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아]
1. 가장 좋았던 캐릭터와 가장 아쉬웠던 캐릭터는?
1) 가장 좋았던 캐릭터: 혜정
동은을 위해 칼춤을 춘 사람은 여정이 아닌 혜정. 자의든 타의든 직접적인 복수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인물이다. 늘 무시당하지만 그래도 이들을 친구로 생각하며 기회를 주려고도 한다. 처음은 동은의 설계에 의해 행동하는 듯하지만 결국 마지막 찰나에는 자신의 의지로 복수를 감행한다. 더 글로리의 인물 중에서 어떻게 보면 ‘출세’라는 인간의 욕망이 가장 잘 투영되어 있고 또 복수 과정에서 내면의 변화가 가장 많이 일어난 인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꼈다.
2) 가장 아쉬웠던 캐릭터: 주여정
드라마에서 꼭 필요한 역할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남는 인물. 동은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복수를 끝낸 동은에게 다시 삶의 이유가 되며 완벽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그 밖에 여정과 영천의 서사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랑을 넘어 ‘누군가를 향한 강력한 복수심’으로 동은을 이해하고 그녀를 돕지만 결국, 동은과 함께 영천을 향한 복수를 암시하며 극이 마무리된다. 동은 역시 복수를 마친 후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면서도 여정을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 하는 것이 개연성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정은 복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복수를 이뤘지만 삶을 버린 동은이 여정만큼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게 그를 안아주는 관계로 마무리 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영천의 악함이 조금 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 혹은 가장 아쉬웠던 연출은? (캐스팅, 음악, 미술, 촬영방식, 장면전환 등)
1) 고데기
1부를 봤을 때 고데기로 학교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잔인해 보기 힘들었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동은의 몸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고데기’ 상처가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 마음 속에 영원히 자리잡은 상처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굳이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동은이 당한 폭력의 심각성을 알려준 좋은 장치였다. 동은은 여정, 도영에게 자신이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몸에 남은 끔찍한 흉터들을 보여줄 뿐이다. 그 하나만으로도 그녀의 모든 행동들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여정이 “자신이 흉터를 잘 아는데, 이건 죽으라고 만든 상처다” 라는 말을 통해 그를 성형외과 전문의로 설정한 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2) 신을 의미하는 연출
신을 상징하는 장치들이 극 전반에 많이 깔려 있다. 대사 외에도 체육관에서 십자가 모양으로 빛이 들어온다던지 신 대신 스스로 권선징악을 위해 복수를 행하는 동은을 표현하기 위한 미장센들이 돋보였다.
3. 극본의 장점 혹은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캐릭터 관계 설정, 개연성, 핍진성, 흡인력 등)
1) 장점
1-1) 극 전반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부모-자식 관계
어린 동은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를 상징하는 고데기. 어른이 된 이들을 위한 고데기로 부모와 자식을 설정한 부분이 매우 타당한 설정이다.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인물을 고르라면 바로 가족이다. ‘내가 학창시절 괴롭혔던 아이가 내 딸의 담임선생님으로 부임했다’라는 설정만으로도 극 전개에 대한 충분한 궁금증과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그 외에도 남편에게 평생 맞고 살던 현남이 딸을 위해 그를 죽여야겠다 다짐하고, 브레이크가 없었던 동은의 복수에 동은의 엄마가 제동을 건 것처럼 작가는 부모와 자식 관계를 영리하게 이용하며 극의 개연성을 불어넣었다.
1-2) 연진을 향한 복수
빌런들이 각각 자신이 했던 악행에 맞춰 당한 복수도 통쾌했지만, 그 중에서도 연진이 당한 복수가 가장 인상깊었다. 학교 폭력을 당했던 어린 동은의 상황을 설정한듯 하다. 자신의 편에 서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점, 엄마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유를 모른 채 억울하게 학교 폭력을 당했던 것처럼 명오를 죽인 진범이 아님에도 형을 산다는 점까지 완벽한 설계의 복수라고 생각했다.
2) 아쉬웠던 점
2-1) 악역들에 의해 묻힌 동은
이 극에서 악역들에게 복수를 하는 주체는 동은이다. 하지만, 동은은 바둑의 말을 두듯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악역들이 서로가 서로에 의해 자멸하도록, 돌을 던지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러한 복수는 ‘더 글로리’만이 가진 복수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1부에 비해 2부에서 동은의 임팩트가 다른 역할들에 비해 많이 묻힌 느낌이 들었다. 복수를 준비하고, 악역들을 점점 조여왔던 1부에 비해 2부에서는 오히려 주인공 동은보다 서로를 파멸로 이끄는 악역들이 더 돋보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4. 드라마 외적 요소에 대한 평가 (장르 적합성, 시청률, 방송윤리, 혐오표현, 마케팅 등)
[편성]
넷플릭스 계정 공유 금지 이슈와 맞물려 1,2부로 나눈 편성 전략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1,2부를 나눠서 공개한 것에 대해 몰아보기가 가능했던 OTT만의 이점이 사라졌다는 평도 있었지만, 전략으로나 스토리로나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1부와 2부 사이에 텀을 둠으로써 그 사이 자체적인 바이럴을 통해 2부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잠시나마 이용자들을 묶어 놓는 효과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전개 측면에서도 1부에서는 어린 동은의 과거, 복수에 인생을 바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타당성을 부여했다면 2부에서는 대중들이 원하는 시원한 복수, 그리고 악역들의 몰락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면서 극의 흐름을 나누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5. 해당 드라마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와 개선안
단연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바로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가진 매력이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만큼 작가가 대본을 쓸 때부터 한명 한명 캐릭터들의 스타일과 성격, 서사들의 빌드 업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메인 캐릭터들 외에도 세를 내준 할머니, 동은의 동료 선생님들 등 동은이 만나는 단역들도 극을 이끌어 가기 위해 각자만의 역할을 부여하는 등 촘촘하게 잘 짜여진 대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