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동아리 들어오기 전에 극회 인스타 보고 진서와 극회에서 하는 <기억의 자리> 정기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봤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기억의 자리>를 읽을 걸 보면서 후회했다. 정확하게 기억 나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민주 언니, 형준 오빠, 범석, 지안 선배를 상상하면서 보니까 <기억의 자리> 다시 보고 싶다... 꼭 기억이 잊어버리지 않게 계속 곱씹으면서 보고 싶다.
<기억의 자리> 정기공연을 봤을 때의 나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연기가 아닌 흉내 같은 연기를 하는 나였고, 연극의 연도 모르고 고등학교 연극부 소속이었던 나인 채로 정기공연을 보았는데 연기를 몰입감 있게 잘하고, 내용이 슬펐다고 간단하게만 느꼈다. 그러나 거기서 중점인 '기억'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이번 희곡을 제대로 읽었을 때는 기억의 흔적, 그리고 기억, 제목인 기억의 자리까지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이강백, 윤영선 작가님의 희곡을 읽다가 드디어 새로운 작가님의 희곡을 읽을 수 있어서 새로웠고, 무엇보다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다. 모든 대사들이 다 예쁘고 결국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대사들이었는데, 그래서! 이 희곡을 연기하는 배우에게 집중을 했었어야 했는데 자꾸 읽으면서 정기공연을 봤던 때가 자꾸 후회됐다. 그래도 그런 추억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그때 무대 사진을 찍고, 그 기억으로 동아리에 들어와서 사람들과 <기억의 자리> 얘기를 하고 그 기억과 흔적 덕분에 이럴 수 있었던 거다.
무대는 진짜 참말로 에뻤고 조명은 몇몇 기억 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읽으면서 다른 장면에는 조명을 어떻게 썼을까라고 나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에 놀랐다. 진짜진짜... 조명은 어떻게 했으려나~~~~... 색 조명은 안 썼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기억이 맞겠지. 썼다면 파란색과 노란색을 썼을까.
인물들이 동굴과 벽화를 보고 자신의 기억을 얘기하고, 흔적/기억이라는 키워드로 얘기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최애 장면을 꼽지 못할 만큼 다 좋았던 장면이다. 제일 인상깊은 대사를 꼽자면, 교수와 동욱이 말하는 장면(32P)에 교수가 동욱에게 '궁금했어. 이 오랜 친구는 인간들에게 견딜 수 없는 현재를 만들면서,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 널 보고 알았지 어떤 과거는 현실을 넘어 미래로 데려다 주는구나. (해골을 다시 놓으며) 아버질 옹졸한 인간으로 만들지 마. 겨우 원망의 말을 위해 긴 시간을 넘어 너에게 온 게 아닐거야.'라는 대사이다. 요즘은 현재에 집중해서 바빠 살아가고 있는데 이 대사를 읽고, 내가 이렇게 살아가게 된 이유를 찾았을 때에 과거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뭔가... 한국사가 생각 나기도 했다.
나는 나의 기억의 흔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떤 쓸데없는 물건이 있어도 쉽게 버리지 못 한다.
또, 언젠간 그 기억을 찾기 위해 일기도 쓰기도 한다.
기억을 기록하는 건 좋은 것 같다.
첫댓글 이렇게 보니까 내 소감이 왤케 아쉽지...... 나중에 얘기 함 해 부자 하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