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으로 만든 장애인 일자리, 윤석열·오세훈에 무너지나
국회, 내년도 이동권‧노동권 예산 보장 안해
“시장 한 명 바뀌었다고 어떻게 이렇게 달라지나” 분노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이 추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서울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이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이런 추위에 우리가 떨어서야 되겠습니까.”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장애계가 투쟁으로 어렵게 만들어 놓은 동료지원가 사업,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개탄하며 영하의 날씨 속에 전국에서 300여 명의 장애인들이 모여 결의를 다졌다. 31번째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30일 오후 4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장애인권리 시민불복종 전국결의대회’를 마로니에공원 앞 2차선 도로 위에서 열었다.
애초 전장연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집회·행진 신고를 냈으나, 경찰이 5시부터 8시까지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서울행정법원에 집행 정지를 신청했지만 퇴근길 혼잡을 이유로 제한적인 인용 결정이 났다. 결국 5시 30분부터 7시까지는 집회가 금지됐다. 전장연은 전국결의대회를 1시간여 만에 빠르게 진행하고 바로 무대를 철거해야 했다.
이날 전국결의대회에는 영하의 날씨 속에 전국에서 300여 명의 장애인 활동가가 모였다. 사진 강혜민
- ‘예산 없이 권리 없다’… 국회, 내년도 이동권‧노동권 예산 보장 안 해
현재 국회에는 내년도 예산을 심사하는 예산결산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이동권 분야에서는 실제 대‧폐차 수요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편성된 정부예산안이 심의되고 있다. 전장연은 “법에 명시된 의무도 위반해 버린 명백한 불법 예산”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지난 7월 19일부터 법 개정으로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광역이동지원이 의무화되었음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에 필요한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노동권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유일하게 지원하는 중증장애인 일자리 사업인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일명 동료지원가 사업)’이 폐지됐다. 이로 인해 중증장애인 187명이 내년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남태준 피플퍼스트성북센터 동료지원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남태준 활동가는 피플퍼스트 성북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활동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권익옹호단체인 한국피플퍼스트는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 철회를 촉구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점거하고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으며 세종시에 있는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를 찾아갔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남 활동가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싸운 이유는 일자리 보장을 위해서다. 동료지원가 사업은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다”라면서 “(상임위에서 의결된) 16억 원이 아니라 올해 예산인 23억 원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영봉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경기지부장은 “오늘 아침에 윤석열 정부가 수조 원의 종부세를 감면해줬다는 뉴스를 봤다. 동료지원가 사업 23억 원 삭감해놓고 잘 사는 사람들 더 잘살라고 종부세 감면해준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영봉 경기지부장은 “우리는 복지수혜자가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로서 대우받고 싶다”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장애인들이 노동시장의 기준에 대항해 싸우는 것은 “결코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활동가가 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시장 한 명 바뀌었다고 어떻게 이렇게 달라지나” 분노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서울시도 문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장애인거주시설연계사업 폐지를 예고하면서 중증장애인 400명, 전담인력 105명이 해고된다.
이처럼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 경찰은 되려 그 어느 때보다 장애인들을 강도 높게 탄압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전장연을 겨냥해 “사회적 테러”라고 비난하자 서울교통공사는 즉각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혔다. 매일 아침마다 혜화역 승강장에서 하던 선전전마저 원천봉쇄하면서 전장연은 개찰구 앞에서, 혜화역 밖에서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열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정기열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시장 한 명 바뀌었다고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민간 기업도 함부로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는데 더 큰 책임을 가져야 하는 공공기관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해고할 수 있나”라면서 “나의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하는 것들을 노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서울시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자”고 외쳤다.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은 “오세훈 시장은 부모들이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하길 원한다면서 신규시설입소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활동지원시간을 삭감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모두 없애고 있다. 야비한 술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라면서 “이제까지 투쟁하며 발달장애인 자녀들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왔다. 그런데 현재 서울시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현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본부 본부장 직무대행도 “오세훈은 진정 누가 약자인지, 누구와 동행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장애인이 약자가 아니라면 누가 약자란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전장연은 12월 1일 아침 8시, 혜화역(4호선 동대문 방면)에서 ‘5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예고한 상태다. 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통과된 장애인 이동권 예산 331억 원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결된 동료지원가 사업 16억 원을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가 보장한다고 약속하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30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지하 1층 농성장에서 장애인권리예산·장애인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소원줄 달기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세계장애인의 날’ 첫날을 열었다. 한 활동가가 소원줄에 “우리도 일할 수 있다. 노동권 보장하라”고 쓰고 있다. 사진 강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