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단지 앞
순대와 떡볶이를 30년째 팔고 있는 푸드트럭 아주머니는
음식 솜씨도 좋고 성실하셔서 아파트 단골손님들이 많다
쉬는 날도 없이 장사를 열심히 해오더니
며칠간 보이질 않는다
궁금해서 주민에게 물어보니 일주일간 여행 가셨단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순대, 떡볶기 팔아
아들 둘을 영국.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고 했는데
아들 보러 간 모양이다
잘한 일이다
아들들은 타국에서 변호사도 됐고
사업가로도 성공했다
주위에서 자식 농사 잘 지었다고 다들 칭찬이 자자 했다
모두가 모친의 헌신적인 희생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들들은 편모슬하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했지만
실상 떡볶이 아줌마는 그렇지 못했다
두 아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지더니
매일 오던 안부 전화가
이틀, 사흘, 일주일, 한 달로 점점 줄어들었다
요즘은 추석과 구정 명절에만 빠듯이 올 정도다
아들 둘 모두 잃어버린 것 같다
들어와서 같이 살자고 하지만 여길 떠나서 살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아들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이역만리로 날아간 것이다
잘 키워 성공하면 뭐 하나
뼈 빠지게 고생해서
남의 나라 사람 만들고 말았는데
공부 잘하고 똑똑해서 오히려 탈이 난 셈이다
자식 농사 여엉 헛 지은 거다
내 동창 친구도 홀로 살며
때마다 아들 보러 뉴욕 간다
마나님은 손주 보느라 오래전 이미 이주했고
혼자 남아 홀아비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자식들 어려서 유학 보낸 걸 후회하고 있지만 이미 물 건너간 일이다
자식에게 무조건 올인하는 것은 이렇게 어리석은 일이다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다
그래도 떡볶이 아주머니는 성공한 두 아들이 마냥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울 뿐이다
죽 쒀서 개 주다 https://brunch.co.kr/@knpil/1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