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근깨와 달리 없애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중년 여성의 적, 기미를 탈색크림과 레이저 치료를
함께 하면 40% 이상 없앨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연구진이 레이저 치료가 기존 바르는 탈색치료제보다 더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히고
그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김일환 교수팀은 28~53세의 기미환자 13명(여성 12명, 남성 1명)을 대상으로
얼굴 한쪽에는 색소를 빼는 탈색크림을 먼저 바르고, 스펙트라 VRM 레이저 치료를 8주 동안 진행했다.
그리고 반대쪽 얼굴에는 레이저 치료를 먼저 하고 이어서 탈색크림을 8주 동안 그 위에 바르게 했다.
16주 후 연구진은 연구참여자들의 기미가 얼마나 심각한지 수치화 시켜 살펴봤다.
그 결과 탈색크림을 먼저 바르고 나중에 레이저 치료를 한 경우 꾸준히 기미수치가 줄었다.
즉 연구 시작 전 평균 3.42였던 수치는 크림 치료를 한 후 3.0으로 줄었고 레이저 치료 후에는 2.09로 줄었다.
반면 레이저 치료를 먼저 한 경우에는 연구 시작 전 3.2였던 수치가 1.74로 줄었다가
크림 치료 후 2.22로 다시 높아졌다. 크림 자체는 얼굴을 더 자극해 기미를 악화시킨다는 것.
이같은 연구결과는 기존 탈색 치료제만으로 치료할 때보다 레이저치료를 병행했을 때
효과를 두드러지게 보인 것이다.
김일환 교수(사진)는 “기미는 탈색크림을 우선 바른 뒤 레이저로 균일한 세기의 빛을
쪼이는 치료(레이저 토닝)를 병행하면 부작용과 위험성이 낮아지고 매우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번 연구는 기미 표준 치료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백인과 멜라닌 색소의 구조가 전혀 달라 기미의 레이저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왔다. 백인은 작은 멜라닌 색소가 뭉쳐 있는 반면,
동양인의 멜라닌 색소는 크고 진하며 흩어져서 분포한다.
또 동양인의 기미는 한 번 생기면 잘 없어지지 않고, 멜라닌의 파괴와 색소 침착의 위험도
더 커 레이저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번 김교수의 치료는 기존 레이저 치료법과 다르게 엔디야그 (Nd:YAG) 계열의
스펙트라 VRM 레이저(㈜루트로닉)를 이용해 멜라닌 세포가 멜라노좀을 각질형성세포로 전달하는 경로인
수지상 돌기(dendrite)를 선택적으로 제거, 기미 색소의 원인 물질인 멜라노좀만을 없애는 방법이다.
김 교수는 “기미에 기존 레이저 치료를 하면 세기 조절이 일정치 않고, 색소 침착의 원인인
멜라노좀 뿐 아니라 멜라닌 세포까지 죽이는 부작용을 부르기 때문에 금기시 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환자에게 맞는 레이저 세기로 치료하면 멜라닌세포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세포내 소기관인 멜라노좀 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해 없앨 수 있으며, 이를 3차원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1064nm(나노미터)의 파장으로 레이저를 낮고 균일하게 쪼이는 스펙트라 VRM 레이저를
이용한 제브라피쉬 동물 실험을 실시, 최적의 레이저 세기를 찾았다. 연구진은 기미가 있는 상태인
제브라피쉬 부위에 0.3~0.9 J/㎠.(단위면적당 에너지) 등 세기를 다르게 한 레이저 빛을 쪼이고
색깔 변화와 세포 고사를 전자현미경 검사를 통해 연구했다. 0.6 J/㎠ 이하의 레이저는 멜라민 세포를
죽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피부과의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피부연구학회 저널(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미국피부외과학회지(Dermatologic Surgery)’에 2010년 각각 게재됐다. 올해 파리에서 열렸던
유럽 항노화학회(Anti-aging world conference at Monter-carlo)에서 초청강연, 미국 레이저 학회(ASLMS - American Society for Laser Medicine and Surgery), 피부외과학회(ASDS)에서 구연으로 발표해 기미치료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