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고(古)의 것을 변(辨)하다
유하간(河間)이 이르기를 "해(咳)는 무담(無痰) 유성(有聲)한 것을 말하니, 폐기(肺氣)가 상(傷)하여 청(淸)하지 못한 것이다. 수(嗽)는 무성(無聲) 유담(有痰)한 것을 말하니, 비습(脾濕)이 동(動)하여 담(痰)이 된 것이다. 해수(咳嗽)는 유담(有痰) 유성(有聲)한 것을 말하니, 폐기(肺氣)가 상(傷)하므로 인하여 비습(脾濕)을 동(動)하므로 해(咳)하면서 수(嗽)하는 것이다. 비습(脾濕)이란 추(秋)에 습(濕)에 상(傷)한 것이 비(脾)에 적(積)한 것이다. 따라서 경(經)에 이르기를 '추(秋)에 습(濕)에 상(傷)하면 동(冬)에 반드시 해수(咳嗽)가 된다.' 하였다. 대체로 평소 추(秋)의 기(氣)는 청숙(淸肅)하다. 그런데 도리어 이를 동(動)하게 하면 기(氣)가 반드시 상충(上衝)하여 해수(咳嗽)가 되고, 심(甚)하면 습(濕)을 동(動)하여 담(痰)이 된다.
가령 습(濕)이 간경(肝經)에 있으면 풍담(風痰)이라 하고, 습(濕)이 심경(心經)에 있으면 열담(熱痰)이라 하며, 습(濕)이 비경(脾經)에 있으면 습담(濕痰)이라 하고, 습(濕)이 신경(腎經)에 있으면 한담(寒痰)이라 한다. 마땅히 그 증(證)을 따라 치료(治)하여야 한다.
만약 해(咳)하면서 무담(無痰)하면 신감(辛甘)으로 폐(肺)를 윤(潤)하게 하여야 하니, 밀전생강탕(蜜煎生薑湯) 밀전귤피탕(蜜煎橘皮湯)의 속(屬)이 그것이다.
만약 해(咳)하면서 수(嗽)하면 당연히 담(痰)의 치(治)를 우선(:先)으로 하여야 하니, 담(痰)의 치료(治)는 반드시 순기(順氣)를 위주로 한다. 남성(南星) 반하(半夏)는 담(痰)을 승(勝)하니 해수(咳嗽)가 저절로 낫고, 지각(地殼) 진피(陳皮)는 이기(利氣)하니 담(痰)이 저절로 하(下)한다.
담(痰)이 있으면서 능식(能食)하면 대승기탕(大承氣湯)으로 미(微)하게 하(下)하고, 담(痰)이 있으면서 불능식(不能食)하면 후박탕(厚朴湯)으로 소도(疏導)하여야 한다.
이것이 치법(治法)의 대체(大體)이다." 하였다.
내가 하간(河間)의 이 설(說)을 보건대, '수(嗽)을 치료(治)하려면 당연히 담(痰)의 치(治)를 우선으로 하여야 한다.'고 말하였고 이로 인하여 남성(南星) 반하(半夏)의 속(屬)을 위주로 하면서 마치 수(嗽)를 치료(治)하는 법(法)인 것 같으니라. 그 의미는 '수(嗽)는 반드시 담(痰)으로 인하니, 담(痰)을 승(勝)하면 수(嗽)는 저절로 낫는다.'는 말인데, 이치(理)가 그러하지(: 맞지) 않다.
외감(外感)의 수(嗽)는 반드시 풍한(風寒)으로 인하니, 풍한(風寒)이 폐(肺)에 있으면 폐기(肺氣)가 청(淸)하지 못하므로 수(嗽)를 동(動)하고 수(嗽)를 동(動)한 연후에 담(痰)을 동(動)한다. 이처럼 풍사(風邪)의 담수(痰嗽)의 본(本)은 외감(外感)에 본(本)하는 것이지, 외감(外感)이 담(痰)에 본(本)하지는 않다.
또 내상(內傷)의 수(嗽)는 반드시 음허(陰虛)로 인한다. 음허(陰虛)하면 수후(水涸) 금고(金枯)하므로 수(嗽)를 동(動)하고, 비허(脾虛) 신패(腎敗)하므로 담(痰)으로 화(化)한다. 이처럼 음허(陰虛)의 담수(痰嗽)의 본(本)은 내상(內傷)에 근본(本)하는 것이지, 내상(內傷)이 담(痰)에 근본(本)하지는 않다.
요즘(:今日) 수(嗽)를 치료(治)할 때는 먼저 그 담(痰)을 치(治)하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근본(本)을 구(求)한 도(道)이겠는가?
그런데 외감(外感)의 수(嗽)를 치료(治)하려면 진실로 오직 이진탕(二陳湯)의 속(屬)만이 가장 효(效)하는데, 이는 무슨 까닭인가?
남성(南星) 반하(半夏) 생강(生薑) 진피(陳皮) 지각(地殼)의 종류(類)의 미(味)가 모두 신(辛)하니, 신(辛)는 폐(肺)로 들어가고 신(辛)은 한(寒)을 산(散)하므로, 한사(寒邪)가 산(散)하면 담수(痰嗽)가 저절로 낫게 된다. 이는 바로 근본(本)을 치료(治)하기 때문이지, 실제로 담(痰)을 치료(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상(內傷) 음허(陰虛)의 수(嗽)이라면 신조(辛燥)를 크게 기(忌)하니, 이런 무리들을 경솔하게 사용하는 것을 어찌 감당(:勘)하겠는가?
경(經)에 이르기를 "폐(肺)를 수(收)하려면 신(辛)으로 사(瀉)하여야 한다." 하였다. 이는 폐(肺)가 실(實)한 자에게 신(辛)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또 이르기를 "신(辛)은 기(氣)로 주(走)한다. 기병(氣病)은 신(辛)을 많이 식(食)하면 안 된다." 하였다. 이는 폐(肺)가 허(虛)한 자는 신(辛)을 기(忌)하기 때문이다.
기미(氣味)의 적합 여부(:宜否)에 대한 이치(理)를 내경([內經])에서 이처럼 묘(妙)하게 활용하였다.
하간(河間)은 어째서 이를 살피지 않고, '남성(南星) 반하(半夏)의 속(屬)은 단지 담(痰)을 치료(治)한다.'고 말하였는가? 어떻게 담(痰)의 표(標)를 치료(治)하여 수(嗽)의 근본(本)을 치료(治)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