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族人遠悳 종친 원덕에게 드림
歲初一面殆若 夢內事耳 雖在鄕里地 非牛鳴 則問聞相續 亦未易況 圻湖之殊路隔三舍者乎
새해 초에 한번 위태로웠더라도 마치 꿈속의 일일 뿐입니다. 비록 시골에서 살고 있는데도, 소 울음소리가 없으면 서로 들었느냐고 묻는 것이고 또한 畿湖의 서로 다른 길에 떨어져 있는 세 집의 근황을 알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遠悳公(1849∼1915): 父가 雲奭公(寅輝公의 直系孫)으로 推定되며, 本文에서 鳳叔으로 稱하였음. 圻경기 기, 地境(垠지경 은). 畿와 同字 ※坼(터질 탁, 갈라지다). 畿湖: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 일대와 황해도 남부 및 충청남도 북부를 포함한 지역
書面之闊 實非異常事也 居然一歲過半矣 際玆秋天漸高 廚下甘旨之供 能無缺煙
편지가 오가는 게 멀어졌는데 실제 異常한 건 아닙니다. 이곳에 거처한 지가 일 년 반이나 지났습니다. 요즈음 가을 하늘은 점점 높아지고 부엌에서는 달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느라 불을 지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體上愼節果何如耶 暗想山南小屋 晝宵掩門 抱病看書者已十有年 所而看是羲畫也 其圖上太極 幾時有也 幾時無也
병환은 과연 어떠하신지요? 혼자 생각해 보니 산 남쪽 기슭 작은 집에 낮과 밤으로 문을 닫고는 아픈 몸으로 책을 본 지가 10년이며, 본 것이 伏羲(복희)의 8卦인데, 그림에서 太極이 어느 때는 있고, 어느 때는 없습니다.
※愼節: 남을 높여 그의 병을 이르는 말
晦翁曰 用應始有 體該本無 信知無爲有 體有爲無 用常無非理 常有亦非理也
朱熹(주희)가 이르길, 用에 응하여 비로소 있게 되고, 體에 갖추어져 本이 없어진다. 知는 無爲가 있음을 體는 有爲가 없음을 믿는 것이며, 用이 늘 없으면 理致가 아니며, 또한 늘 있어도 理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晦翁(회옹): 주희(朱憙,1130~1200)의 호. 南宋의 儒學者로 朱子라는 존칭으로도 불린다. 字가 元晦·仲晦이다. 号는 晦庵·晦翁·雲谷老人·滄洲病叟·遯翁(둔옹)이다. 맹자·공자 등의 학문에 전념하였으며 주돈이·정호·정이 등의 사상을 이어받았다. 그는 유학을 집대성하였으며 '오경'의 진의를 밝히고 '주자학'을 창시하여 완성시켰다. 著書에 資治通鑑綱目, 사서집주, 근사록 等이 있다. ※用應始有體該本無은 이 글 마지막 周易을 읽는 방법(朱熹의 警學贊)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