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경맥(經脈)과 제장(諸臟)의 병인(病因)
여인(女人)은 혈(血)이 주(主)가 된다. 혈(血)이 왕(王)하면 경(經)이 조(調)하니, 자사(子嗣)와 신체(身體)의 성쇠(盛衰)가 이로 비롯되지(:肇端) 않음이 없다. 따라서 부인(婦人)의 병(病)을 치(治)하려면 당연히 경혈(經血)을 우선(:先)으로 하여야 한다.
혈(血)이 주(主)하는 바에 대해 고(古)의 방서(方書)에는 모두 이르기를 '심(心)은 혈(血)을 주(主)하고, 간(肝)은 혈(血)을 장(藏)하며, 비(脾)는 혈(血)을 통(統)한다. 따라서 심(心)을 상(傷)하고, 비(脾)를 상(傷)하며, 간(肝)을 상(傷)하면 모두 경맥(經脈)의 병(病)이 될 수 있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신(腎)은 음(陰) 중의 음(陰)이고 신(腎)은 폐장(閉藏)을 주(主)한다. 간(肝)은 음(陰) 중의 양(陽)이고 간(肝)은 소설(疏泄)을 주(主)한다. 두 장(藏)은 모두 상화(相火)가 있고 그 계(系)는 상(上)으로 심(心)에 속(屬)한다. 따라서 심화(心火)가 한 번 동(動)하면 상화(相火)가 흡연(翕然)하게 이를 따르니(:從), 대부분 혈(血)이 정(靜)하지 못하여 망행(妄行)하게 된다.' 하였다.
이는 확고히(:固) 일설(一說)일 뿐이다.
상화(相火)가 동(動)하여 망행(妄行)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는 화(火)의 성(盛)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만약 중기(中氣)가 탈함(脫陷)하거나 문호(門戶)가 고(固)하지 못하여 망행(妄行)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는 비신(脾腎)의 허(虛)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에 모두 화(火)라고 말하면 안 된다.
게다가 기도(氣道)가 역(逆)하여 불행(不行)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는 간(肝)의 체(滯)로 말미암느니라. 만약 정혈(精血)이 패(敗)하여 불행(不行)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는 진음(眞陰)의 고갈(枯竭)로 말미암느니라. 그 증(證)이 극(極)히 많으니, 모두 체(滯)로 오인(誤認)하면 안 된다.
이처럼 확고히(:固) 심(心) 비(脾) 간(肝) 신(腎)의 네 가지 장(藏)의 병(病)이다. 그런데 유독 폐(肺)의 장(臟)은 대부분 언급(言及)하지 않았으니, 혈(血)의 행(行)과 불행(不行)은 기(氣)로 말미암지 않음이 없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경맥별론(<經脈別論>)에 이르기를 "음(飮)이 위(胃)에 들어가면 정기(精氣)가 유일(游溢)하여 상(上)으로 비(脾)로 수(輸)하고, 비기(脾氣)가 정(精)을 산(散)하여 상(上)으로 폐(肺)로 귀(歸)한다. 이는 수도(水道)를 통조(通調)하고, 방광(膀胱)으로 하수(下輸)하며, 수정(水精)을 사포(四布)하고, 오경(五經)으로 병행(並行)하여, 사시(四時) 오행(五行) 음양(陰陽)에 합(合)한다. 이는 규탁(揆度: 규범이 되는 틀)이니 그 상(常)이 된다." 하였다.
이처럼 위(胃)에서 비(脾)에 달(達)하고, 비(脾)에서 폐(肺)에 달(達)한 후에, 제경(諸經)으로 전포(傳布)한다. 따라서 혈(血)이 탈(脫)하면 당연히 익기(益氣)하여야 하고, 기(氣)가 체(滯)하면 당연히 조기(調氣)하여야 하니, 기(氣)는 폐(肺)에서 주(主)한다는 의미(:義)를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제경(諸經)을 당연히 변(辨)하여야 한다.
그런데 미심(微甚)과 본말(本末)을 당연히 변(辨)하여야 한다.
그 병(病)의 발단(肇端: 계기. 시작)은 사려(思慮)로 말미암거나, 울노(鬱怒)로 말미암거나, 적노(積勞)이거나, 육음(六淫)이거나, 음식(飮食)이니, 대부분 심(心) 폐(肺) 간(肝) 비(脾)의 사장(四臟)에서 기(起)하고, 심(甚)하면 사장(四臟)으로 서로 이(移)하여 반드시 비(脾)와 신(腎)으로 귀(歸)한다.
양분(陽分)이 날로 휴(虧)하면 음식(飮食)이 날로 감(減)하여 비기(脾氣) 위기(胃氣)가 갈(竭)하게 되고, 음분(陰分)이 날로 휴(虧)하면 정혈(精血)이 날로 후(涸)하여 충(衝) 임(任) 신기(腎氣)가 갈(竭)하게 된다.
따라서 나는 이르기를 '양사(陽邪)가 지(至)하면 그 해(害)가 반드시 음(陰)으로 귀(歸)하고, 오장(五藏)이 상(傷)하면 그 끝(:窮)은 반드시 신(腎)에 미친다(:及).' 한다. 이는 원천(:源)에서 흘러내리는(:流) 필연(必然)이니, 곧 치료(治療)하는 중요한 계책(:要着)이다.
따라서 경맥(經脈)의 병(病)을 치(治)할 때, 심(甚)하지 않으면 마땅히 초병(初病)할 때에 먼저 그 원인(因)을 해(解)하여야 한다.
만약 이미 극(劇)하면 반드시 귀(歸)하는 곳을 계(計)하여 전적(專)으로 그 근본(本)을 고려(:顧)하여야 한다.
심지어 비신(脾腎)이 크게 상(傷)하여 천원(泉源)이 날로 후(涸)하면 색(色)이 담(淡)하므로 말미암아 단소(短少)하고, 단소(短少)하므로 말미암아 단절(斷絶)하니, 이는 그 고갈(枯竭)이 이미 심(甚)한 것이다. 우매(:昧)한 자는 이를 알지도 못하면서(:無知) 이를 적혈(積血)이라 하면서 이를 통(通)하게 하고 파(破)하게 하니, 화(禍)가 그 발길을 돌리지(:旋踵)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