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 돌아오는 여름
제5화
제로부터
하나사키가와 여학교 교문 앞
치사토
그러면, 나는 이만.
카논
고마워, 치사토 짱.
여기까지 같이 와줘서.
치사토
괜찮아. 나도 이제 일 가야 하니까.
부활동, 오늘이 마지막이네.
카논
응... 여름 방학이 끝나면 3학년은 바빠지니까...
오늘로 진짜 은퇴하는 느낌이야...
치사토
그렇구나. 쓸쓸한 기분이겠네.
카논
응... 하나여고에 입학하고 나서
오늘까지 계속해왔으니까...
치사토
카논에게 있어서
아늑한 장소였을지도 모르겠네.
카논
.......
치사토
...이제 곧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가을이 오지...
우리의 고등학교 생활도 얼마 안 남았네...
이렇게 교복을 입고
매미 울음소리를 듣는 것도...
카논
.......
치사토
....그러면 나는 가볼게.
카논
응... 밴드 열심히 해.
치사토
.......
...그러면 나중에 봐, 카논.
카논
....바이 바이.
........
...가자, 부활동하러...
하나사키가와 여학교 다도 부실
이브
자, 매트 청소도 끝났으니까
이제 다도구를...
앗, 마츠바라 선배!
카논
안녕, 이브 짱.
이브
제가 끓인 차는 어땠나요?
카논
음, 정말 맛있었어. 마지막 날에
이브 짱의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브
마츠바라 선배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요!
카논
...왠지 이 공간과도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쓸쓸하네...
이브
나중에 언제든 놀러 오세요.
...아, 이 매트 얼룩, 기억하시나요?
카논
물론이지, 이브 짱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둘이서 차를 쏟아버려서... 선생님한테 혼났지.
이브
그때 매트보다 제 교복을 먼저 닦아줘서.
정말로 친절한 선배라고 생각했어요.
카논
이브 짱과는 같이 다과를 사러 가기도 했고,
돌아오는 길에 잡화점에서 슈슈도 샀지.
이브
그 슈슈, 지금도 잘 착용하고 있어요.
마츠바라 선배와의 소중한 추억이라서.
카논
...생각해보니, 가끔 여기로
부활동하러 온 것뿐이었으니까,
이브 짱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
여기는 역시 침착해지네~...
부활동은 즐거웠으니까.
이브
네...? 부활동'은'... 말인가요?
카논
...아, 그게, 방금 거는...
못 들은 걸로 해줘...
이브
.......
카논
이브 짱... 밴드는 즐거워?
이브
네! 물론이죠!
카논
그렇구나.....
저기, 이브 짱한테
이 이야기, 했었나?
이브
?
카논
난 언젠가 누군가와 밴드를
하길 바라는 심정으로 드럼을 시작했는데,
전혀 실력이 늘지 않았어....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어.
만약 그때, 스네어 드럼을 팔지 않았다면...
나도... 이브 짱처럼 밝게
웃을 수 있었을까... 라고 가끔 생각해.
...밴드,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미 늦었지....
이브
...정말로 늦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카논
어.....?
이브
전 알고 있어요. 마츠바라 선배의 가방 속에
항상 드럼 스틱 케이스가 들어있다는 것.
스네어 드럼을 팔았지만,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닌가요.
언젠가, 아니, 언제든 드럼을 칠 수 있도록.
밴드를 할 수 있도록.
카논
이브 짱.....
이브
마츠바라 선배,
뭔가를 시작하는데 너무 늦었다는 건 없어요.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제든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의 시간이 무의미했다니,
절대로 아니에요! 힘든 시간이 있었던 만큼
지금부터가 소중히 여겨질 수 있어요.
그러니까 오늘, 이제부터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마츠바라 선배의 진짜 고교 생활을.
카논
.......
(이런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이렇게 뜨거운 말을 건네주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런데... 난... 난...)
그럼, 나 슬슬 돌아갈게...!
이브
마츠바라 선배...!? 어딜...?
카논
고마워, 이브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