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은 2차 대전 직후 전쟁에 패배한 이태리 로마가 배경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영화벽보를 붙이는 일거리를 간신히 구한 안토니오 리치는 자전거가 없으면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놓치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안 아내 마리아는 남편의 일자리를 위해 결혼 때 혼수로 가져와 소중하게 간직했던 침대 시트를 모두 내주고 전당포에 맡긴 자전거를 되찾는다. 그런데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출근 첫날 자전거를 내려놓고 영화 벽보를 붙이는 사이 자전거를 도난당하고 만다. 이 자전거가 보통 자전거인가? 오롯이 네 식구 생계가 달려있는 보물 같은 자전거이다. 안토니오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아들과 함께 도난당한 자전거를 찾아 중고판매시장 등을 다니며 로마를 샅샅이 뒤졌다.
어린 아들 브르노가 자전거를 사랑하여 자전거에 부착된 등록번호와 부품의 손상여부도 알 정도이니, 도난당한 자전거를 발견하여 장물을 되찾는 해피엔딩이 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잃어버린 자전거를 극적으로 찾을 수 있는 판타지가 아니었다. 가족의 생계가 걸린 자전거를 도둑맞은 사람이 필사적으로 자전거를 찾으려다 결국 찾지 못하자, 절망감으로 오히려 남의 자전거를 훔치는 도둑이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자전거 도둑을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아버지가 정작 자전거 도둑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바라보는 어린 아들의 황당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도둑이 되어 사람들에게 붙잡힌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망울에 고인 눈물. 아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이를 본 도둑맞은 자전거 주인의 용서와 경찰서에 끌려가다가 풀려난 아버지에게 아빠를 부르며 떨어뜨린 모자를 건네주는 아들의 모습. 영화가 끝났으나 먹먹한 마음으로 할 말을 잃었다.
1948년에 제작한 영화를 70년이 넘은 지금도 즐길 수 있으니 음악으로 치면 클래식 같은 작품이다. 네 식구 생계를 책임질 자전거를 잃어버린 황망한 심경과 가정을 책임지는 아버지로서의 중압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주인공의 날것 연기는 물론 그런 아버지 곁을 같이하는 어린 아들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이 모두 연기를 경험한 배우가 아니라고 하니, 영화 제작의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봉준호 감독이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고 영화감독이 되기를 꿈꾸었다니 한국영화사와도 무관하지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