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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왜이렇게예쁘지은님 '
경수지옥에 흔치 않은 달달한 표지ㅠㅠㅠㅠㅠ 깨알 손글씨까지ㅠㅠㅠ 이거 완전 기존 경수지옥 분위기 집어치우고 달달한 느낌으로 써야할 거 같네요ㅎㅎㅎ 봄느낌나는 예쁜 표지 감사합니다!!!
' 데헤니님 '
오..시크하기도 하고...막 세련되기도 하고....경수지옥 글자 하나하나마다 글씨체가 달라서 더 독특한 거 같아요! 특히 저는 저 마지막 '옥'이 특히 더 취향저격이네요ㅠㅠㅠㅠㅠ 예쁜 표지 감사합니다!
' 반월님 '
제가 개인적으로 경수지옥에서 가장 맘에 들어하는 문구를 적어주셨어요! 저랑 통하셨네요 찌찌뽕! 그렇죠, 역시 경수는 강조하고 봐야죠...이것도 저랑 통하셨네요.....취향저격 표지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 이따 단합에서 보자. "
" ……. "
" 오세훈 안 달고 와주면 더 고맙고. "
일순간 싸한 공포감이 엄습했다. 나긋함을 빙자한 독 발린 칼을 꺼내든 목소리에 숨통이 턱하고 조여오기도 했다. 그제야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저를 기다리고 있는 김예희에게로 걸어가는 뒤통수가 선명하리만큼 박혀왔다. 무어라 확정 지을 수 없는 희미한 구름이 차올랐다. 컥, 하고 목을 졸라왔던 손길이 빠르게도 떨어져 나갔다. 옆에선 무슨 말을 한 거냐며 끈질기게 질문을 해대는 오세훈의 다급한 음성이 귓가에 가득 찼다. 문제는 그걸 모르겠다는 거였다. 도경수 저놈이 내게 무슨 말을 한 건지도, 그게 또 뭘 의미하고 있는 건지도, 어떻게 내가 저를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어떻게 하루 전에 결성한 도증모를 알고 있는지도, 그래서 지금 도경수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도.
" 나 단합 처음 와봐. 개떨리네, 진짜. "
" 여자애들 너 온다고 엄청 좋아할걸, 평생 단합 한번 안 온 애가 갑자기 왔잖아. 서로 옆에 앉으라고 난리칠 거다. "
" 왜, 나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냐? "
" ……설마 답정너야? "
" 누군데? 나 좋아하는 애 있어? "
" 아, 됐고. 너 술 마시지 마 진짜. 나 어제도 너 챙기느라 죽을뻔했거든? "
" 왜, 네가 나 책임지고 챙겨주게? 존나 땡큐지. "
" 미친, 노땡큐다. "
" 나 취하면 김종대 불러, 김종대 자취방 가서 자면 되니까. "
" 너 술마시게? 아, 너 그럼 마시고 도경수한테 시비 걸고 그러지 마라? 아니, 만약 시비 걸어도 나까지 들먹이고 그러지……야, 들으라고 좀! "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 제작진에게 전화라도 걸어봐야겠다. 나이를 20살이나 쳐먹고 아직도 철이 덜 든 새끼가 한 명 있는데 이런 애도 개선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해주냐고. 못난 자식 뒷바라지에 양쪽 어깨가 시름시름 젖어들어가고 있는 고단한 부모님의 감정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연신 떨려 죽겠다며 지겹게 내 팔뚝 부근을 흔들어대고 있는 오세훈의 철없는 행동에 묘연한 한숨이 진득하게 얼룩져갔다. 아까 단합 때 도경수 오면 절대 안 가겠다고 딱 잘라 거절하던 놈이 누구였더라. 도리도리, 심드렁한 고개를 흔들며 예약되어 있는 술집으로 두 다리를 움직였다. 약속시간보다 10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꽉 차있는 테이블에 입이 떡하니 벌어질 지경이었다. 술을 먹을 때에만 약속 요정이 되는 동기 아이들이 새삼스레 대단했다. 벌써부터 벌게진 얼굴을 하고 있는 동기들도 심심하지 않게 보였다. 쯧, 저러다 내일 후회하지.
" 어어, ○○○ 왜 이렇게 늦……미친, 네 뒤에 오세훈이냐? 와, 이 새끼 그렇게 형들이 오라고 노래를 불러도 한 번을 안 오더만! "
" 뭐야, 왜 둘이 같이 와? "
" 맞아, 매일 김종대랑 다니던 놈이. "
" 그러고 보니까 둘이 오늘 수업도 같이 듣던데? "
" 뭐야, 진짜 그런 거야? "
" 오세훈 이제 김예……아, 일단 앉아 앉아! "
" 야, 둘이 앉혀! 같이 앉혀! "
" 아, 진짜 오빠들이 이러는 게 더 어색하거든요? "
" 형. 얘랑 나랑 그냥 친구요, 그냥 저스트 프랜드. "
" 야,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어! 앉아, 앉아! 둘이 같이 앉아! "
" 아, 오빠 진짜 아니……! "
" 야, 일단 앉아봐! 입장샷 마셔야지, 입장샷! "
" 아……진짜 오ㅃ, "
" 입장샷! 입장샷! 원샷! 원샷! "
나갈 수 없는 지옥이 있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도 싶다. 제 목청이 터져랴 크게 입장샷을 외쳐대는 동기들의 얼굴이 설혹, 떼지어 달려오는 좀비 영화 안에 좀비로까지 보이기 직전이었다. 저 화장실 좀……. 적당히 분위기 맞춰주다가 얼른 가야지, 내일 학교도 나오는데 잘못 걸리면 이거 완전 집에 못 갈 분위기네.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며 어떻게든 이 막연한 상황을 피하려 했다. 아, 순간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눈치껏 뒤로 문워크를 하던 몸이 누군가에 의해 거짓말처럼 멈춰 선 거였다. 아, 누군가 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온몸이 소름 끼칠 수 있구나. 뻣뻣해진 고개를 슬그머니 뒤로 돌렸다. 역시나였다. 뒤쪽으로 후진하는 내 등을 제 두 손으로 받치고 묘연한 미소를 띠는 그놈, 도경수다.
" 뭐야, 오늘 도경수도 온 거야? 와, 이것들이 오늘 뭔 날이야? 왜 평소에 오지도 않던 새끼들까지 다 오는 건데? "
" 제가 와서 싫으세요, 형? "
" 응? 아니 아니, 싫다는 게 아니고……. "
" ……. "
" 조, 좋다는 거지 임마! "
아, 서로 눈을 마주하고 있기만 해도 이렇게 손발이 쪼그라들 수가 있구나. 저보다 나은 거라곤 그저 김경수 교수의 은총하에 은밀한 학점 거래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는 것뿐인 도경수에게 과대표 오빠는 늘 이상하리 만큼 쩔쩔매기에 바빴다. 언제고 오빠가 말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도경수 그 새끼는 그냥 대하기가 어려워, 꼭 우리 아버지뻘 되는 연세랑 대화하는 기분이야. 큭, 허심탄회한 실소가 터졌다. 이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 거였다. 그 순간, 내 등 뒤로 두 손을 대고 있던 도경수의 감촉이 빠르게 떨어져 나갔다. 옆에서 나 못지않게 띄꺼운 얼굴로 죽어라 도경수를 노려다 보던 오세훈이 놈의 두 손을 쳐냈기 때문이었다.
" 야, 셋이 나란히 입장샷하면 되겠네! "
" 그래, 도미노로 원샷 해라! "
" 네? 아, 무슨 처음부터 원ㅅ……, "
" 아, 원샷 콜! 개콜! "
" ……. "
" ○○○ 개콜? "
개콜은 무슨, 노콜이다 개새끼야. 오세훈을 패버리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딱 그러고 싶었다. 난생처음 여자로 태어난 부분에 대해 한탄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6개월이 지나고서야 처음으로 대학생의 진정한 재미를 느낀 사람처럼 거의 개그콘서트 방청객 리액션 급으로 하나하나 다 호응해주는 그 주둥아리에 돌려 차기가 시급했다. 눈치 따위 밥 말아먹고 신나게 입장샷을 만들어온 과대표 오빠가 오세훈과 나, 그리고 도경수에게 나란히 맥주 잔을 쥐여줬다. 아, 이래서 단합이 싫은 거다. 술을 먹고 싶은 사람 안 먹고 사람 구분해서 줘야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줘버리면……,
" 아, 원샷을 못하면 장가를 못 가요! 아, 미운 사람! "
" ……. "
" 와, 오세훈 원샷! 크으, 남자다 남자야! "
" ……. "
" 아, ○○○씨 뭐하십니까. 지금 세훈이가 스타트 끊자마자 다시 흐름 끊겠다 이겁니까. "
" 오빠, 나 어제도 술 마셔서 오늘……, "
" 아이고오, ○○이 때문에 오늘 분위기 다 망쳤네……다망쳤어. "
흘깃, 고개를 돌려 제멋대로 스타트를 끊어버린 오세훈을 흘겨봤다. 어제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과음을 한 놈이 잘한다, 잘해. 우욱, 벌써부터 반응이 오는지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머저리 같은 모습이 한심할 지경이었다. 적당히 분위기만 맞춰주고 빠지려던 계획이 보기 좋게 물거품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먼저 스타트를 끊어버린 오세훈 때문에. 모든 동기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꽂혔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게 서 있는 게 아니고, 웃는 게 웃는 게 아닙니다만. 남들보다 숙취 능력이 젬병인 내게 이틀 연속 술자리란 거의 고문과도 다름없는 짓이다. 낯 뜨거운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 두 눈을 꼭 감고 자잘하게 떨려오는 손을 들었다. 으, 딱 이거 한 잔 만이다. 이거 마시고 또 마시라 그러면 바로 도망가야지 진짜…….
" 여자랑 남자랑 똑같이 주는 건 반칙이죠, 오세훈도 힘들어하는데. "
" ……. "
" 여자는 소주 한 잔으로 바꿔요. "
" 야, 너는 여친도 있는 새끼가 그렇게 다른 여자 걱정……! "
" 예희 누나가 얘 신경쓸 정도는 아니죠. "
" ……. "
" 누나는 우리 과에서 제일 예쁜데. "
크응, 과대표 오빠의 심술궂은 헛기침이 울렸다. 날 도와준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비꼬는 것 같은 이 애매한 기분은 뭘까 이거였다. 그러니까 단순히 난 여자라 배려해주는 것뿐이고, 그 배려는 감히 김예희가 날 신경 쓰는 존재도 아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이 말이구나. 시발, 이거 완전 베베 꼬였네. 대놓고 저격하지 아주 빙빙 돌려서 저격하기 선수야. 이상한 오기가 생겼다. 꼭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더 하는 중2병 남중생이라도 된 듯했다. 내일 일은 내일 일이고 지금은 내가 너무 기분이 나빠서 안 되겠다. 꽉 차 있는 맥주 잔을 그대로 들고 벌컥벌컥 한 번에 들이키기 시작했다. 비위가 상할 만큼 역류하는 기분 나쁜 느낌을 애써 꾹꾹 눌러 담았다. 타들어가는 식도에 처절한 울렁임이 솟구치기를 여러 번이었다. 아, 딱 죽을 것 같다.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느낌이었다. 우욱, 매쓰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이게 어제 오세훈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
" 야, 괜찮냐? 그렇게 무리해서 안 마셔도 됐는데……. "
" ……아, 오빠가 마시라면서요. "
" 야, 미련하게 마시는 것도 죄다 죄? "
" 아, 마시라면서요 오빠가! 분위기 망친다 어쩐다 한 게 누군데! "
" 이게 왜 화를 내고 그래? 지금 애들 있는 거 안 보여? 누가 억지로 마시라 그랬어? 적당히 분위기 맞춰주다 빼면 될걸,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
" 아, 네 제 잘못이네요. 눈치 없이 분위기 못 맞추고 행동한 것도 죄송하고, 화낸 것도 죄송하고, 분위기 망친 것도 죄송하고, 여자로서 신경쓸 수준 아닌 것도 다 죄송하네요. "
" 야, ○○○ 너 왜이렇게 삐딱선이야? "
" 그럼 삐딱선 안 타게 생겼어요? 지금 이 상황이 생각할 수록 빡치는데? "
폭발했다. 누구보다 잘 참고 잘 넘어가자 주의였던 내 20년 신조가 보기 좋게 두 동강 나버린 지금이었다. 수군수군, 아무 영향력 없는 일벌들이 윙윙거리며 저들끼리의 귓속말 스킬을 시전했다. 후아, 답답한 신음이 터졌다. 더 이상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화난 건 과대표 오빠 때문도 아니고, 오세훈 때문도 아니다. 그저 꽈배기 마냥 빙빙 돌려 날 저격하는 도경수의 그 소름 끼치는 천재력에 감탄스러워 성질이 뻗친 거였다. 휙, 등을 돌려 빠르게 단합 장소를 빠져나갔다. 당장 내일이 걱정이었다. 저도 모르게 욱해 화부터 내고 본 날, 동기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해줄까. 이해해줄까, 그것도 아니면 쟤 왜 저러냐며 욕하고 헐뜯기를 반복할까. 대체적으로 모든 이들은 2번이다. 심지어 그게 친한 친구라도, 평생 친구라도 2에 가깝다. 진짜 내 기분이 안 좋은 걸 눈치채고 얼른 달려와서 위로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아니, 그건 그냥 착한 사람이다. 진짜 친한 친구는 내 잘못된 점을 몇 번이고 곱씹어보고, 욕도 해보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손 내밀어 주는 그런 게 진정한 친구 아니겠냐.
" 아으……속이야. "
숙취음료라도 사 먹을 생각이었다. 예상치 못한 원샷에 가슴속이 아주 요란하게 텀블링을 하고 있었다. 어제 마신 속도 다 안 풀렸는데 거기다가 저녁밥도 안 먹고 무턱대고 맥주 한 잔을 원샷 했으니 온몸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느릿하게 술집 앞 벤치에 앉아 알싸하게 퍼져오는 여름밤의 풀 향기를 한번 크게 들이셨다 내쉬기를 반복했다. 아, 솔직히 말하면 청량한 바람보단 담배 연기에 찌든 매연 냄새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지만. 그럼에도 하늘은 밝았다. 아직 서울에서도 야경 말고 볼만한 경치가 남아있다는 게 새삼스레 감격스러웠다. 센치해지는 감정이 격해질수록, 정작 코빼기 한번 비치지 않는 오세훈이 알량하기 그지없었다. 아주 처음 가본 단합이라 재밌어 죽겠나 보지, 개새끼. 친해지는 게 아니었다. 아니, 사실 친하다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사이지만 어쨌거나 놈을 데려오는 게 아니었다.
" 마셔. "
" ……. "
" 초코 우유야. "
그때였다. 누군가 내 앞에 다가와 심드렁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초코 우유를 내미는 것 아니겠냐. 초코 우유인 걸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인상이 쓰이는 게 당연한 지사였다. 왜 이곳에 있어야 할 놈이 아닌 도경수가 나한테 초코 우유를 주냐 이 말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단합은 어쩌고 이렇게 나온 건가 이거였다.
" 단합 끝났어? "
" 끝났을 리가, 이제 막 게임하고 난리던데. "
" ……. "
" ……. "
" 근데 왜 나왔는데? "
" 술 마시면 담배 피는 버릇이 있어서. "
아아, 그렇구나. 뭘 알겠다고 그렇구나라는 말이 나온 지는 모르겠지만 날 화나게 한 당사자와 이렇게 다정하게 마주 보고서 있다는 현실에 기막힌 한탄이 튀어나왔다. 참, 세상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렇게도 피하려 했던 경수라는 이름을 가진 당사자와 이러고 있다는 게. 그 무한대로 반복되는 경수 루트가 올해도 어김없이 실행되고 있었다. 으, 끔찍했다.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면 이젠 경수라는 이름을 가진 누군가를 봐도 진저리가 날 정도로 혐오스럽고 싫어진다. 인연이 아니고 악연이지 않으냐. 어느 누가 이 거지 같은 운명을 좋아하겠냐. 그 순간, 내 옆자리에 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익숙하게 담배를 켜는 도경수가 보였다. 그래, 담배 냄새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없지. 없겠지, 난 김예희가 신경 쓸 존재도 아니니까. 생각해 보니까 또 빡치네. 내가 뭐, 김예희가 신경 쓸 존재도……,
" 나 싫어하는 이유가 뭔데. "
" 뭐? "
" 이유가 있으니까 싫어하는 거 아니야. "
일순간, 두 눈이 일정한 크기를 맞춰가며 폭을 넓혀갔다. 사실 아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문제는 도경수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에 대한 거였다. 이렇다 할 정도로 티 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남에게 도경수를 헐뜯은 적은 더더욱 없다. 그럼 잠깐, 그보다 더 앞으로 돌아가서 내가 왜 도경수를 싫어하느냐. 이유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정말 그랬다. 억지로 쥐어짜낸 하나가 있다면 놈의 이름이 도경수라는 사실이었다. 누구에게 말해도 안 믿을 게 뻔한 이 어이없는 운명을 다시 겪기 싫어 죽어라 도경수를 피해 다니고 배척한 것뿐이다. 정말 그거 하나였다. 막상 이유를 대보라고 하니, 꼭 아무 근거 없이 그냥 싫어하는 유치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 이거 완전 나만 나쁜 년으로 끝날 것 같은 느낌인데. 돌리자, 머리를 돌려. 초등학교 때부터 굴려온 머리 뒀다가 뭐 하냐, 이럴 때 쓰라고 굴린 거지.
" 김, 김경수 교수님! "
" ……. "
" 네, 네가 막 김경수 교수님이랑 친해서 학점 하이패스로 받는다는 소문도 있고……어, 오세훈이 김예희 언니 엄청 좋아하는 거 전교생이 다 아는데 갑자기 하루 아침에 사귀고 온 것도 그렇고, 또……또. "
아, 미쳤다. 싫어하는 이유를 대라니 정말 뭐에 홀린 듯 줄줄이 나열하는 꼴이 미쳐가고 있었다. 나보고 그딴 소문을 믿냐며 귀싸대기를 몇 방이고 날려줘도 부족함 없을 이유였다. 구체적인 근거 하나 없이 뜬 소문에 집착하는 사람이 돼버리니 죄스러운 호흡은 더 구차하게 새어 나왔다. 흘깃, 여러 번이고 놈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그럼에도 도경수는 아무것도 들은 적이 없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한쪽 다리를 꼰 채로 정면만 주시하고 있는 게 아니겠냐. 자욱한 담배 연기가 시야 가득 얼룩졌다. 건조하게 갈라지는 목울대에도 같이 앉아있기 거북하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 하아 ……, "
그때였다. 꽂꽂히 들고 있던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곤 한탄 섞인 날숨을 터뜨리는 도경수가 보였다. 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문제였다. 그렇다고 진짜 이유를 말하기에는 더 기가 막히지 않으냐. 그냥 네 이름이 경수라서 싫어. 차라리 네 자체가 싫다고 하는 게 더 신빙성 있겠다.
" ……아니잖아. "
" ……. "
" 너 나 싫어하는 이유 그거 아니잖아. "
" ……. "
" 왜 거짓말을 해. "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곧이어 멀쩡했던 심장께도 급하게 조여왔다. 긴장감에 처절하게 조각날 정도로 그렇게 사정없이 조여왔다. 고통스러운 느낌에 자연스럽게 인상도 쓰였다. 어어, 하고 어벙한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 앉아있는 놈을 보고 있자니 심장 부근에 저릿한 두근거림이 일렁였다. 좋은 두근거림이 아니다. 불안함에 사정없이 증폭된 두근거림이었다. 정말 딱 거짓말쟁이가 된 기분이었다. 혹시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그런 게 아니라면 이럴 리가 없을 텐데. 내가 놈을 싫어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김종대랑 오세훈밖에 없는데, 그걸 그 새끼들이 도경수한테 말했을 리도 없고……어어, 그러니까.
놈이 들고 있던 담배 한 개비가 바닥 위로 처량하게 낙하했다. 꼭 그 모습이 철저하게 내려앉은 내 심장이라도 된 듯싶었다.
마지막 남아있던 하나의 불씨가 아직 죽기 싫다며 살려달라곤 아우성이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도경수는 특유의 그득하고 짙은 음성으로 제 입을 열었다.
" 너 나 도경수라서 싫어하는 거잖아. "
" ……. "
" 아니야? "
이제 일주일 간 휴재입니다 흑흑......공부하고 올게요 여러분....좀 지루하겠지만 정주행하면서 기다려주세요ㅠㅠㅠㅠㅠ
응 그래 준영아!!!너를 기억해로 돌아가!!!!!!
헐 도경수 왤케 잘알아...?
헐 소름...경수 무서워
경수 허 하 허..?
아 개무서워...
헐 국과수인줄..
경수 심리학 공부햏ㅇ니..
아니야...경수란 이름이 싫은거야...
경수는 뭘 알고있는 느낌인데요
님 투시력있으세요ㅋ
으아 도대체 어떻게 안거지?? 말해쥬ㅓ말해쥬ㅓ!
알고보니 초능력물인건갇..뭐지..?
야 리얼 쫒아다녔거나 종대스파이거나
헐 어떻게 안거지??
너무 잘끊으셔?.....에에에궁금해요!ㅜ어떻게아는거고 대체 도증모도 어떻게아는건데요 때려맞추기도 이정도는 힘들어요...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6.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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