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생님과의 지난 만남에서 영화표 두 장을 선물로 받았다.
영화보러 갈 생각을 별로 안하고 있었던 터라 마감일이 몇 일 남지 않는 상황에서야 볼만한 영화 없나 둘러 보았다.
개봉 일주일만에 200만이 보았다는 영화가 있다. <파묘>
믿고 보는 배우 최민식, 도깨비의 여주 김고은, 개성있는 연기로 영화계의 감초라 할 수 있는 유해진, 군복무를 하고 있는 이도현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듄2를 볼까 파묘를 볼까 망설이고 있는 차, 웃픈 얘기가 들린다.
이승만을 미화시킨 <건국전쟁>의 감독이 반일주의, 좌파 영화 <파묘>가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단다.
어처구니 없는 발상에 코웃음이 나온다.
그럼 생각할 것도 없이 <파묘>를 봐야지.
영화 홍보 내용을 보니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란다.
'오컬트' 대충 짐작가긴 하지만 정확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보니,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 이라고 되어 있다.
장재현 감독은 한국의 오컬트 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이다.
영화 초입부는 파묘를 하기까지 매끄러운 전개를 위한 이야기가 짜임새있게 흘러 간다.
파묘가 시작되고 사람 얼굴 형체를 한 뱀의 허리가 잘리며 영화는 음산한 기운이 짙게 드리운다.
악한 기운이 가득한 터, 고관대작이었음에도 이름없는 초라한 묘지, 여우 형상을 한 일본 음양사가 관여한 묘자리, 관을 빠져나온 혼령의 복수..
음산함의 기운이 스며들고 살짝 공포스러워질 무럽 보림사라는 초라한 절에 묵혀있는 쇠말뚝, 곡괭이들.
도굴을 위한 장비가 아닌 일제 시대 우리나라 땅에 묻었던 쇠말뚝을 찾아 제거하기 위한 사람들이 등장하며 느닷없는 항일영화로 흐를까봐 걱정스러웠다.
다행이 영화는 원래의 장르로 돌아와 전개된다.
여우 형상을 한 일본 놈이 죽은 사무라이 장군을 수직의 관에 넣어 깊숙히 묻고 쇠말뚝의 역할을 하게 한다.
이 장면이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의 의미인 듯하다.
사무라이 장군의 정령을 막기 위한 주인공들의 사투가 벌어지고 결국 최민식의 음양오행설의 해석으로 인해 사무라이 정령을 물리진다.
오컬트 영화치곤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았지만 영화의 전개가 꽤 짜임새 있고, 드러내고 항일의 감정을 싣기보다 은연 중 반일의식을 갖게하는 영리한 영화인 듯하다.
원래 귀신이나 무속에 대한 거부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은밀한 두려움이 있는 편이어서 <파묘>가 단순히 무속 관련 영화이거나 원초적 두려움을 자극하는 영화였다면 뒷맛이 개운치 않은 영화였겠으나 한 번쯤 보라고 권해 보고 싶은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든 단순한 생각.
사무라이 정령이 도깨비 불이 되는 장면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도깨비는 아이들의 동화속에 친숙하게 나오는 캐릭터인 걸.
김고은의 몇 장면에서 보이는 살짝 어설픈 연기.
김태리가 화림의 역할을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첫댓글 묘 이장할 때와 합장할 때 파묘하는 거 본 적 있어요.
습기가 많은 땅의 유골은 색이 까맣고, 좋은 땅의 유골은 색이 희끄무리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