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정한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은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이라 한다)에 의하여 개설⋅운영된 것인지에 대하여,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왔다. 또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가 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왔다.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개설자격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개설자격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여하는 경우,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 정한 의료기관 개설 자격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다수의견] (가)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이라 한다)의 주도적 출연 내지 주도적 관여만을 근거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 전부 또는 대부분을 의료법인에 출연하거나 의료법인 임원의 지위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의료법인의 본질적 특성에 기초한 것으로서 의료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허용한 의료법에 근거하여 비의료인에게 허용된 행위이다. 비의료인의 주도적 자금 출연 내지 주도적 관여 사정만을 근거로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할 경우, 허용되는 행위와 허용되지 않는 행위의 구별이 불명확해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
(나) 따라서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다음 두 가지 사항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 첫째는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고, 둘째는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이다. 전자는 의료법인 중 ‘법인’에 관한 사항이고, 후자는 의료법인 중 ‘의료’에 관한 사항이다.
① 재산이 출연되지 않은 의료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어 스스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재산이 출연되지 않아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되었더라도 그 의료기관은 필연적으로 의료법인이 아닌 제3자가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를 기망하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경우라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설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이 형식만을 갖춘 의료법인을 설립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하였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② 의료법인은 의료기관 개설⋅운영 목적으로 의료법에 근거하여 설립되는 것으로[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3조 제2항 제3호 참조], 의료법이 의료법인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의료기관 개설⋅운영 자격을 인정한 전제인 공공성과 비영리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하였다면, 외형상으로 그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운영되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 등을 상당한 기간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라면, 공공성, 비영리성을 전제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받은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유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다만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의료법인 설립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나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