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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2006년, 48회) 사시 2차를 합격하고, 면접을 어제 끝낸 법대생입니다.
책읽는 속도가 누구보다도 느리다고 자부하는 저로서는 1차 4-5순환, 2차 4-5순환이 기본인 기존의 합격기를 보면서 항상 좌절만 했었기에 이렇게 짧게나마 합격수기를 올려봅니다.(라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제가 만연체가 특기라..;; 지루한 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책을 읽는 속도가 평균적이시거나 빠르신 분들은 전혀 읽으실 필요가 없는 글입니다. 또한 제 공부방법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사시2차에 안정적으로 합격하시기 위해서는 학원에서 제시하는 방법, 각종 모범합격수기들이 제시하는 방법(이를테면 3,4순환 후 2차 마지막 9일동안 5-3-1(5일만에 7과목, 3일만에 7과목, 1일만에 7과목 보기) 방법)을 따르는 것이 가장 낫겠지요. 그리고 저와 비슷한 공부방법을 가지신 분들도 가능하다면 표준적인 룰을 따라가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성격상 도저히 그러한 방법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해서 이 글을 씁니다. '나는 책을 천천히 읽는 게 마음도 편하고 머리 속에 잘 들어오며 공부하는 맛이 난다. 진도의 압박이 느껴지면 나는 공부를 전혀할 수 없다. 그런데 학원에서 하는 1순환, 2순환은 진도가 뭐이렇게 빨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표준적인 룰을 따르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하며 2차공부과정에서 좌절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씁니다. 2차시험과정의 가장 큰 적은 자신감 상실이니까요. (이하부터 학원강사님들/교수님들 성함에 존칭 생략합니다.)
1. 1차 준비과정
1) 2003년 8월-2004년 2월(민법1회독, 형법 0.8회독)
2003년 8월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김종원 민법 기본강의와 김형배 저를 시작했습니다. 1차시작시 민법2달 형법1달 헌법1달이 모범적인 기간이라고 들었기에 이를 염두에 두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교과서를 잡아먹을 듯이 책을 읽는 저로서는(게다가 잠이 많아 공부시간도 그리 길지 않은- 책을 보는 시간만 따져서 8-9시간) 9월이 지나고 10월 중순이 지나서야 민총, 물권, 채권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김종원님의 강의와 보조자료가 적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강사님이었다면 더 길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판례집은 따로 볼 시간이 없었고, 문제집도 사놓고는 거의 풀지 않았습니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한달동안은 고향집에서 거의 하루에 12-3시간(쉬는시간 밥먹는 시간 빼고 공부시간만)을 공부하며 임웅저 신호진 강의로 형법 총론 및 형법 각론 재산범죄까지 보았습니다. 물론 판례집과 문제집은 보지 않았습니다. 판례집은 나중에 보아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고, 문제집은 기초를 쌓은 후 보는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11월 중순에 법대축구대회 출전을 계기로 놀기시작하여 다음해 2월까지 휴식을 취했습니다. 2004년 2월의 1차시험전 1주일을 제외하고는 단 한 시간도 책을 보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1차는 최소한 각 과목을 3번은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지라 그 말을 부인할 수 없었던 저로서는 11월 중순부터 90여일이 남은 그때(축구대회출전후) 헌법을 보고 헌민형을 두번 더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남은 가족법과 선택과목도 문제였던 것입니다. 어차피 못 붙을 거 3월부터 열심히 공부하자는 생각에 2월까지는 쉬었습니다. 같이 있던 친구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기에 같이 쉬었습니다.
2) 2004년 3월 - 2005년 2월 (민법 2회독, 형법 1회독, 헌법 1회독 반)
3월부터는 학원에서 김형배 책을 그대로 쓰면서 권순한 민법강의를 들었습니다. 권순한 민법강의는 다들 아시다시피 판례가 무지 많습니다. 정일배판례집보다 많다고 들었습니다. 3월부터 시작된 강의는 책을 잡아먹을듯이 공부하는 저의 습관덕분에(판례 하나하나를 완전 이해할 때까지 넘어가지 않았고, 거의 외울듯이 공부했습니다.) 4월, 5월, 6월, 7월, 8월 말이되어서야 민법2회독이 끝났습니다.(2003년 8월의 1회독 포함) 물론 2004년 1학기는 학교 수업을 들었고(채권각론 등 1차과목 몇개), 친구들과 3일에 한번씩 피시방에서 스타를 하기도 했지만 강의는 빠지지 않았고, 하루에 8-9시간씩(이시간도 물론 순수공부시간입니다.)은 공부했었는데, 민법만 무려 6개월이 걸린것입니다.(2순환인데) 잠시 좌절했으나, 2003년 2학기도 휴학하고 2004년 2학기도 휴학한 저로서는 2005년 1차시험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우선 한번도 강의를 듣지 않았던 헌법강의를 들었습니다. 금동흠을 들으려 했으나 마침 금동흠씨 강의가 없었고, 황남기씨강의를 서점아저씨께서 추천해서 그걸로 했습니다. 지금보면 그때 황남기저를 본것이 정말 주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판례가 포함되어 있고, 따로 판례를 보지 않아도 되어 1차 대비용으로는 최적의 교과서였던 것 같습니다. (시간없을때. 다만 2차시에 체계가 잘 안 잡혀서 교수님 교과서를 많이 참고해야 하는 난점이 있음.) 2달을 공부한 끝에 10월 중순쯤에 1회독을 마쳤습니다. 그때 형법책도 1년 전에 보았기 때문에 다 잊어버렸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임웅저 형법책을 다시 잡고 그해 출판되어 나온 2005년 대비 형법모강교재+신호진 형법판례총정리와 함께 천천히 책을 보니(마지막 사회적 범죄이후는 강의도 들었습니다. 2003년에 못들었기때문입니다) 12월도 어느덧 마지막날이 되었고, 그제서야 가족법이 생각난 저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2005년의 시작과 함께 권순한 tape 28개짜리 가족법 테입을 들었습니다. 하루에 한시간 반짜리 테입 네개를 두배속으로 틀어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강의를 3시간 반 정도만에 마치고, 나머지 시간(6-7시간)을 복습했습니다. 안그래도 똑같은 판례가 10번씩 나오는 권순한 가족법 강의를 그 두배의 시간동안 복습했습니다. (저로써는) 초인적인 스피드로 7일만에 가족법을 마치고는(그 이후 2월 시험까지 가족법은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족법부분은 만점을 받았습니다. 천천히 꼼꼼히 다방면으로 생각하면서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민법을 보았습니다. (아 그 이전에 10월에서 11월 사이에 근근히 주말마다 경제법을 테이프들으면서 책정리만 하고 복습은 하지 않는 식으로 정리했었다는 걸 빼먹었네요.) 1월 8일부터 모강문제집과 함께 민법3순환을 시작했는데 책 느리게 보는 성격은 어딜 안 가더군요. 2월 초가 되어서야 민법 3순환이 끝났습니다. 그나마 1달만에 끝날 수 있었던 이유는 헷갈리는 부분이나, 시간을 들여 단순암기를 해야하는 부분은 노트를 하나 만들어 옮겨적고 그냥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이 노트는 시험전날과 당일에 보았는데 노트부분에서만 5-6문제씩 나와 시험시간절약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시기에 저는 지금까지 민법 3순환 형법 2순환 헌법 1순환 했는데 “남은 시간은 20일밖에 없고, 형법 3순환, 헌법 2,3순환 그리고 마지막 날에 세과목 다보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좌절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꾸욱 참고 공부했습니다.
경제법을 복습하면서 모의고사를 푸는 작업을 4일간 한 후, 헌법 2순환을 시작하여 시험까지 남은 15일동안 모강문제집과 함께 책을 보았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시험이틀전까지 국회부분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은 경제법을 보라는 친구의 충고를 듣고 경제법을 열심히 보았습니다.
결국 헌법도 2회독도 채 못 끝냈고, 형법도 2회독 한지 두달이 지났고, 3회독인 민법은 본지 1달이 지났고, 가족법은 1회독이라는 객관적인 숫자상의 사실에 좌절한 저는 시험전날에 마음을 비웠습니다. ‘마음 편하게 치자. 그래도 최선은 다해보자. 떨어져도 할 수 없지.’
시험당일, 떨어져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놀랍게도 마음이 편했던 저는 아침부터 헌법2순환때 쓴 '구멍메우기 노트'와 경제법교재뒤에붙어있는 '요약페이지'를 보면서 시험장에 도착하여 헌법과 경제법을 마음 편히 치르고, 가장 고민이었던 헌법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것을 느끼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최악의 상황을 상정했었기에 헌법이 합격 최저선인 7-80점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뻤습니다. 자신감 충만 상태로 형법, 민법을 치르고 나오니 왠지 느낌이 좋았습니다. 집에 가서 마음 졸이며 채점을 한 결과 헌법 90점, 형법 97.5점, 민법 95점, 경제법 48점의 좋은 성적이었습니다.
1차시험은 운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속법령도 강의만 들었지 시간이 없어 복습도 못했는데 그 해에는 부속법령이 나오지 않았고, 제일 약하다고 생각했던 헌법도 쉽게 나왔으며, 형법도 쉬운 한글로 써진 임웅저를 통해 학설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에게 적합하게 학설을 묻는 문제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시험전날 친구의 충고로 열심히 보게된 경제법이 어렵게 나왔던 것도 저에게는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천천히, 꼼꼼히 보았기 때문에 1달전에 보았던 민법 판례도 기억이 났고, 2달전에 보았던 형법 학설도 어렴풋이나마 기억이 났다고 말입니다.
2. 2차 준비과정
1) 예비순환(3월-6월)
1학기 학교를 다니면서 형사소송법 수업을 수강했고, 지난해의 박승수씨의 강의와 이시윤민사소송법 책을 4달 내내 가지고 다니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4-5시간씩 공부했는데도 저의 어설픈 완벽주의는 20일짜리 강의인 민소법을 2달동안(하루10시간 공부했다고 가정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책의 2/3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 절대 아닙니다.
2) 1순환
6명의 동료들과 스터디를 꾸려 1순환을 시작했습니다. 박승수 민소법을 워크북과 함께(나중에 알고보니 워크북은 재시생에게는 참고하는 책이고 삼시 사시생들만 제대로 보고 공부하라고 만든 책이더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워크북도 디립다 팠습니다.) 다시 강의를 들으면서(예비순환강의테입) 복습하고, 매일매일 친구들과 1시간씩 스터디를 했습니다. 스터디는 같이 공부하는 사람이 곁에 있음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도 크나큰 용기와 힘을 줬던 것 같습니다. 수험에는 필요없지만 자꾸 떠오르는 의문점들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되었구요. 민소법 1순환 역시 꼼꼼히 보느라 마지막 청구병합과 다수당사자소송은 보지 못했습니다.
성봉근강의 홍정선 저로 시작한 행정법 때는 공부가 잘 되지 않아 조금 덜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1/2만 보았습니다.(국가배상법까지-) 형소법은 이지민 강의를 들었고, 예정된 강의일을 2-3일 초과한 끝에 증거법까지 보았습니다. 김혁붕 상법의 경우 2-3일 늦게 시작한 관계로 회사법은 꼼꼼히, 어음수표법은 나름대로 꼼꼼히, 보험법은 강의만 들었습니다. 정회철 헌법은 강의없이 교재로만 보았으나 2/3정도 보다가 노재호씨의 민법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도중에 끝내고, 노재호로 민법을 시작하였습니다. 민법과목만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더욱 속도가 느려지는 저는 민법의 일정인 15여일에 다가 민법 끝나고 있었던 추석기간(4일)과 형법에 배정된 일자(10일쯤?)의 반인 5일을 다 잡아먹으면서 노재호 민법책을 끝까지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이인규 형법판레강의를 5일동안 총론부분만 보고는 1순환이 끝났습니다.
3) 2순환
2순환은 학원 온리 모의고사반을 다녔습니다. 교과서 및 사례집, 모의고사를 순서대로 보았습니다. 시간이 없어도 절대 사례집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와 사례집은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민소법은 예비순환부터 열심히 한 관계로 시험을 하루도 빠짐없이 쳐가며 잘 다녔습니다. 박승수님의 워크북도 빠짐없이 보았습니다. 문제는 행정법이었는데 성봉근씨가 2순환 모의고사를 행정소송법, 심판법, 절차법, 그리고 각론 등 뒷부분부터 냈기 때문에 뒷부분(처음 보는 부분이었음)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천천히 보느라 행정법 일정이 다 지나갔음에도 1순환때 보았던 앞부분(행정행위 등)은 보지 못했습니다. 1순환 때 본 1/2의 나머지 부분을 본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각론 마지막 페이지까지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그 이후로는 각론을 전혀 보지 못했으나 올해나온 지방자치법관련문제인 기관위임사무와 단체위임사무 문제는 무리없이 서술할 수 있었습니다. 각론의 경우 꼼꼼히 보면 기억이 잘 나는 듯 싶습니다.) 형소법을 좋아했던 저는 지겨운 행정법을 뒤로하고 형소법으로 들어가 예정된 일정(16일가량?)을 6-7일 초과해가면서 전 시험을 보았습니다. 남들 어음수표법 시작할 때 시작한 상법은 회사법의 90%만을 열심히 공부한 후 민법2순환(제가 좋아하는 과목)을 위해 접었습니다.(이때가 2월초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민법2순환 역시 길었습니다. 다들 2순환을 마무리 짓는 2월말에도 저는 민법 2순환을 보고 있었습니다. 18일짜리 민법2순환을 30일걸려서 끝낸 저는 3월초에 형법 2순환을 시작했고 이인규형법책의 양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1차때 봤던 임웅책을 꺼내어 꼼꼼히 보았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김정철님의 책을 중고로 사서 임웅책에 없는 부분만 잘라 붙였습니다. 보던 책이라 그런지 친숙하고 보는게 재미있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시간은 일정(15일)을 넘어 4월초가 되었습니다. 1차때 황남기 책을 봐서그런지, 아니면 1차때 충실히 하지 못해서 그런지(아마 후자일 듯 싶습니다. 같은 황남기책을 본 다른 친구는 정회철 책에 잘 적응하더군요.) 정회철 책이 너무 어려웠고, 1순환때 고생을 한터라 2순환때는 교수님책을 봐야겠다 싶어서 정종섭선생님의 책을 사서 참고서로 삼았습니다. 너무 이해가 잘 되서 진작에 살걸 하는 후회도 했지만(정종섭님의 책이 막 그때 나왔기떄문에 진작에 산다는 건 현실성없는 말이지만;;) 늦게나마 사서 정종섭님의 책으로 정회철책에 나오는 부분을 정독하여 이해한 후 정회철 책을 읽으니 1순환으로 2회독의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헌법을 마치면서 2순환이 끝났는데 그때가 5월 초였습니다.
4) 3순환
시험은 50일가량 남았고 다들 4순환 중이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3순환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또 좌절이었습니다. 아무리 내가 꼼꼼히 보아서 2순환이라도 남들은 3순환을 끝내고 4순환을 한다는 생각이 들면 공부하기 정말 싫어집니다. 그 때 저에게는 내용을 잘 안다는 자부심보다 2냐 3이냐 하는 숫자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모든 과목에 7일씩만 배정하는 (저로써는) 무리인 일정을 잡고 이를 악물고 3순환을 시작했습니다. 민사소송법이 15일 걸리고, 형사소송법이 15일 걸리니 남은 기간이 20일 정도가 되니 기본 삼법은 3순환을 포기하게 되고, 기본삼법을 포기하니 자연히 시험치기도 싫어지더군요. 시험을 20일 남겨놓고 빈둥빈둥대면서 행정법 앞부분(행정행위 등)과 1순환때밖에 못봤었던 어음수표법을 머릿속에 우겨넣듯이 보았습니다.
5) 2차시험 당일
시험전날까지도 저는 80%이상 시험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시험 이틀 전날에는 프랑스전 경기도 보았죠. 덕분에 마음은 너무나도 편했습니다. 행정법과 헌법 시험 전날, 전혀 공부하지 못하고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헌법 시험을 쳤는데 기본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적극적 평등 실현조치 등을 물어봤었는데, 4월말경 2순환하면서 보았던 부분이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는 왜 인정할까. 근거는 뭘까. 그 효과는 뭘까.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암기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비록 사법부에 관한 문제인 대법원장의 헌재소장 임명권 문제는 제대로 답쓰지 못했지만 나머지 문제들도 대충 답을 채웠습니다. 행정법도 그럭저럭 넘기고 첫날이 지나자 생각보다 잘 써지더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차올랐습니다. 저의 1차시험때과 패턴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둘째날 민법은 제가 워낙 자신있는 과목이어서(1차때 6개월동안 민법만 보았던 기억) 4월에 보았던 부분도 기억이 났고, 민사소송법 또한 2달동안의 예비순환덕으로 기초가 잘 다져졌던 것 같습니다. 셋째날의 형법 또한 교과서 변경 없이 1차때부터 순한글의 쉬운 설명으로 된 임웅교수님의 저서를 탐독한 결과 무난했고, 형사소송법은 시험전날 본 부분이 나오는 행운으로 무사히 넘겼습니다. 증거법부분에서 이지민씨가 찍은 부분이 나오기도 했구요. 상법의 경우, 조문과 기초중의 기초를 묻는 문제가 나왔는데 교과서 암기하기 싫어서 조문만 열심히 봤던 저로서는 딱 쓸말만 쓸 수 있었습니다.
3. 소결
이상 종합해보면 저는 1차때 민법 3회독, 형법 2회독, 헌법 2회독으로 합격하고, 2차 때 민소법4회독, 행정법 1.5회독, 형소법 3회독, 상법 2회독, 민법 2회독, 형법 1.5회독, 헌법 2회독으로 합격한 셈입니다. 단순한 수치로 보면 합격할 수가 없는 수치인 것으로 보입니다. 1차시험은 3회독과 막판 1-2회독, 2차시험 또한 기본 3회독과 막판 2-3회독이 표준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공부한 시간은 표준에 못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자부합니다. 오히려 전 3-4순환이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제가 공부한 시간은 생각지 않고 좌절만 했었죠. 하지만 저는 1회독을 할 때도 처음에는 scan하여(이 scan은 스윽 목차만 보는 게 아니라 암기를 제외한 모든 읽기활동을 포함한 것입니다) 교과서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다음에는 바로 암기를 해가면서 공부했습니다.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암기가 없다는 말도 맞지만, 아무리 이해해도 머리속에서 그 이해한 바를 눈감고 떠올릴만큼 암기하지 않으면 그 이해도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특히 이번 2차시험의 경향처럼 문제가 세분화되어 기초 개념을 묻는 경우, 제가 어설프게 목차를 암기하고 교과서를 눈으로 바르는 것보다는 저처럼 기초원리를 확실히 머리속에 집어넣은 후 시험문제를 보고 생각나는대로 창의적으로 답안을 구성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의 공부방법은 그다지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잊지마세요. 누누히 말씀드리듯이 저의 이 글은 어쩔 수 없이 저처럼 공부하실 수밖에 없는 성격이신 분들이 용기를 내시라고 드리는 글일 뿐 입니다.
시험 전에는 항상 포기함으로써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었고, 이번 시험문제또한 제가 아는 부분에서 많이 나왔으며, 형소법에서의 시험전날에 보았던 부분에서 나왔다는 행운 등 저의 실력과 상관없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찍어서 공부하지 않았고, 다른 부분에서 시험이 나왔어도 잘 쓸 용기가 있었습니다. 책을 시간들여 보면서 계속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이 교수님들이 중요하다고 여기시는 부분이고 그 결과 저는 자연스럽게 찍어서 공부한 셈이 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제가 아는 한 친구는 자신도 책을 늦게 읽는 편인데 학원 진도를 따라가느라 케이스집을 등한시 했고 그 부분이 자기에게 좀 아쉬운 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케이스집이 무엇보다도 시험성적과 직결된다고 믿었고 2순환 내내 단 한과목도 케이스집을 소홀히 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합격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기쁘기 때문에 2차 성적이 잘 나오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도 행정법 헌법 상법을 그다지 못쳤다는 생각이 드는 관계로 성적은 별로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십시오. 저처럼 2순환 말쯤에 숫자계산따위에 좌절하지 마시고 더욱 열심히 하시고, 시험전날에 포기해서 다음날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등의 삽질을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책 천천히 읽는 사람)들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https://lawyer.lawschool.co.kr/nlawschool/board/infomation/view.asp?pageNo=3&num=12712&field=1&mnNum=5&subMnNum=4&bbsCode=6&s_mid_code=&s_flag=&mock_type=&keyfield=&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