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자기의 작은 별에서 여러 별들을 거쳐 드디어 지상에 내려온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결국 소년이 보아뱀에게 물려 자신의 별로 돌아갈 때까지의 이야기이다.
@@ 여우가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어요. 안녕여우가 인사했어요 안녕어린 왕자는 얌전히 인사하고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난 여기 있어 사과나무 밑에그 목소리가 들려왔어요넌 누구니 정말 에쁘구나어린 왕자가 말했어요난 여우야여우가 말했어요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제안했어요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여우가 말했어요아. 미안해어린 왕자가 말했어요. 그러나 어린 왕자는 깊이 생각한 끝에 다시 물었어요길들인다는 게 무슨 의미지넌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얼 찾고 있니여우가 말했어요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어린 왕자가 물었어요사람들은 총을 가지고 있어. 그 총으로 사냥을 하지. 그래서 아주 거북해 그들은 닭도 키우는데 그게 유일한 낙이야. 넌 닭을 찾고 있니?아니야.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 는 게 무슨 뜻이야어린 왕자가 물었어요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여우가 말했어요관계를 맺는다고물론이지 내겐 넌 아직 수십 만의 아이들과 같은 어린아이일 뿐이야.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너 역시 내가 필요하지 않아. 너에게는 내가 수십 만의 여우들과 같은 여우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세상에 단 하나밖엔 없는 존재가 될 거고여우가 말했어요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겐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날 길들인 것 같아. 어린 왕자가 말했어요그럴 수 있지. 지구 위엔 온갖 생물들이 다 있으니까여우가 밀했어요아. 지구에세 그런 게 아냐어린 왕자가 말했어요여우는 몹시 마음이 끌리는 것 같았어요그럼 다른 별에서야그래그 별에서도 사냥꾼이 있니없어재미있네. 그럼 닭은없어완전한 건 아무것도 없구나여우는 한숨을 내쉬었어요그러나 여우는 하던 이야기로 되돌아갔어요내 생활은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쫒고, 사람들은 나를 쫒지. 닭들은 모두 서로 비슷하고, 사람들도 모두 비슷해. 그래서 난 좀 권태로워.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생활은 햇빛을 받은 것처럼 밝아질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와는 다르게 들릴 너의 발자국 소리를 나는 알게 될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가 나면 나는 땅 속으로 숨을 거야.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소리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밀밭이 보이니.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나한테 쓸모가 없어. 밀밭을 보아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날 길들인다면 정말 신날거야. 밀도 금빝이기 때문에 밀은 너를 기억하게 해줄 거야. 그래서 밀밭을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사랑하게 될 거고. 여우는 말없이 오랫동안 어린 왕자를 바라보았어요제발 나를 길들여주렴여우가 말했어요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하지만 난 시간이 별로 없는걸. 나는 친구들을 찾아야 해. 알아야 할 것도 많고어린왕자가 대답했어요누구나 자기를 길들인 것밖에는 알 수 없는 거야.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만한 시간조차 없어. 그들은 상점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모든 것을 사면 돼. 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하나도 없지.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는 거야. 네가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이면 돼. 여우가 말했어여널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어린 왕자가 말했어요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돼. 우선 너 나와 좀 떨어져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는 거야. 난 곁눈질로 널 볼 거야.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씨앗이거든. 그러면서 날마다 너는 조금씩 더 가까이 앉으면 돼여우가 대답했어요. 그 다음날 어린 왕자는 다시 왔어요여우가 말했어요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가령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세 시부터 나는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만큼 난 더 행복해질 거야. 네 시가 되면 이미 나는 불안해지고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거야.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난 알 수 없을 거야. 의례가 필요해의례가 뭐야어린 왕자가 말했어요그것도 너무 잊혀져 있는 것이지.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르테면 나를 사냥하는 사냥꾼들에게 의례가 있지.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목요일이 아주 신나는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날마다 같을 날들일 거야. 그러면 내게 휴일이 없게 될 거고. 여우가 말했어요그래서 어린 완자는 여우를 길들였어요. 그리고 그가 떠날 시간이 다가왔을 때 여우가 말해썽요아. 난 울 것 같아그건 네 잘못이야. 난 조금도 괴롭히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길들여주길 원해서어린 완자가 말했어요물론 그랬지여우가 말했어요그런데 넌 울려고 하쟎아맞는 말이야여우가 말했어요그럼 넌 하나도 얻은 게 없쟎아얻은 게 있어. 저 밑 색깔이 있으니까여우가 말했어요. 그러고는 덧붙였어요장미들을 보러 가렴. 너는 네 꽃이 이 세상에 단 하나란 걸 알게 될거야. 그리고 나에게 이별의 인사를 하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