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꽃, 흰나리(백합)에 관한 시 세 편을 사랑의 성모 어머니께 바칩니다. (시집 "상사화"에서)
흰나리 - 신랑 / 서문원 바오로
새벽녘 이슬 담은 해맑은 신부야
파란 잎새 물방울 떨구듯 사라졌다
한설 머리에 이고 달려온 신부야
붉은 동백꽃 눈송이 녹듯 사라졌다
빗줄기 맞으며 가쁘게 달려온 신부야
여름 하늘 소나기 지나듯 사라졌다
잠시 스쳐간 인연인 양 보내면 편하련만
세월 물처럼 흐르는데 어찌 잊히지 않아
그러하여 신랑 한가지 마음이라오
연을 삼킨 몸뚱이 뜨겁게 타올라도
오로지 하얀 속옷 장삼 차려입고
그녀 찾아 골짜기 구석구석 헤매더라도
누구도 다가와 뒤흔들지 말아라
다시 볼 날까지 마음 지키려니
청천 푸른 바람 흰나리 사랑 고이 전한다
흰나리 - 신부 / 서문원 바오로
짧지 않은 세월 풍상
안과 밖 다름없이
당신은 어떻게 이 세상 지내요
때로 숙일 줄도 허튼 미소도
가벼운 거짓 맘 없는 인사도
전혀 인연 없는 바람인 듯
당신은 그렇게 이 땅 살아갑니다
이런 날들 이어지면 또래가 알아줄까
하늘이 기특하다 무시로 지켜 주나요
그래도 한 번 맺은 인연
그분께서 원하시는 모습
가난해도 좋아
외로우면 어때
고아한 신부의 삶!
이리하여 피어오른
새하얀 꽃잎 석 장
받침도 내외 백색
푸른 하늘 아래 초연히 빛난다
흰나리 – 혼인 잔치 / 서문원 바오로
천년 세월 변함없이 기다렸다
고운 눈가 깊은 주름 새겼다
길고 하얀 손가락 연륜의 마디 돋았다
검은 머리 흰 눈 소복이 쌓였다
오랜 기다림에 어깨 야위었다
작은 발등 파란 아픔 내비쳤다
그래도 신랑의 눈 신부만 바라봐
고결한 신부야, 부시게 고와라
새하얀 면사포 산들바람 나부끼고
너른 예복 드리우며 혼인 잔치 들어오네
어느 누가 아름다움 감히 견주랴
야멸찬 풍상에 몸은 수척해도
맑고 진한 흰나리 향기 온 하늘 채우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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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원 바오로
흰나리(백합)에 관한 시 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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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느 누가 아름다움 감히 견주랴, 성모님 사랑에 푹 젖은
시인은 아가서의 저자처럼 님을 노래하네요.
맑고 진한 문향이 멀리멀리 퍼져가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격려 말씀 늘 기억하고 감사드리며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주님 은총 가운데 행복한 하루하루 되십시오.
찬미예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