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 어렵다고? 지정학이 이해를 돕는다. 구조론은 의사결정 원리다. 의사결정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개인과, 집단과, 집단의 행동이 다르다. 개인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집단은 행동통일을 따르고, 집단의 행위는 환경 안에서 물리적 현실성을 따라간다.
논리 - 개인 - 무엇을 하는가? 옳은 것을 한다.
심리 - 집단 -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집단의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
물리 - 집단의 액션 - 무엇을 할 수 없는가? 현실의 장벽에 막혀 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고 남는 것을 한다.
개인은 옳은 것을 하고, 집단은 남이 하면 나도 하고, 집단의 액션은 일단 해봐서 먹히는 것을 한다. 집단의 액션에는 관성이 걸려 있다. 관성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면 광장에 모인 군대가 흩어지지 않게 액션을 유지해야 한다. 정치인이 삽질하는 이유다.
초반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리적 설득이 솔깃하다. 중반부터는 남이 하면 나도 한다는 심리적 기동이 먹힌다. 논리와 심리는 판을 키운다. 판이 커져서 더 이상 갈 수 없는 물리적 한계를 만나면 그것이 닫힌계다. 닫힌계에 가둬지면 물리법칙에 지배된다.
물리적 한계에 직면한 군대가 어떻게 나올지는 뻔하다. 포위된 채 성에 고립되어 굶주리는 군대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이 가능하다. 전쟁은 공세종말점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병사의 사기도 먹히지 않고 지휘관의 전술도 먹히지 않고 오로지 물량빨만 먹힌다.
복잡성이 제거되고 단순화 되어 구조가 드러나고 명백해지는 것이 지정학이다. 인간은 논리로 일어서고 심리로 흥하다가 물리로 망한다. 논리와 심리는 복잡하지만 물리는 단순하다. 가는 길이 정해져 있다. 그곳이 북극이다. 어디로 가든 가는 곳이 남쪽이다.
논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심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물리는 무엇을 할 수 없는가다. 인간은 해야하는 일 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거기서 현실의 벽에 막혀 못하는 카드를 하나씩 꺾어서 마지막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 거기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구조론은 논리와 심리의 복잡한 문제를 물리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물리적 한계까지 사건을 키우면 닫힌계에 가두어져 단순화 된다. 극단의 법칙이 작동하고, 최소작용의 법칙이 작동하고, 사고실험이 작동한다. 그것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지정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