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가 한국인이 듣기에는 "멍멍"하고, 영어권 사람들의 귀에는 "바우와우"로 들린다지만 그건 언어에 따른 표현의 차이일 뿐,, 어떤 특정 소리가 언어별, 문화별, 개인별로 다르게 들릴리는 없겠지요
반면에 인공와우로 듣는 소리는 매핑 프로그램에 의해 왜곡된 소리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 소리를 사람마다 조금은 다르게 느낄테지요. 한번 매핑을 하고 나면 이전과는 달라진 소리 차이를 느끼잖아요. 매핑을 하고 날 때마다 내 목소리가 다르게 들린다면 진짜 내 목소리는 어떤 것일지 알 수 없지요.
저는 매핑을 새로 하고 나면 달라진 프로그램 때문에 처음엔 실망스럽게 더 안들리다가 차차 적응되어 이전 맵과 같은 상태로 듣게 된 경험이 많습니다. 이건 바꾸어 말하자면 청각에 맞추어 최적의 매핑을 한 게 아니라 잘못된 맵에 청각이 적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왜곡된 매핑이어도 청각이 거기에 적응하게 된다는 말이지요.
매핑은 본인에게 가장 알맞는 최적의 소리 환경을 찿는 과정이라지만 잘못하면 왜곡에 왜곡이 겹치며 도리어 안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지 몇 년, 몇 십년이 지나도 대화를 할 수 있을만큼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 원인의 하나로 왜곡이 겹친 매핑을 배제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저는 청각의 초기화라는 개념을 생각해봅니다.
컴퓨터를 오래 쓰면 여러 원인들로 인해 속도가 느려지고 성능이 떨어집니다. 그럴 때 포맷을 하여 공장 출고 상태로 초기화하면 왠만큼 원래 성능으로 돌아갈 수 있지요.
매핑 프로그램에 의해 왜곡된 청각을 자연 상태로 초기화한 그 바탕 위에 다시 새롭게 매핑을 함으로서 본인에게 최적의 매핑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생각을 뒷받침할만한 경험이 있습니다.
코클리어 초기 제품 중 하나인 스펙트라를 20 여년간 그저 소리 자극이나 받는 용도로 쓰다가 프리덤으로 어음처리기를 바꾸었을 때 넉 달 가량 인공와우를 쓰지 못한 공백기간이 있었어요.
그 후 프리덤으로 듣게 되었는데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시일이 흐를수록 소리가 점차 생생하게 잘들리고 말소리도 부분적으로 알아듣게 들리면서 인공와우가 선사하는 신기원의 소리 세계에 날마다 감탄의 연속이었어요.
스펙트라로 듣던 소리가 웅덩이에 괸 흙탕물이라면 프리덤은 박동치는 계곡물이라고 비유할까요.
그런데 한 달 후 2차 매핑에서는 도로 흙탕물이 되버렸어요. 스펙트라보다는야 훨씬 낫지만요.
프리덤을 착용하고 한 첫 매핑에서는 어째서 그렇게나 생생하게 잘 들을 수 있었을까요?
저는 그 이유를 청각의 초기화로 생각합니다.
넉 달 동안 인공와우를 안 쓴 기간이 인공와우로 인한 왜곡을 없애고 청각을 초기화 시켰다고 보는 개념이지요.
그래서 초기화 된 청각, 즉 가장 자연스러워진 청각에 매핑을 했기에 가장 적절한 매핑이 되었었다고 여기는 겁니다.
이런 생각이 맞는지의 여부는 3주나 4주 쯤 인공와우를 쓰지 않고 지낸 후 매핑해보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일 뿐 확신은 없는데, 인공와우 없이 한 달 쯤 지내기를 참기 어려울 듯 하고 매핑 비용도 만만찮고 해서 실험을 실행까지는 못하겠네요.
긴 글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