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만물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 / 수의사 임동주
‘인간을 일컬어 만물의 영장이다(Man is the lordof all creation)’라고 한다.
인간이 신의 창조물 가운데 우두머리라는 의식은 기독교의 사고방식만은 아니다.
유교 경전인 『서경』에도 하늘과 땅은 만물의 부모요, 사람은 만물의 영이다(惟天地 萬物父母, 惟人 萬物之靈)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지구상에 사는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된 지능을 갖고,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며, 고도로 발달된 언어와 문화 창조 능력을 지니고 있기에, 엄청난 문명을 이룬 특별한 생명체다.
인간은 비록 치타처럼 빨리 달릴 수도 없고, 공룡처럼 크지도 않고, 상어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턱도 없으며, 독수리처럼 하늘을 마음껏 날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지혜를 발휘하고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동물과의 먹이사슬 경쟁에서 최고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의 생명을 언제든지 말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능력이 있다고 해서 정말 인간이 만물의 영장일까?
철학자 데카르트는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고, 동물은 영혼이 없는 기계와 같아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이 역사에서 수많은 비극을 일으켰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범하고 있으므로 인간은 결코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는 끝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생각해야 인간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데카르트가 동물에게 영혼이 없다고 주장한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고차원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만물의 영장일까?
인간이 다른 동물을 마구 죽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존중받는 영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은 다른 동물을 지구상에서 안전하고 편안히 살 수 있도록 잘 돌봐주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왔다.
인간을 위해 많은 동물을 마구 죽이고, 여러 용도로 이용만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동물에게 인간은 그저 무서운 천적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릴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하나 있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의 목숨도 살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은 자신의 몸만 겨우 가누지만 인간은 다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별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다른 생명체를 살릴 수 있는 수의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암에 걸리고, 칼에 베이면 상처가 나고 피를 흘린다. 동물에게도 전염병이 돈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으며 아픔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병든 동물은 다른 동물에게 병을 옮기기도 한다. 이들의 질병을 치료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을 모든 생물을 다스리는 존재로 여긴다. 다스린다는 말은 책임을 동반하는 관계적인 용어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억압하기만 하면 생태계는 무너진다. 신이 뜻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들이 지구상에서 함께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부여받은 임무중의 하나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 수 있는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