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리콘을 목격했을 때의 놀라움과 신비스러움
제 1 장
레프리콘과의 만남
... 이어지는 내용들
흐릿한 불빛에 눈이 조금씩 익숙해지자 ,
방 한쪽 구석에서 퍼져 나오는 파동이 느껴졌다.
파동을 향해 눈을 돌린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네 사람이 나를 지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몸집이 작은 남성과 여성 , 그리고 두 명의 남자 아이들이 보였다.
나는 숨이 턱 막혀서 그대로 얼어 붙고 말았다.
순간 , 남의 집에 잘못 들어왔구나 ... 싶었지만 ,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그 넷이 입고 있는 옷이 너무 특이했다.
` 맙소사 , 저들은 인간이 아니야 ! `
찰나의 순간 , 나는 내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사는 집에 들어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이런 생각들이 제대로 펼쳐지기도 전에 , 작은 몸집의 남성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우리 가족은 100 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아왔소.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이 공간을 당신과 함께 사용하려고 하오.
하지만 , 조건이 하나 있소. `
그가 내뱉는 점잖은 말투와 달리 , 그의 행색은 초라해 보였다.
그는 120 센티 미터 남짓한 키에 고전적인 스타일의 구식 단추가 달린 ,
허리까지 내려오는 녹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볼록 나온 배 때문에 재킷이 꽉 끼어 보였다.
무릎 길이의 갈색 바지 , 큼지막한 나막신 안에 끼워 신은 두꺼운 레깅스 ,
전체적인 비율을 따졌을 때 , 그는 자기 몸 보다 훨씬 큰 신발을 신고 있었다.
머리에 쓴 검은색 정장용 모자는 이상해 보이는 그의 복장의 화룡점정이었다.
두 남자 아이는 불뚝 튀어나온 배와 정장 모자를 제외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줄여 놓은 것 같았다.
아이들은 점잖게 있으려고는 했지만 , 빨리 다른 곳에 가서 놀고 싶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작은 몸집의 여성은 바닥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치마 아래로는 남성이 신은 것과 똑같은 스타일의 나막신이 얼핏 보였다.
그녀는 자기 머리 크기 보다 훨씬 커 보이는 모자를 쓰고 있었고 ,
나는 그걸 보자마자 , 뉴잉글랜드 지역의 청교도들이 쓰던 모자를 떠올렸다.
그녀는 빨간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올렸는데 , 제대로 묶이지 않은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삐져 나와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가만히 두기가 힘든지 , 등 뒤로 손을 숨긴 다음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작은 몸집의 남성을 흘낏 쳐다보고는 그의 눈치가 보였는지 ,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짓기 위해 애를 썼다.
남자는 자신의 제안에 대한 답을 기다리는 듯한 표정이었고
나는 평정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했던 귀중한 기회가 찾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의 진지한 목소리에 맞추어 대답했다.
` 그 조건이 뭔가요 ? `
` 우리는 협상을 원하오. `
내가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 그가 안심한 듯 대답했다.
` 어떤 협상이죠 ? ` 나는 방어적으로 물었다.
추측컨데 ,
그가 가리키는 ` 우리 ` 에는 몸집이 작은 여성과 두 남자 아이는빠져 있고 본인만 포함된 것 같았다.
`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
당신은 이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나타나는 길목에 살게 되었소.
그런데 이 곳에 사는 존재 , 즉 엘리멘탈들이 전부 인간에게 친절한 것은 아니라오. `
` 잠깐만요. ` 나는 우리가 같은 세계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자 잠시 그의 말을 막았다.
` 엘리멘탈들이라니 , 그게 무슨 말이죠 ? `
그는 서두르며 말을 이어 나갔다.
` 당신 인간들은 (인 ~~ 간들 이라고 발음했다)
우리를 노옴 , 고블린 , 드워프 , 페어리 , 엘프 , 레프리콘 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모두 엘리멘탈 종족이오.
마치 당신들이 인간 종족인 것 처럼 말이지 ,
세상에 많은 종류의 인간이 있듯 , 엘리멘탈에도 많은 종류가 있소.
그건 그렇고 , 내가 이야기한 협상은 바로 이거요.
당신이 여기서 여름을 보내는 동안 , 우리가 당신을 보호해 주겠소.
당신은 우리의 보호가 필요할 거요.
나는 당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알고 있다오. `
나는 그의 말을 다시 가로막을 뻔했으나 , 그러지 않기로 했다.
대신 때가 되면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나가는 대신 잠깐 멈추었다.
내 마음 속의 의도가 변한 것을 느낀 듯 했다.
` 보호에 대한 답례로 이번 여름이 끝날 무렵 , 당신에게 선물 하나를 요청하겠소. `
` 어떤 선물을 원하나요 ? `
` 지금은 말할 수 없소 , 여름이 끝났을 때 말하겠소. `
그가 대답했다.
기억 속 저편에서 페어리와 엘프에게 속아 넘어간 인간들의 이야기 떠올랐다.
그와 열린 결말의 협상을 하는 것이 찝찝하긴 했지만 ,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곳은 그의 집이었고 , 나는 달리 갈 곳이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상황을 달리 볼 여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집에 살면서 내 영적 능력의 스위치를 꺼버리면 다시는 레프리콘들을 보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지금껏 상상할 수 없었던 , 새로운 경험들까지 같이 차단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가 내게 정당한 선물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것은 ` 아마도 그러겠지 ` 라는 생각 뿐이었지만 ,
나는 그를 믿어보기로 했고 , ` 좋아요 ` 라고 대답했다.
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詩) ` 가지 않은 길 ` 을 떠올렸다.
시인은 숲 속 갈림길에서 이렇게 말한다.
`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
그동안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걸어 보자며 레프리콘이 손을 내밀어 준 느낌이었다.
이 여정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몰랐지만 , 이 기회를 놓친다면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우리의 협상은 타결 되었고 ,
레프리콘은 그 날 저녁 우리의 대화가 끝났음을 분명하게 알리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작은 몸집의 여성과 두 아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지칠대로 지친 나는 짐 가방을 집어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나무로 장식된 침대 헤드와 발판이 달린 ,
제법 단단해 보이는 더블 침대는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이 사용한 것 같았다.
나는 짐을 풀고 가방 속에 있던 리넨을 꺼내 침대로 가져왔다.
찬장 안에 들어 있던 울 담요도 모두 꺼내 침대로 가져왔다.
나는 추위에 덜덜 떨면서 안경을 벗어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재빨리 잠옷으로 옷을 갈아 입은 다음 ,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몇 분 지나지 않아 , 나는 깊이 잠들었다.
문화 충격을 받고 잠에 곯아 떨어진 타니스
아마도 그녀가 레프리콘을 본 것은 육안이 아니라 영안 (靈眼) 의 눈이었을 것이다.
본문 중에도 자신의 영적인 스위치를 끈다는 표현이 나온다.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첫댓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