼 커피를 끓일 때면 늘 그렇게 그립습니다. 사랑이 사랑으로 와야 할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당신이 흐려도 좋은 날 비가 내려도 좋을 날 오늘은 그리움 가득한 내 눈으로 길을 만들어서 사랑 가득 담고픈 내 가슴으로 길을 만들어서 창밖을 바라봅니다. 오늘은 오늘은 기다리는 사랑이 회색빛 하늘만큼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것만 같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오늘은 오늘은 화장하지 않아도 좋은 날 사랑하고 싶은 날입니다. 커피에서 향기가 납니다. 그리움이라는 향기 사랑소망이라는 향기 2007.1.2 | 전봇대의 추억 김옥춘 빛과 열을 전해 주라고 했어 그래서 서 있었어. 강아지 쉬 하고 취객도 쉬 하고 꼬마들은 숨바꼭질 놀이 진지 놀이하고 갔지 거미줄보다 어지럽다는 말도 들었어. 그래도 서 있었어야 했어. 연인들 뽀뽀하고 성난 사람은 발길질하고 갔지 전등 달아주면 가로등도 하고 표지판 달아주면 이정표도 했어 그렇게 꼼짝 못 하고 서 있었어. 전화번호 주고들 갔었지. 다방으로 오라고 초보 환영한다고 숙식제공한다고 월수입 200만 원 보장한다고 어려운 일 절대 아니라고 전화번호 주고들 갔었어. 공장으로 오라고 초보도 가능하다고 숙식제공한다고 밤낮없이 일해도 10만 원만 주겠다고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이 사진을 걸어 놓고 갔었어. 강아지 사진 빛과 열을 전해 주라고 했어 그래서 서 있었어. 밝음과 따뜻함만 전해주고 싶었었어. 2007.1.3 |
같이 살자 김옥춘 사랑은 난간 같은 거야 내 작은 수고로 내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해주는 내 작은 수로고 세상을 향해 꿈을 펼치는 일이 무섭지 않도록 힘이 되어주는 사랑은 안전띠 같은 거야 조금은 자유롭지 않아서 구속 같겠지만 생명과 행복을 지켜주는 사랑은 보험 같은 거야 언제나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지만 아프고 힘들 땐 약속대로 힘이 되어주는 네 삶의 난간이 되어줄게 네 행복의 안전띠가 되어줄게 네 노후의 보험이 되어줄게 나랑 같이 살자 사랑한다. 같이 살고 싶을 만큼 2007.1.5 | 당부 김옥춘 아가 일하듯 사랑을 하렴 일하듯 열정적으로 사랑하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게 친절하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게 웃어주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게 최선을 다하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 책임을 다하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게 정성을 다하렴 일할 때처럼만 네 사랑에게 예의를 다하렴 아가 일도 사랑도 네가 포기하면 네 것이 되지 않는단다. 아가 일하듯 열정으로 사랑을 하고 사랑을 하듯 행복하게 일하렴 2007.1.8 |
고마워 김옥춘 고마워 시간 낼 수 있을 때 와줘서 고마워 살아 있을 때 와줘서 고마워 밥 사줄 수 있을 때 와줘서 고마워 웃을 수 있을 때 와줘서 밥 한번 사주고 싶었어. 배고픈 너 아니어도 차 한 잔 사주고 싶었어. 외로운 너 아니어도 술 한 잔 사주고 싶었어. 삶에 지친 너 아니어도 고마워 만날 수 있을 때 와줘서 웃을 수 있을 때 와줘서 2007.1.12 | 알았지? 김옥춘 차 한잔 밥 한 끼 술 한잔 내가 네게 주고 싶은 거야 미소 눈물 내가 네게 바라는 거야 나는 네게 친구이고 싶은 거야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차 한잔 하자 시간 날 때 그러니까 친구가 필요할 때 저녁 한번 먹자 시간 날 때 그러니까 친구가 필요할 때 술 한잔 하자 시간 날 때 그러니까 친구가 필요할 때 알았지? 2007.1.12 |
홀로 서야 하는 나이 김옥춘 엄마 없인 못 살 것만 같은 어린 나이 어쩌면 세상 전부가 엄마 아빠인 것 같아 친구 없인 못 살 것만 같은 우정의 나이 어쩌면 세상 전부가 친구인 것 같아 너 없인 못 살 것만 같은 사랑의 나이 어쩌면 세상 전부가 너인 것 같아 자식 없인 못 살 것만 같은 부모의 나이 어쩌면 세상 전부가 자식인 것 같아 그리고 혼자서는 못 살 것만 같은 노인의 나이 어쩌면 세상 전부가 추억인 것 같아 그러니까 노인의 나이는 세상 전부가 내가 아니어도 나를 위해 살아야만 하는 두렵지만 홀로서기의 나이인 것 같아 2007.1.12 | 내 삶의 구호 김옥춘 지금 여기 있는 나의 사랑 차고 넘치는 행운 차고 넘치는 행복 사랑합니다. 너를 사랑하겠습니다. 나를 굴러들어오는 복 꿀맛 나는 세상살이 2007.1.13 |
팥 김옥춘 팥은 나 어린 날 생일마다 수수경단의 고물로 내 엄마의 기도가 되었었어. 자식의 건강한 평생을 위한 내 엄마의 기도 팥은 나 어린 날 찐빵의 소로 내 엄마의 달콤한 사랑이 되었었어. 자식의 행복한 오늘을 위한 내 엄마의 선물 팥은 지금도 동지마다 팥죽의 죽으로 내 엄마의 소망이 되지 자식의 앞길에서 액은 쫓고 복은 지켜주고 싶은 내 엄마의 간절한 소망 2007.1.14 | 괜찮아 김옥춘 엄마를 봐 종교를 봐 무조건 사랑해도 돼 괜찮아 욕심이 아니고 사랑이면 괜찮아 내가 늘 바라보고 있는데 뭘 더 바라겠어 마주 바라보지 않아도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아도 괜찮아 너만 행복하면 돼 내가 늘 가슴에 안고 사는데 뭘 더 바라겠어 손잡지 않아도 끌어안지 않아도 행복해 너만 행복하다면 사랑은 원래 내가 하는 거야 사랑은 원래 혼자 하는 거야 사랑을 하면 더 외롭다고 하잖아 외로워도 행복한 게 사랑이라고 하잖아 엄마를 봐 종교를 봐 무조건 사랑해도 돼 괜찮아 2007.1.16 |
들꽃 같은 중년에 김옥춘 햇살 그립다만 나비 그립다만 바람아 너라도 낮게 불어라 너라도 볼 비비고 가라 사랑 기다렸다만 행복 기다렸다만 먼지야 너라도 들어라 너라도 가슴에 앉았다 가라 낮은 내 인생에 늦은 내 청춘에 바람아 너라도 낮게 불어라 낮은 내 인생에 늦은 내 청춘에 먼지야 너라도 앉았다 가라 들꽃 같은 키 작은 내 인생의 중년엔 귀하지 않은 게 없구나 사랑하지 못할 게 없구나 햇살 그립다만 나비 그립다만 사랑이라는 이름의 너 한없이 기다리고 있다만 오늘 드는 게 바람이라면 바람을 사랑하마 오늘 드는 게 먼지라면 먼지도 사랑하마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내 인생을 2007.1.20 | 사랑해야 하는데 김옥춘 해는 짧아도 그림자는 긴 법이지 인생은 덧없어도 행복은 숨바꼭질만 하는 법이지 나비도 외면하는 들꽃 같은 내 인생에서 요정도 잊은 키 작은 내 인생에서 아직도 난 술래지 사랑을 찾지 못해서 행복도 놓칠까 봐 눈 동그랗게 뜬 중년의 술래지 꼭꼭 숨은 너는 들꽃 같은 키 작은 내 인생에서 내가 찾는 사랑이지 꼭꼭 숨은 너는 들꽃 같은 키 작은 내 인생에서 내가 찾는 행복이지 서릿발 내리기 시작한 들꽃 같은 키 작은 내 인생에서 오늘도 나는 너를 찾는 술래지 사랑해야 하니까 행복해야 하니까 2007.1.20 |
응급실에 다녀와서 김옥춘 달랑달랑하는 택시비 숨이 탁탁 막혔지 돈 없는 사람 택시 탈 일이 생기면 안 되지 병원도 가기 전에 심장마비 걸릴 일이지 응급진료는 4만 원부터라는 말에 메스꺼운 한숨이 온몸에서 힘을 빼버렸지 쓰러질 것만 같았지 내 목소리 내 몸속으로 기어들어가 내 귀에도 간신히 들렸지 돈 없는 사람은 아플 일이 아니지 진료도 받기 전에 겁에 질려 죽을 지경이지 응급실의 응급처치는 혈압 재기 하나였지 혈압은 다급하게 재 놓고 말도 다급하게 했지 기다리라고 순서를 꼬박 한 시간을 기다려서 진료를 받았지 인생이 서러운 사람 병원 갈 일 아니지 기다리는 동안 초라한 모습에 눈물 펑펑 쏟아지지 진료도 받기 전에 서러워 죽을 지경이지 응급처치가 늦은 것은 내가 가난한 탓이 아니지 의사 선생님이 게으른 탓이 아니지 나는 의사와 병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고 의사 선생님은 본분과 정성을 다했을 뿐이지 응급실에서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 아픈 사람에게도 의사 선생님에게도 진료받고 더 커지는 아픔이 있었지 돈의 상처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은 원래 상처였지 가난한 사람은 돈이 원수지 따라다녀도 도망가고 기다려도 오지 않고 안 써도 새버리는 2007.1.21 | 산행 친구 김옥춘 꽃을 따라다니는 우리는 나비인가 보다 앉아서 내 임 기다릴 수 없어 찾아 나서야만 하는 사랑의 날갯짓 하고픈 나비 계곡을 따라다니는 우리는 구름인가보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안았다 놓고도 쏟아버리고 마는 사랑의 무게로 버거운 구름 낙엽을 따라다니는 우리는 바람인가 보다 가는 세월 안타까워 한 조각 사랑이라도 찾아 붉게 물들이고 싶은 바람 눈꽃을 따라다니는 우리는 열정인가 보다 냉혹한 현실도 모자라 더 큰 시련을 찾아내서 이겨내고 마는 절정을 즐기는 열정 2007.1.22 |
돈도 사랑도 김옥춘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더라. 따라다닌다고 잡히는 게 아니더라. 꼭 쥐고 있어도 새어 버리고 말더라. 가난한 사람에게 돈이 그렇더라. 외로운 사람에게 사랑이 그렇더라. 그렇다고 무관심할 수만은 없더라. 그렇다고 포기할 수만은 없더라. 그렇다고 헤플 수만은 없더라. 가난한 사람에게 돈이 그렇더라. 외로운 사람에게 사랑이 그렇더라. 돈은 사랑을 가치 있게 하더라. 사랑은 돈을 가치 있게 하더라. 가난한 사람에게 돈은 절망이면서 꿈꾸는 행복이더라. 외로운 사람에게 사랑은 아픔이면서 행복해지고 싶은 꿈이더라. 2007.1.23 | 나의 바람 김옥춘 놀이는 아이에게 열정이야 배고픈 것도 모르잖아 사랑은 청춘에게 열정이야 밤새는 것도 모르잖아 자식은 부모에게 열정이야 세월 가는 것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아이는 배고프도록 놀게 해 줘야지 아이에게 놀이는 일이며 행복이잖아 그러니까 청춘은 밤새도록 사랑하게 해 줘야지 청춘에게 사랑은 가치창조이며 행복이잖아 그러니까 부모는 사는 날까지 자식 보며 살아야지 부모에게 자식은 휴식이며 행복이잖아 재미있게 살아 오늘도 내일도 꽤 중요한 것을 잊을 만큼 재미있게 살아 평생을 한평생 행복하라고 알았지? 2007.1.26 |
너를 위한 오늘의 기도 김옥춘 오늘 걷고 있는 삶의 길이 오솔길처럼 마음에 평화를 주는 사랑이 가득한 길이길 오늘 만나는 사람이 산과 물처럼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사랑 가득한 사람이길 오늘 하고 있는 일이 탄탄대로처럼 확 트이고 거침없는 복이 넘치는 일이길 오늘 버는 돈이 산처럼 쌓이고 바다처럼 모여 사는 일이 신나고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아름다운 돈이길 2007.1.26 | 넌 내게 동화야 김옥춘 넌 내게 동화야 그림이 예쁜 그림동화 색이 고운 그림동화 넌 내게 동화야 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와지는 동화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동화 넌 내게 동화야 고난 속의 네 안에 왕자가 있음을 믿게 하는 동화 언제나 귀한 너임을 믿게 하는 동화 고난 속의 내 안에 공주가 있음을 믿고 싶게 하는 동화 언제나 귀한 나임을 잊지 않도록 하는 동화 넌 내게 왕자야 원래 귀했던 사람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다시 존경받을 사람 넌 내게 동화야 마음이 예쁜 동화 마음이 진솔한 동화 2007.1.30 |
선물 김옥춘 복 받으라고 복 쌓으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래서 사랑받으라고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어서 그래서 힘들잖아 산다는 게 외롭잖아 사랑한다는 게 그래서 꿈이라도 휴식이라도 잠이라도 달콤하고 행복해야지 그래서 말하고 싶어서 축복의 말 기도하고 싶어서 행복한 삶 그래서 말이 기도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하지만 내 마음의 기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서 2007.2.12 | 욕 김옥춘 온종일 무시당하고 온종일 멸시당하고 온종일 참기만 하고 온종일 이를 악물어 입을 닫기만 하고 온종일 억울해도 온종일 분해도 온종일 허리 아프게 일을 하고 온종일 가슴 아프게 일을 하고 그렇게 하루가 가면 숨 고를 때마다 욕이 나오더라. 그렇게 하루가 가면 낯설고 어색해도 욕을 하고 있더라. 내가 무시당하고 살 일이 아니더라. 억울하게 살 일이 아니더라. 입만 거칠어지는 게 아니더라. 무시하면서 살 일이 아니더라. 억울하게 만들 일이 아니더라. 말이란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맑고 고와야 하더라. 2007.2.15 |
제기 김옥춘 맞다 맞아 제기는 예기다. 존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받침을 높인 것이리라. 맞다 맞아 제기는 우주다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경건함이 둥근 해와 달을 닮게 했으리라. 맞다 맞아 제기는 내 어머니 마음이다. 정갈함이 엄숙함이 정성이 간절함이 존경과 사랑이 기도가 내 어머니 마음과 꼭 닮았다. 맞다 맞아 제기는 섬김이다. 자식을 존귀하게 여기는 내 어머니의 마음이 조상을 존귀하게 여기는 내 어머니의 마음이 받침을 높인 것이리라. 2007.2.17 | 소원 김옥춘 소원 빌었니? 아니 소원이 없니? 아니 그런데 왜? 나 부자 만들어 줄 수 있는 달님 아니잖아 나 하고 싶은 일 다 하게 해줄 수 있는 해님 아니잖아 이 세상의 아픈 사람 다 고쳐줄 수 있는 하나님 아니잖아 이 세상의 고통과 악을 다 없애줄 수 있는 부처님 아니잖아 누군들 소원 들어주고 싶지 않겠어? 그래서 희망을 버렸구나? 아니 소원이 없구나? 아니 그런데 왜? 달라고 한다고 다 줄 수 있는 거 아니잖아 감사의 기도만 했어 더 달라고 하기 전에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고 싶었어. 2007.3.5 |
꽃샘추위에 김옥춘 꽃샘추위에 코 베이지 말고 꽃샘추위에 동태 되지 말고 채비 단단히 해라 따뜻한 날 감기 달고 살라 멍석 깔아 놓고 기 꺾일라 시새움에 멍들지 말고 시새움에 아프지 말고 바르게 봐라 사랑하고도 미워할라 사랑하면서도 이별할라 꽃샘추위에 얼지 마라 시새움에 눈물 흘리지 마라 이미 봄이다. 이미 사랑이다. 2007.3.6 | 봄눈 김옥춘 심술부리러 왔겠는가? 인사하러 왔겠지 겨울이 가면서 한 번 뒤돌아본 게지 눈시울 적신 게지 무서워서 물러났겠는가? 배웅하는 게지 봄이 인사하고 가라고 맘 편히 가라고 기다려 주는 게지 참 구성진 춤판 같구려! 참 아름다운 축제 같구려! 하얀 눈 함박눈 봄눈 2007.3.8 |
여운 김옥춘 사랑이란 손을 잡고 싶은 것 사랑이란 입을 맞추고 싶은 것 사랑이란 그런 게 맞아 사랑이란 눈빛을 곱게 만드는 것 사랑이란 얼굴을 빛나게 만드는 것 사랑이란 그런 게 맞아 눈빛 고운 중년의 연인을 봤어 잡은 손을 놓지 않았어. 환하고 따스한 미소가 서로를 존중하고 있었어. 가슴 아릴 만큼 예뻤어. 눈빛 고운 중년의 연인을 봤어 가만가만 말하고 가만가만 웃었어. 손 맞잡은 것이 사랑 가득한 대화였어. 사실은 가슴이 많이 아렸어 바라보는 마음 서로의 아픔까지 보듬고 존중하는 사랑 같아서 나도 손잡고 싶게 했어 나도 존중과 믿음으로 웃고 싶게 했어 눈빛 고운 그들의 사랑이 사랑은 참 예쁜 거야 사랑은 참 사랑스러운 거야 보기에도 손 맞잡고 싶다. 입 맞추고 싶다. 사랑 하고 싶다. 2007.3.9 | 구름 김옥춘 구름은 분첩이야 하얀 가루 내려 세상을 아름답게 하잖아 구름은 샤워기야 맑은 물방울 내려 세상을 깨끗하게 하잖아 구름은 청소기야 때때로 세상을 아름답게 깨끗하게 하잖아 2007.3.10 |
일꾼을 부릴 땐 김옥춘 일꾼을 부릴 땐 잘 먹이는 거야 가족처럼 열정을 쏟아낼 기회를 주는 거지 일꾼을 부릴 땐 예의를 버리지 말아야 하는 거야 귀한 손님을 대하듯 일에 대한 가치를 찾아낼 기회를 주는 거지 일꾼을 부릴 땐 믿어주어야 하는 거야 나 자신처럼 내 일처럼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지 자존심 상한다고 대강 일하는 건 아니지만 일 해보니 그래 기쁘게 일하면 집중력이 생기지 창의력이 생기지 2007.3.10 | 친해지면 김옥춘 익숙해지면 더 많이 보이는 법이지 안갯속에 한참 있어 봐 어둠 속에 한참 있어 봐 친해지면 더 많이 보이는 법이지 웃는 얼굴에서 아픈 가슴까지 보이니 우는 얼굴에서 감사와 환희로 가득 찬 가슴까지 보이니 익숙해지면 더 잘 보는 법이지 친해지면 더 잘 보는 법이지 익숙해지면 친해지면 비로소 제대로 보는 것이지 2007.3.10 |
샘물 김옥춘 퐁퐁퐁 졸졸졸 나 어렸을 땐 아침에 일어나면 퐁퐁 솟는 샘물 아래로 세수하러 갔었지 내 어머니의 빨래터였지 나 어렸을 땐 내 어머니 동이로 샘물 이어다 새벽밥을 지으셨지 물동이 옆엔 똬리 하나 늘 있었지 나 어렸을 땐 샘물가에 해당화 곱게 피었었지 배고프면 해당화 꽃잎 따 먹고 목마르면 해당화 꽃잎 살짝 밀고 샘물을 퍼마셨지 박 농사 잘되어 바가지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해엔 바가지 하나 깨도 혼나지 않았었지 바가지만 많아도 내 마음 훈훈했었지 내 어머니 마음 너그러웠었지 퐁퐁퐁 졸졸졸 샘물은 시원했었지 샘물은 따뜻했었지 언제나 마르지 않았지 내 어머니의 사랑처럼 중년만 되어도 어린 시절은 동화가 되지 가난하고 마음 쓸쓸했지만 펼쳐 보면 그림이지 눈물이 나도 아름다운 그림이지 내 삶도 동화였지 내 삶이 소설이듯 2007.3.12 | 화이트데이 김옥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 사~랑 사~아~랑 저... 사랑해! 응? 뭐라고 했어? 으~응 여기 사~탕 사탕이구나! 사랑이라고 들었는데 고마워 달다 저... 사~탕~해! 응? 사탕이 어떻다고? 달콤해 너 같아 달콤해 널 생각하는 내 마음 같아 으~응 사랑한다고? 응 사랑해 많이 2007.3.14 |
화이트데이 김옥춘 사탕 네가 삶에 지쳤을 때 네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내 마음이야 사탕 네가 삶에서 쓴맛을 보았을 때 네게 용기를 주고 싶은 내 마음이야 사탕 네가 사람이 그리울 때 사랑으로 곁에 있어 주겠다는 내 마음이야 내 마음 사탕 받아줄 거지? 내 마음 사랑 받아줄 거지? 사랑해 2007.3.14 | 소주는 김옥춘 소주는 점점 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소주는 언제나 사랑의 가슴 같은 이름으로 돌아왔다. 소주는 이름이 참 예쁘다. 2007.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