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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징적 증상들 : 다음 증상들 중 적어도 2가지가 1달 동안 나타난다. ① 망상 : 잘못된 믿음. 말도 안되는 생각을 믿는 것 ② 환각 : 헛소리를 듣는 것, 헛것을 보는 것, 등 ③ 횡설수설 : 말이 두서가 전혀 없는 것 ④ 이상한 행동 : 이해가 안되는 엉뚱한 행동 ⑤ 음성증상 : 감정표현, 말, 의욕 등이 없는 것 2. 사회적/직업적 기능저하 : 병전에 비하여 직업, 사회적 관계, 및 자신을 돌보는 영역에서 현저한 기능감소가 있다. 3. 지속기간 : 증상이 최소한 6개월 동안 지속된다. 이 6개월 동안 적어도 1달은 활성기 증상이 나타나며,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전구기나 잔류기 증상들(활성기 증상의 경미한 형태 또는 음성증상)이 나타난다. |
<자료출처: DSM-IV, 미국정신의학회, 1994>
2. 양성증상과 음성증상
진단기준에 명시되어 있는 다섯가지 정신병증상은 다시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으로 구분된다(<그림 5-1> 참조).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은 적합한 치료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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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1>. 양성증상과 음성증상
환자들에 따라서는 양성증상만 보이는 환자도 있고, 음성증상만 보이는 환자도 있으며, 두 가지를 다 보이는 환자도 있다. 양성증상은 흔히 몇 달 사이에 또는 수일만에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면 수개월 내에 경미한 수준으로 경감된다. 음성증상은 수년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된다. 이때 가족들은 환자가 바보스럽고 둔해보이고 게을러 보여서 속상해 하지만, 그것이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음성증상은 또한 양성증상으로 인한 병이 만성화됨에 따라 2차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따라서 만성조현병 환자들 중 상당수는 양성증상보다는 음성증상이 더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두가지를 겸해 있는 경우에, 발병초기에는 가족들의 신경이 온통 양성증상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음성증상이 있더라고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양성증상은 ‘해’에 비유할 수 있고, 음성증상은 ‘달’에 비유할 수 있다. 가족들이 음성증상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해와 달이 함께 있으면 달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입원치료후 환자의 양성증상이 가라앉으면 가족들은 그때에 가서야 환자가 음성증상을 겸해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그것이 원래부터 있던 음성증상인지 발병 이후에 2차적으로 음성증상이 시작된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1) 양성증상(positive symptoms)
양성이란 ‘더하기(+)’라는 의미이다. 즉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사고, 감정, 또는 행동이 존재하거나, 일반인들에게는 경미한 정도로 나타나는 사고, 감정, 또는 행동이 심하게 나타날 때 이를 양성증상이라 한다. 정신장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양성증상은 그것이 증상임을 쉽게 눈치챈다. 대표적인 4가지 양성증상은 망상, 환각, 횡설수설, 이상한 행동이다.
① 망상(delusion)
이것은 사실과는 다른 잘못된 생각을 사실로 믿는 것이다. 망상의 종류는 망상의 내용에 따라 구분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과,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을 자신과 관계된 것으로 생각하는 관계망상이 가장 흔하다. 그 다음으로 자신이 특별한 임무를 지닌 위대한 인물이라고 믿는 과대망상이 흔하다. 그 외에 신체망상, 조종망상, 피조종망상, 사고전파, 사고주입, 색정망상 등도 흔하다. 망상은 대화나 설득으로 교정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② 환각(hallucination)
아무런 감각자극이 없는데도 어떤 감각을 경험하는 것을 환각이라 한다. 환각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우리가 지닌 다섯가지 감각기관에서 모두 가능하며 그것이 느껴지는 기관에 따라서 환시, 환청, 환후, 환미, 환촉이라 한다. 조현병 환자에게서는 환청이 가장 흔하며, 그 다음으로 환시가 흔하다.
③ 횡설수설(incoherence)
환자의 말에 조리가 없고 두서가 없어서 환자와 대화를 나누어도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를 전문가들은 지리멸렬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가족들이 이해하기 쉽게 “횡설수설”이라고 풀이하였다. 환가가 말을 횡설수설하는 것은 말하는 그 순간에 생각이 뒤죽박죽 혼란되어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환자에게 사고장애(생각의 장애)가 있음을 의미한다.
④ 이상한 행동(bizzare behavior)
환자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괴한 행동, 기이한 행동, 와해된 행동, 혼란된 행동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바보같이 혼자 실실 웃거나,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거나, 똑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하거나, 부적절한 자세로 뻣뻣하게 가만히 있는 행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환자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망상, 환각, 심한 불안감이나 공포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2) 음성증상(negative symptoms)
음성이란 ‘빼기(-)’라는 의미이다. 즉 일반인들에게는 있는 사고, 감정, 또는 행동이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경미한 정도로만 나타날 때 이를 음성증상이라 한다. 음성증상은 가족들이 조현병 증상임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환자가 우울해졌다거나 게을러졌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증상들을 음성증상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간에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 책에서는 미국 아이오와(Iowa) 대학의 앤드리슨(Nancy Andreasen)이 제안한 분류방식에 따라 음성증상을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구분방식은 Mueser & Gingerich의 책에서 재인용함).
① 감정표현의 결여(blunted affect)
얼굴표정이나 목소리에 변화가 없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동의 둔마’라 한다. 얼굴표정이 경직되어 있고 무덤덤하며, 목소리는 높낮이가 없이 단조롭다. 신나는 이야기를 할 때나 슬픈 이야기를 할 때에도 무덤덤한 표정과 단조로운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가족으로서는 환자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다. 마치 환자의 감정이 얼어붙었거나, 황량하게 메말라 버린 듯한 느낌이며, 환자가 아무런 감정변화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② 언어의 빈곤(alogia)
말이 전혀 없거나, 한두마디로 끝낸다. 새로운 화제를 꺼내지 못하며, 화제를 꺼내더라도 계속 이어가지 못한다. 상대방의 질문에 대하여 예, 아니오 정도로 대답하고, 간신히 한두마디를 덧붙일 수 있는 정도이다. 대화 도중에 종종 말이 끊어진다. 말하다 말고 환자가 갑자기 말이 없다. 종종 상대방이 무슨 질문을 했는지, 또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다 말았는지 잊어 버려서, 재차 질문하곤 한다. 타인들로서는 말이 이어지지 않아서 환자와의 대화가 재미가 없고,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③ 무감동(apathy)
환경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그리고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개인적 경험이나 정신병적인 경험) 등에 무관심하다. 일에 대한 동기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세수, 양치질, 머리빗기, 옷갈아입기, 목욕, 이발 등 일상적인 간단한 일도 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잠만 잔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TV도 보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하고, 사람있는 자리를 피한다.
④ 무쾌락(anhedonia)
즐기려 하지 않는다. 아무런 취미활동이나 놀이도 하지 않는다. 이전에 좋아하던 일들도 하지 않는다. 영화보기, 노래하기, 게임하기, 운동, 산책, 친구만나기, 전화하기 등 흔히들 하는 오락이나 취미생활, 여가생활을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TV보기처럼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 활동만 한다. 환자가 즐기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로서는 억지로 어떤 활동을 같이해 봐도 재미가 없다.
⑤ 주의집중 결함(inattention)
보통사람들도 주의집중이 안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따라서 다소의 주의집중 부족을 음성증상이라 하지는 않으며, 심한 주의집중 결함만을 음성증상으로 본다.
주의집중에 결함이 생기면 한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며, 쉽게 주의가 분산된다. 따라서 환자는 몇 분 이상 대화를 유지하지 못하며, 책을 읽어내지 못하고, 수업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한다. 한가지 일을 십분이상 계속해서 하도록 하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며, 혼자서 엉뚱한 짓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결국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하거나 방에서 나가 버린다.
주의집중에 결함이 있는 환자는 흔히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기억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이 경우 환자의 주의집중에 결함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3. 조현병의 역학과 가계양상
1) 환자의 수
전체 인구 중 조현병 환자가 얼마나 되는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연구결과들마다 그 수치가 서로 다르다.
어떤 사람이 일생에 한번 조현병에 걸릴 확률을 평생유병률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세계적으로 0.2-1%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0.4%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인구 1000명당 4명이 일생 중 한번쯤 조현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한편 발병률 또는 신환발생률이란 개념이 있는데, 이것은 매년 새로 발생되는 환자의 수가 얼마나 되는가를 의미한다. 연간 발병률은 대체로 인구 1만명 중 1명으로 계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약 5,000명 정도의 신환이 발생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시점유병률이란 개념이 있는데, 이것은 지금 현재 몇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가 하는 개념이다. 대개 0.2% 정도로 계산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약 10만명의 조현병 환자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조현병은 다른 정신장애에 비하여 입원치료를 보다 빈번히 필요로 하며 또한 장기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입원환자 중에는 조현병 환자가 많다. 종합병원 정신과 및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의 70% 정도가 조현병 환자이며, 요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의 90% 가까이가 조현병 환자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정신병원과 요양원을 합하여 최소한 2만명 이상의 조현병 환자가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 발병 연령 및 남녀 비율
조현병의 발병연령은 대체로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이다. 남자의 경우는 평균적으로 20대 중반이며, 여자의 경우는 20대 후반이다. 때때로 45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어린 나이에 발병할 수록 주의집중력, 이해력, 판단력 등 인지능력의 저하가 심하고, 음성증상이 보다 많으며, 뇌의 구조적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가 많고, 예후가 양호하지 못하다. 반면 발병 연령이 늦을 수록 환각 또는 망상이 주요 증상인 경우가 많고, 인지기능의 손상이 적으며, 뇌의 구조적 이상소견이 적고, 예후가 양호하다.
남자와 여자간의 발병률에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입원환자의 수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2배 가량 많다. 이는 발병률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치료행동의 차이 때문이다. 즉 여자의 경우 조현병에 걸리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3) 가계양상
조현병 환자가 있는 집안에는 다른 집안보다 또 다른 환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표 5-2>. 친척내에서의 발병위험도
일반 인구: 0.2~1%(우리나라 0.4%) 혈연관계 부모 중 한쪽이 환자일 때 자녀: 10% 부모가 둘 다 환자일 때 자녀: 40% 환자의 형제: 10% 환자의 형제(이란성 쌍동이): 10% 환자의 형제(일란성 쌍동이): 40-50% 환자의 손자: 4% 환자의 조카, 질녀: 4% 환자의 사촌: 2% 비혈연 관계 환자의 이복형제: 2% 환자의 배우자: 2% |
이 수치를 보면, 환자와의 혈연관계가 가까울 수록 발병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것은 조현병에 유전경향성이 있음을 시사해 주는 자료이다. 그러나 유전경향성이 있다는 말이 곧 유전병이라는 말은 아니다.
유전병이란 부모가 병이 있는 경우에는 자식도 반드시 그 병에 걸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현병의 경우에는 환자의 자식이 조현병에 걸릴 가능성은 10% 정도이다. 또한 일란성 쌍둥이라 할지라도 발병률이 100% 일치하지 않는다. 만일 이 병이 전적으로 유전병이라면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유전자가 똑같으므로, 한쪽이 조현병이면 다른 쪽도 반드시 조현병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발병률은 대체로 40~50% 정도이다.
따라서 조현병은 유전병은 아니며, 단지 유전경향성을 지닌 병이다. 이 말은 유전적 요인이 다소 작용하지만 그 외의 요인도 상당 부분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조현병 이외에도, 많은 질병들(예로서, 암, 고혈압, 당뇨병 등)이 유전경향성을 지니고 있다.
4. 병의 경과 및 예후
병의 발병부터 시작하여 회복되기까지의 과정을 병의 경과라고 한다. 예후란 치료의 결과를 의미한다. 이 병의 경과 및 예후에 관해서는 아직도 알려진 것이 너무나 부족하다. 특히 발병을 전후한 시기의 변화과정에 관한 연구는 다소 있으나, 장기적인 변화과정에 관한 연구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그러나 최근 재활치료와 같은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하였으므로, 환자의 예후는 최소한 현재보다는 많이 개선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경과 및 예후에 관한 몇가지 중요한 개념만을 소개 하고자 한다.
1) 발병 전후의 단기적 양상
조현병은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에 따라 전구기, 활성기, 잔류기(회복기)의 세단계로 구분한다.
① 전구기
전구기는 발병 또는 재발의 조짐을 보이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아직 정신병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정신병증상을 보인다면 이미 전구기는 지나갔고, 활성기에 접어든 것이다. 따라서 전구기는 비가 오기 전에, 하늘에 먹구름이 덮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신속한 조치를 취하면 환자의 발병이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이 시기에 환자는 잠을 못이루거나,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이거나, 짜증을 많이 부리거나,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식욕이 저하되거나,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본격적인 정신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보이는 이러한 비정신병적 행동들을 재발조짐 또는 재발경고신호라고 하며, 전구기 증상이라고도 한다. 전구기 증상의 양상은 환자마다 다소 다르다.
가족들은 환자의 전구기 증상을 접하면서 환자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흔히 가족들은 ‘애가 변했다’고 느낀다. 그러면서도 ‘설마’, ‘저러다가 말겠지’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전구기 증상은 수일에서 수주, 혹은 수개월 동안 지속된다. 전구기 증상이 발견되면 약물용량을 일시적으로 높이고, 스트레스를 낮춰 주며,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며, 병원에 연락하여 의사와 응급조치를 상의하여야 한다. 전구기 증상을 관찰하는 방법과 응급조치를 취하는 요령에 관해서는 이후에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② 활성기
환각, 망상, 횡설수설하는 말, 이상한 행동 등 정신병 증상이 심한 시기를 활성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가족들의 힘만으로는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입원치료를 받게 된다. 입원치료시에는 약물치료가 주가 된다. 약물치료를 시작하여 대략 2주 정도 지나면 심한 정신병 증상은 어느정도 가라 앉는다. 치료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경우 활성기는 대개 1~2개월이면 끝나게 되며, 이후 회복기로 넘어 간다.
입원치료의 잇점은 다음과 같다. 이 기간동안 가족들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아울러 병에 관하여 공부함으로서 환자의 퇴원후 생활에 대비할 수 있다. 의사들은 이 기간동안 병실에서의 환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약물부작용을 체크하며, 처방된 약물이 환자에게 적합한지를 검토함으로서 환자치료에 적합한 약물을 찾아낼 수 있다.
만일 환자가 자발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가족들의 힘으로 환자를 간호할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입원시키지 않고 통원치료만으로 이 기간을 넘길 수도 있다. 환자를 입원시킬 경우 입원기간은 지나치게 길지 않은 것이 좋다. 통상적으로 1-3개월 이내가 바람직하다. 6개월 이상 입원시켜 두는 것은 환자의 사회적응능력을 손상시키며, 음성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그것을 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환자의 사회복귀를 어렵게 만든다.
③ 회복기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잔류기 또는 관해기라고 한다. 그러나 가족들 입장에서는 회복기라고 보면 된다. 대개 입원치료후 1~2개월이면 회복기에 접어든다. 이 시기에는 정신병 증상이 다소 남아있으나, 그 정도는 비교적 경미하다.
이 시기의 환자들은 대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증상으로 인한 고통 이외에 새로운 고통들을 경험한다. 약물부작용, 능력저하, 의욕저하, 사회적인 낙인과 차별 등을 경험한다. 따라서 환자를 돕기 위해서는 환자의 회복경험을 이해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이 시기에는 우선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퇴원후 3개월 이내(발병후 6개월 이내)의 시기와 그 이후의 시기를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다. 편의상 이를 초기회복기와 후기회복기라 하겠다.
초기회복기에는 가급적 스트레스를 낮추어 주는 것이 좋다. 이 시기의 환자들은 조용한 환경과 충분한 휴식을 필요로 한다. 대개 이 시기에는 보통사람보다 2-3시간의 수면을 더 필요로 하므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환자가 많은데, 이런 경우 늦잠을 잘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이 시기의 환자들은 사람만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더라도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밀한 사람이 한두사람은 있어야 한다.
또한 휴식을 취하더라도 적당한 활동은 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친한 사람들과 만나며, 적당한 운동과 취미생활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병을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병에 관하여 공부하여야 하며, 누군가와 긴밀히 의논하여 장래생활계획을 수립하고,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천하여야 한다.
후기회복기에는 점차 잠을 줄이고, 사회활동을 늘려야 하며, 보통사람의 정상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려고 해야 한다. 또한 직업생활을 시작하거나 또는 그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어디든 규칙적으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휴식만 취하다 보면 사회적응력이 떨어져서 사회복귀가 어려워진다.
이 시기에 ‘병이 나아야 일을 하지’라고 생각하며, 증상경감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현명하지 못한 생각이다. 오히려 ‘일을 해야 병이 낫는다’. 환자의 적극적인 생활자세가 필요하다. 가족들은 환자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동기화시키고, 지원하고, 격려해야 한다.
2) 발병후 10년후의 결과
과거에는 이 병의 예후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 이유 중 한가지는 그들이 주로 병원에서만 환자를 보아 왔기 때문이다. 즉 전문가들은 주로 증상이 악화되어 재입원하는 환자들을 보아 왔다. 반면에 일단 퇴원한 환자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생활해 나가는가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환자들의 치료경과를 십여년 이상에 걸쳐서 관찰한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기 시작하였다. 스테펜스(J.H. Stephens)는 그러한 연구문헌을 20편 이상 분석하였다. 그 결과 그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발표하였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1/4법칙이라고 한다.
<표 5-3>. 10년 이후의 결과
10년후 30년후 ① 완전히 치료됨 25% 25% ② 상당히 호전됨 25% 35% ③ 호전됨 25% 15% ④ 호전되지 않음 15% 10% ⑤ 사망 10% 15% |
<자료출처: 마이셀과 매니온의 책에서 재인용함>
위의 자료는 전체 환자의 75%가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보다는 그 상태가 개선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어떤 한 환자를 놓고 그가 과연 지금보다 호전될 것인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병의 예후에는 워낙 많은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신의학 교재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전에 사회생활을 잘 해 왔던 환자라면 그렇지 못했던 환자에 비하여 예후가 좋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발병한 환자는 일찍 발병한 환자에 비하여 예후가 좋다. 사회생활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갑자기 발병한 환자는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발병한 환자보다 예후가 좋다. 여자환자가 남자환자보다 예후가 좋다.
그리고 또다른 요인들이 있다. 그것은 회복하고자 하는 환자 본인의 바램과 의지와 노력이다. 또한 가족, 치료자, 그리고 그 외 주변 사람들의 환자를 돕고자 하는 열의와 환자에 대한 격려, 지원, 믿음 등과 같은 요인들이다. 이러한 요인의 중요성이 이전에는 간과되어 왔다. 이 요인들이 환자의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등에 관한 관심은 최근에야 비로소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환자의 증상이나 몇몇 특징에 입각하여 환자의 앞날을 예언하려는 노력은 거의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결국 환자 본인과 우리들이 이 병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달라진다.
3) 장기적인 경과의 유형
이 병은 단기적으로 볼 때는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며, 일정한 방향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증상이 꾸준히 완화되어 가는 병이다.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인 스트라우스(John S. Strauss) 박사는 심층면접법을 사용하여 소수의 환자를 장기간에 걸쳐 연구한 끝에 환자들의 회복과정은 불연속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즉 환자들은 오랫동안 큰 변화가 없어 보이다가 갑자기 급격히 변화하였다. 그리고 변화하는 방식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고 제안하였다. 3가지 유형은 ‘곳간에 채워넣기’ 유형, ‘밑바닥에서 반전하기’ 유형, 그리고 ‘진동하기’ 유형이다.
① ‘곳간에 채워넣기(woodshedding)’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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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2>. ‘곳간에 채워넣기’ 유형
이 유형은 가장 많은 환자들이 속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의 환자는 오랜 기간 동안 아무 변화가 없는 듯이 보이다가 어느날 부터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변화가 없어 보이는 이 시기를 ‘고원기(plateau)’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겉보기에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매우 작은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퇴원한 후 한동안 주변세계와는 고립된 채 혼자 지내려 한다. 즉 대인관계를 피하고, 사회생활에 아무런 의욕을 보이지 않으며, 감정이 무디어 지고, 무표정하며, 혼자만 지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음성증상이라고 한다. 가족과 치료자들은 흔히 환자의 병이 심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 환자 본인도 자신의 병이 심해지는 것이 아닌지, 자신이 언제쯤이나 좋아질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퇴원후 한동안 지속되는 이러한 음성증상은 실은 병이 심해지는 것이 아니라 병이 낫기 위한 적응과정의 일부이다. 즉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차단함으로서 휴식을 취하며 양성증상의 재발을 방지한다. 이 시기는 온실과 같은 역할을 한다. 환자는 이 시기에 힘을 축적한다. 겉보기에는 투자되는 노력에 비하여 결과는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시기에 투자되는 노력은 비유하자면 적금과 같은 것이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현재 흔히 사용되고 있는 평정법이나 질문지법과 같은 구태의연한 연구방법으로는 이 시기에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탐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한가지 주제를 놓고 환자와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는 심층면접법을 사용하여, 이 시기에 비록 미세하지만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즉 환자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일상생활에 대한 친근감을 회복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사람들과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또한 점차 자신감을 회복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오랜 고원기를 거친 끝에 어느날 갑자기 급격히 변화하는 이러한 양상은 생물학 분야에서는 매우 흔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서 아이들의 키와 몸무게는 오랜 고원기 끝에 사춘기가 시작되면 급격히 성장한다. 또한 운동선수들의 운동기술이 느는 것도 이러한 양상을 띄며, 공부를 통하여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이러한 양상을 띈다.
② ‘밑바닥에서 반전하기(low turning points)’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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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3>. ‘밑바닥에서 반전하기’ 유형
이 유형은 환자가 어렵게 어렵게 적응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무너진다. 그리고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하여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능상태에 도달한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이 유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그 환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꼈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주의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였다. 대학에서는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더욱 외톨이가 되었고, 갈수록 자신감을 잃어 갔다.
전공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대신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점점 그 공부에 몰두하게 되었으며, 교수 중 한사람과 친하게 되어 그 교수만 찾아 갔다. 철학공부와 그 교수를 찾아 다니는 일 외의 다른 일은 점차 등한시하게 되었다. 대인관계에서 점차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고, 한가지 일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횡설수설하며 망상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병원에 응급입원하여 수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병동 내에서 환자는 점차 편안함을 느꼈다. 다른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으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관하여 여러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퇴원 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였다. 이전보다 대인관계의 폭이 넓어지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가치있는 삶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융통성 있고 폭넓은 관점을 갖게 되었다.” (스트라우스의 논문 24-25쪽에서 인용함)
스트라우스 박사는 이 환자가 발병 이전에 이미 간신히 적응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환자는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더욱 더 경직되고 편협한 관점을 취하다가 마침내 무너지게 된다. 하지만 스트라우스 박사는 환자가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을 병이라는 관점에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병인 동시에 적응을 위한 시도이다.
이것은 낡은 집을 헐어 내고 새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워 질 때 혁명이 시작되는 것과 같다. 낡은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 그것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붕괴를 통하여 환자는 오래 된 골칫거리로부터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환자는 보다 효과적인 새로운 지각방식, 가치관, 생활습관을 갖게 된다.
③ ‘진동하기(oscillating levels of function)’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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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4>. ‘진동하기’ 유형
이 유형의 환자는 평균적인 기능수준을 중심으로 진동한다. 즉 한동안 사회생활을 잘 해 나간다. 그러다가 상태가 악화되어 망상, 환각 등의 증상이 심해지고 사회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러한 진동은 장기간을 주기로 천천히 반복되기도 하고 단기간을 주기로 급격히 일어나기도 한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이를 두고 진동에는 마치 어떤 포화점이 있는 듯 하다고 표현하였다. 즉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최상의 적응상태에 도달하면 반대쪽으로 떠미는 어떤 힘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또한 최악의 상태에 도달하면 환자를 개선시키는 어떤 힘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5. 맺는 말
본 장에서는 조현병의 진단기준, 증상, 역학, 원인, 예후, 경과 등을 설명하였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병은 나을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이다. 이 병의 예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환자 본인의 바램, 목표의식, 의지, 노력 등에 따라 병의 결과가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가족, 주변 사람들, 그리고 전문가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가족들이 이 병에 관하여 보다 많은 사실을 알게 되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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