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3-B코스를 걷는다.
온평포구에서 시작해 표선해수욕장에서 끝나는 코스, 14.6km
온전히 바다와 친구되어 걷는 길, 바다를 넘치도록 양껏 볼 수 있는 길.
시작점에서 걷자 마자 첨성대를 축소해 놓은 듯한 도대가 보인다.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불을 밝히는 옛 등대란다.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했겠구나.
걷는 내내 바다에서 물질하는 잠녀분들을 만난다.
바람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세차게 불어 오는데 바다는 의외로 잔잔하다.
그래서 물질하기가 좋은가 보다.
새내기 잠녀분은 바닷가 바로 근처에서 물질을 하고 있는데 금세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내공이 느껴지는 분은 저 안쪽에서 물질을 하신다.
한참 만에야 물밖으로 나와 깊은 숨비소리를 쏟아낸다.
눈여겨 살펴 보니 여러 수산이 자리잡고 있는 곳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들 근처에 어김없이 갈매기랑 바다새들이 함께 모여 앉아 있거나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그런 곳에 먹거리들이 풍부한가 보다.
신기한 장면을 목격한다.
바다에서 팔뚝보다 큰 물고기가 펄쩍 뛰어 오르고 가마구지가 바다 속에서 튀어 나와 날아 오른다.
한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수차례 연거푸 반복해 물고기들이 튀어 오른다.
너무 재밌는 풍경이다.
한참 바다를 주시한다.
환해장성이 쭉 이어진다.
환해장성은 제주 300여리 해안선에 쌓아 올린 석성으로 제주도 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온평 환해장성은 자연스럽게 쌓아져 있고 곳곳에 허물어진 곳들도 보인다.
이어지는 신산 환해장성 한 구간은 최근에 복원을 했는지 200여 미터 쯤 깔끔하게 쌓아져 있다.
그 옆길을 기분좋게 지나간다.
중간 스탬프를 찍는 신산리 마을카페가 보인다. 올레꾼 두 분이 스탬프를 찍고 있다.
모든 올레를 한 바퀴 휘 돌았음에도 스탬프를 한 번도 찍지 않고 걸었다.
다음번엔 나도 올레 패스포트 하나 구입해 찍어 볼꺼나.
바다가 엄청 푸르르다.
날씨랑 공기도 맑아져 바다 빛깔이 환상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옥빛이랑 짙은 코발트색이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경치좋은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신풍목장이다.
오래 전 3코스를 걸었을 때 귤피를 말리는 거대한 주홍빛 공간이 압도적으로 다가와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아쉽게 귤피 말리는 모습은 보이질 않고, 넓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바닷가 곁길 한 쪽을 내어주고 목장의 경계를 철조망으로 확실하게 갈라 놓았다.
바람은 몸이 밀려날 만큼 세차다.
하지만 칼바람이 아니라 봄의 온기를 품고 있다.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 순응한 나무들은 몸을 낮춰 옆으로 기울어져 있다.
돌담 아래 그려진 벽화가 재밌다.
돌담과 시멘트 벽에 그린 벽화가 합체되어 있다.
배고픈 다리를 건너고, 올레꾼들을 위해 도로 옆으로 만들어 놓은 걷기 좋은 인도를 신명이 나 휘파람을 불면서 걷는다.
저 멀리 종착지 표선해수욕장의 새하얀 모래사장이 보인다.
여전히 바다 빛깔이 미쳤다.
푸르름의 다양한 색깔이 그라데이션으로 엮어져 있다.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신발을 벗어 든 채로 팔짝거리며 걷는다.
바닷물이 그닥 차갑지 않다.
돌사진이라도 찍어 주려는 걸까.
해녀복을 입고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무척 귀엽다.
아이를 웃게 하려는 엄마의 노력이 가상하다.
모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와 더불어 걸었던 3-B코스.
제주의 바람과 바다를 마음껏 누린 시간이었다.
첫댓글 6회에 걸쳐 6,12,7,9,2,3-B 코스를 주파하셨네요.
무리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27개 코스 437km 완주하셔야죠.
덕분에 저도 올레 코스를 도는 느낌입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