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스님, 지난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셨는데 아무 말씀 없이 그냥 모습만 보였다 사라지셨어요. 왜 오셨을까요?"
"그래요? 제가 마음으로 관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
어린시절부터 보아온 할머니는 늘 혼자 중얼중얼 하실 뿐 나랑 정상적인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혼자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얘기하고 욕도하고, 그러다가 손님이 찾아와서 할머니께 인사드리면 금새 맑은 정신으로 돌아와서는 사람을 알아보시고 반갑게 얘기하시곤 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에 대한 정이 없다.
내 15년의 기억은 할머니가 맨날 봉초 담배나 피우시고 귀신에 씌인 것처럼 제정신이 아니었으며 말년에는 요강에 있는 대소변을 어머니가 매일같이 치우는 것이었다.
딱 한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
겨울에 뒷동산에서 놀다 들어왔는데 햇살이 비치는 장독대에서 할머니가 삶은 콩을 까고 계셨다.
그때도 혼자 중얼거리며 콩을 까셨고 나는 물끄럼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할머니가 손에 깐 콩을 나에게 건네주셨다. 먹으라는 말도 없이...
나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아..! 할머니가 나를 생각하시는구나.'
그러면서 할머니를 봤지만 할머니는 여전히 콩만 바라보며 중얼거리실 뿐이었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할머니의 '정'이다.
나는 중심을 고요히 하고 앉아 할머니의 기억을 떠올렸다.
할머니 돌아가시자 어머니가 대문앞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시던 모습..
막내였던 내가 할머니 영정사진을 들고 상여 맨 앞에 서서 걸어가던 모습..
어머니 꿈에 할머니가 묘자리가 불편하다며 나타나셨다는 말씀.. 등등
할머니를 가슴에 담고 지극하게 기다리자 마침내 할머니의 의식과 일치가 되었다.
할머니는 검은 형체만 있을뿐 사람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느낌상 할머니였다.
"할머니, 저에요. 막둥이..!"
"응? 막둥이?"
"네, 할머니 저 기억나세요?"
할머니는 의식도 가물가물 하신거 같았고 형체도 썩어
문드러진 상태라 더 얘기를 할 수가 없었기에
먼저 내 에너지를 할머니께 나눠드렸다.
"할머니, 제가 드리는 에너지를 받으시고 기운을 차리세요."
마음으로 감싸 에너지를 드리고 다음 날 다시 할머니를 불렀다.
전날보단 훨씬 나아보였다.
그래도 여의치 않아 다시 할머니께 에너지를 드리면서 영혼으로서 양식을 얻는 법을 일러드렸다.
다음 날,
할머니는 전전날과는 비교할 수 없이 생기가 넘치셨다. 그래서 할머니께 말했다.
"할머니, 이제 좀 힘이 나세요?"
"응, 좋다."
"할머니는 힘드시면 저에게 오시지 왜 누님한테 가셨어요?"
"너는 애기잖어."
"할머니, 그때가 언젠데요? 제가 지금도 막둥이 같아요? 저 이제 다 컸어요."
할머니는 내 모습이 생소할만도 했다.
30년도 더 지난 나를 알아보는게 이상하지.
비록 모습은 달라도 마음으로 연결되어서 할머니는 나에게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
"할머니, 이제 할머니는 젊었을 때의 모습으로 바뀔수도 있고 하시고 싶은 일도 하실 수 있어요. 할머니께 붙어서 기운을 빨어먹은 그런 영가들에게 더이상 시달리지 않아도 돼요."
할머니는 내가 말한대로 젊을 때의 모습도 해보더니 다시금 할머니의 모습을 하시고는
"나는 이게 좋다." 하셨다.
"네, 그렇게 하세요. 할머니는 이제 윤회에 드셔서 새로운 삶을 사셔도 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얼마 후 할머니를 불렀는데 한 번 모습을 보이시고는 그 후론 나타나지 않으셨다.
아마도 윤회에 드신 것 같았다.
누님께도 상황설명을 해드리고 걱정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수행을 하여 할머니께 이렇게라도 도움을 드린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이었다. 처음 해본 천도라 많이 서투르고 부족했지만 영혼의 상태가 그렇게 피폐해진 할머니였기에 다행스런 마음이 컸다.
지금은 어딘가에서 다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받으며 사시겠죠. 할머니 행복하세요!
계룡산 약선사에서 명상스님
010 - 3658 - 9517
* 가족이 꿈에 자주 나타나거나 사고로 돌아가신 분이 있어 천도가 필요한 분들은 연락주세요.
준비할거는 생전의 사진 몇장과 차 한잔 올리면 됩니다.
천도비용은 알아서 불전에 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