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는 것은 본인의 색깔이 없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렇다면 사주 역학에서 토의 용도를 설명드리겠다. 역학이란 곧 운동성을 말하는 것이다. 자연의 기운은 끝없이 원운동을 하고 있으며 양 꼭지점이 음과 양이다. 그 사이를 좀 더 세밀하게 쪼갠 것이 오행이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는 목, 화, 금, 수밖에는 없다. 토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것이 무슨 뜻이냐면 마치 컨베이어에 의하여 일직선으로 물건을 이송하던 상태에서 모서리를 만나게 되면 90도로 방향을 회전시키는 turn unit 이 필요한 것과 같은 것이다. 방향을 회전하는 것은 제자리에서 이루어 지지만 방향 회전이 없다면 물건을 목적지까지 이송할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진술축미는 목, 화, 금, 수 사이에서 나름의 역할을 가진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라. 그러한 성질을 가지는 진술축미가 서로 만나 충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예를 들어 진술충을 가정해 보겠다. 진토는 방합으로는 목, 삼합으로는 수의 방향성을 가진다. 술토는 방합으로는 금, 삼합으로는 화의 방향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진술이 서로 만나게 되면 어긋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톱니바퀴 두개가 만난 격이 되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 상태에서 천간에 목이 드러나면 진토가 가진 목의 방향으로 진토가 힘을 얻어(우세해 져서) 회전하게 되는 것이고 술토가 딸려간다. 반면 천간에 금이 드러나면 술토가 가진 금의 방향으로 술토가 힘을 얻어 회전하게 되며 진토가 그 힘에 딸려간다.
이것이 진술충의 개고 작용이다.
자, 그러면 운이란 것이 언제까지고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면 천간에 목이 이어지다가 금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진토의 힘으로 목 방향으로 회전시키던 톱니바퀴가 멈추고 이제는 술토의 힘으로 금 방향으로 회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운동성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그것이 입묘 작용이다.
그러므로 실제 삶에서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토 일간을 가정했을 때 목은 관성이고 금은 식상이다. 목운이 들어올 때에는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이 금운으로 바뀌면 하루아침에 직장을 때려치게 된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갑작스러운 변화이고 결심에 의해서다. 지지에 진술축미를 깔고 있는 자는 운의 변화 때문에 개고 입묘 작용이 일어날 경우 본인이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을 갑작스럽게 하게 된다.
그렇기에 입묘가 그토록 무서운 것이다. 만약 충극에 의하여 손상당한다고 하면, 그것은 이미 위험을 인지한 것이고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어느정도 대비가 가능할 만큼 예측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토충에 의한 입묘는 그 효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듯이 토충이 특정 오행을 빨아들여 자취를 감추게 만든다.
즉, 충극에 의한 변화는 완만한 곡선 혹은 가파른 곡선을 그리면서 변화가 일어나지만 입묘에 의한 변화는 직선으로 진행하다가 갑자기 90도로 꺾여 버리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변화가 빨라 예상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개고 입묘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가? 토충에 의하여 밖으로 개고되는 오행과 안으로 입묘되는 오행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불행히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어느정도 확률을 높이려면 운의 흐름을 보아야 한다.
가령, 운이 해자축인묘진으로 흘러갈 때 운에서 들어오는 축토에 의하여 사주원국의 미토와 축미충이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다음 운세에서 목기운이 강해지므로 축토에서 금은 입묘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사주원국, 대운, 세운을 모두 함께 고려하여 개고 입묘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충에 의한 변화는 본인의 사주를 본인이 직접 해석할 때만 어느정도 정확하다. 내 인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는 나 자신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의 사주팔자에 토가 있다면 운에서 토가 들어와서 토충이 발생했을 때 어땠는지를 스스로 판단해 보시길 권한다. 무엇이 개고되고 무엇이 입묘되었는지.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