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생긴다는 것은...]
김희선(가명) 주민은 어느 건물 2층, 시끌벅적한 코인노래방 바로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고 있었습니다. 10년 이상 앓아 온 허리협착증으로 제대로 걸을 수 없으나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매일 같이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한 5분 걸으면 무조건 앉아서 쉬어야 해요. 예전엔 100미터도 못 걷고 주저앉았는데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근데 이 몸뚱이로 뭘 하겠어요...”
자매가 많지만 몸도 마음도 경제적으로도 피폐해진 뒤 모두와 연락을 끊고 지낸지 어언 10년, 이제는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 질 때도 됐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픈 곳은 늘어가고 경제적으로는 힘들어져 우울한 날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다가 갑자기 쓰러져 죽으면 누가 자신을 찾아줄지... 무서운 생각에 누군가라도 만나고 싶지만 그럴 용기와 기회가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복지관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도로 의미 있는 모임을 만들기로 하여 김희선 주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습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말 주변도 없고, 이런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가는 것이 부끄럽다는 말에 그럼에도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하였습니다.
“어머니 지금 모이는 주민들도 저마다 아픔이 있고 우여곡절이 있는 분들이에요. 아마 만나서 조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게 공감도하고 위로도 하는 좋은 사이가 될 거예요. 중간에 그만 두더라도 한 번 경험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감사하게도 용기를 내 준 덕분에 첫 모임에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장년, 1인 가구, 복잡한 가정사, 경제적 어려움 등 저마다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첫 모임이라 그런지 모든 말들이 조심스럽고 세심하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난 뒤... 김희선 주민은 그새 가까워진 한 참여자의 부축을 받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김희선 주민에게 오늘의 모임은 어땠을까요?
보름 뒤, 두 번째 모임 때 김희선 주민 지난번 부축해준 참여자와 함께 왔습니다. 오자마자 자랑하듯 큰 소리로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내가 지난주에 글쎄 집 안에서 문이 잠겨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이 분 덕분에 살았잖아요. 잠깐 갇혀 있었는데 얼마나 무섭던지... 바로 와서 문 열어 주는데 눈물이 날 뻔 했어요.”
모두들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기를 모면한 것에 대해 기뻐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상황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홀로 지내는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제 김희선 주민에게는 새로운 이웃이 생겼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위로할 수 있는! 앞으로 김희선 주민에게 더욱 많은 이웃이 생기도록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