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9. 07
올여름 무척이나 더웠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7월 세계평균 기온이 1880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더웠다고 발표했다. 더위는 8월 중순 말복을 넘기고도 물러날 생각을 안 하고 버텼다. 기온은 우리 체온보다 더 높이 올라갔다. 한낮에는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고, 밤에도 열대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1994년에 버금가는 기록이라 한다. 20여년 전 너무 더워 목욕탕 욕조에 찬물을 받아 놓고 그 속에서 잤던 기억이 떠오른다.
바다라고 다르지 않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7년 전 인공위성으로 해수면 수온을 조사한 이래로 올여름이 가장 더웠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바닷물 온도는 거의 섭씨 30도 가까이 올라갔다. 더위를 식혀 줘야 할 해수욕장이 목욕탕으로 변했다. 제주도 인근 바다와 서해 일부에서는 30도를 넘겼다. 바다 표면 수온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은 한반도 주변 바다가 고온임을 보여주는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이번 여름 해양생태계도 영향을 받았다. 열대와 아열대 바다에 사는 해파리가 많이 유입돼 해수욕장에 놀러온 피서객들이 쏘이는 사고가 늘었다. 초반에는 주로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발생했지만 수온이 올라가면서 서해에서도 해파리에게 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근래에 들어 말썽을 부리는 것은 노무라입깃해파리이다. 크기도 1m나 되고, 독성이 강해 사망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부레관해파리도 조심해야 된다. 작지만 맹독을 가졌다. 열대바다에 주로 살지만 수온 상승으로 우리나라 주변 바다에서도 보인다.
양식장에서는 높은 바닷물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많은 물고기가 죽기도 했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가 난리였다. 8월에 전남 장흥에서는 양식하던 키조개가, 완도에서는 전복이, 여수와 고흥에서는 우럭, 참돔, 돌돔, 넙치가 죽었다. 충남 서산 태안과 경남 통영에서는 볼락이, 경북 포항과 경주 앞바다에서는 강도다리가 죽었다. 더위도 더위이지만 어민들은 경제적인 손실로 속이 더욱 타버렸다. 그나마 수온이 올라가면서 세력을 확장하던 적조가 잠잠해진 것이 다행이다.
기온은 떨어지고 있지만 바닷물은 비열이 커서 당분간 고온을 유지할 것이다. 비열이라 함은 어떤 물질 1그램을 섭씨 1도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다. 민물 경우 1칼로리가, 바닷물은 이보다 조금 적은 0.94칼로리가 필요하다. 바닷물을 1도 높이려면 같은 무게의 공기를 1도 올리는 것보다 약 4배 더 많은 열이 필요하다. 물이 비열이 크다는 것은 온도를 올릴 때 많은 열이 필요하므로 온도가 천천히 올라간다는 이야기다. 실생활에서도 쉽게 예를 찾을 수 있다. 배가 고파 라면이라도 먹으려면 냄비 물이 왜 빨리 끓지 않는지 답답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물은 식을 때도 천천히 식는다.
바닷물 온도를 1도 올리려면 같은 무게 공기 1도 올리는 것보다 에너지가 4배 많이 든다고 했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약 1000배 크다. 같은 무게라면 공기 부피가 바닷물 부피보다 1000배 정도 크다는 이야기다. 온도가 같다면 바닷물이 같은 부피 공기보다 약 4000배나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평균온도가 0.1도 올라갔다고 하면 ‘고작 0.1도 올라간 거 가지고 왜 호들갑을 떨지?’라고 흔히 생각한다. 기온으로 0.1도면 우리가 느끼지도 못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0.1도 올라간 바닷물은 같은 부피의 대기 온도를 400도까지 올릴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다.
기세를 떨치던 폭염과 열대야도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새벽녘에는 이불을 당기게 된다. 그러나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려면 좀 더 인내심이 필요하다.
김웅서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한국해양학회장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