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옆구리 /최경호
- 서예가, 東江 조수호 선생님
그 겨울 한라산 오르던 기억의 옆구리에서
저지예술인 마을의 동강 선생 탐묵헌 찾은 건
반세기 전 마음의 푯대 하나가 서 있었던 까닭입니다
선생의 시비 ‘흑백의 진실’ 엔
‘먼 훗날 너는 나를 기억하고’란 구절 때문에
담쟁이 벽 타던 대구 삼덕동 꺼벙이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먼 훗날의 ‘너’는 ‘나’를 기억하고
그건 선생의 묵조 예술일 터인데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나는 나대로 검은 돌담길 찾아 갔습니다
호미로 시름 캐던 무던이 큰 며느님이
일 년에 단 한 번 여는 대문 열어 반기시니
어서 오시게, 얼레 없는 연鳶 줄에서 선생님 목소리
동강 선생님은 낙동강 옆 줄기에서 대구로 서울과 중국, 제주도까지
붓끝 떨림 여든 해만에 백발이 되시고
묵조墨調로 남기신 석종사 게송偈頌 이백 열 자
아, ‘동강의 필체는 추사를 초월했으니’
인연이란 연줄 같아서
당기기도 하고 놓기도 하고
제주예술인 마을 허공엔 피도는 겨울의 환희가
선생의 몸짓 따라 모두가 막춤을 추었습니다
떨리는 북소리에 허공도 신이 나 푸른 하늘
꿈으로 가는 20리 길 몸도 가쁜 합니다
인연의 옆구리가 내내 아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