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길이의 화대종주에 뽐뿌 받아 화대종주 다녀왔습니다.
성삼재~중산리를 우리 클럽에서 몇번 갔었죠. 근데 진정한 지리산 종주코스는 화엄사~대원사 코스죠.
사실 준비는 잘 안됐지만 혼자가는거라 페이스 조절하고, 산행시간에도 제약이 없어서
잠깐 고민하다 집사람에게 전화걸어 허락부터 받고 바로 예약.
교통편은 안내산악회 통해서 28인승 리무진 왕복 42,800원 - 사당역출발
준비물 : 비가온다고 해서 양말2개, 바람막이, 반팔티, 물통, 스틱, 모자, 장갑, 속옷
포도당사탕10개, 자두&청포도사탕 몇 개, 아미노바이탈3개, 파워젤7개
와이프표 김밥4줄. 코스트코 비스켓3개.
김밥은 출발시 화엄사에서 한줄, 대피소마다 반줄씩. 행동식으로 먹었고, 중간중간 1시간마다 파워젤 한 개씩 먹었습니다.
화엄사가는 버스안에서 2시간은 푹자고 나머지는 수면모드로 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김밥먹고 이것 저것 준비하는 동안 함께 내린 종주일행들은 모두 각자 출발하셨더라고요.
보슬비를 맞으며 저도 출발해 봅니다. 무조건 오버페이스 하지말자!!
부상없이 완주가 목표였기에 너무 빨리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노고단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올라 갑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야등덕분에 어둠속 혼산도 즐겁습니다. 저녁때 내린 비로 계곡물 소리가 웅장합니다.
노고단 산장까지 두시간.. 좀 오버 했네요. 다행히 신호?가 와서 화장실에서 몸무게 팍~ 줄이고,
김밥을 한줄 더 먹습니다.
노고단 고개에 오르니 이미 하늘은 밝고, 사람들이 노고단 정상 오픈5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시간은 많다고 생각해서 급히 국립공원 홈피에서 입산신청을 하고 QR코드를 받아 노고단을 오릅니다.
암튼 5시 반이 되어서야 노고단고개에서 천왕봉으로 출발~~
시속 3km~3.5km를 유지하며 연하천대피소까지 신나게 갑니다. 물채우고 김밥반줄 먹고 바로 출발..
벽소령대피소부터 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ㅋㅋ 맑은 날씨를 보니 힘이 더 나네요.
중간에 5분정도가 줄이어 가시는 그룹(나중에 알고보니 나르샤 였음)에 막혀 본의 아니게 페이스조절을 제대로 합니다.
나중에 장터목 1km전에서 남수씨를 만났는데 그때서야 그분들이 나르샤인줄 알았네요.
평소 싸이클복 입은거만 보다 등산복에 가방맨 뒷모습을 보니 알아볼수가 없었죠 ㅋㅋ.
심지어 중간에 껴서 한참을 걸었는데.. 서로 못알아보고 가다니요. 경인 김성주씨가 선두서서 떠드는것도 계속 들었는데 ㅋㅋ
암튼 벽소령 대피소는 패스. 세석은 패스한 후 고개위에서 잠깐 김밥만 먹고 바로 출발.
되도록 천천히 가는 대신 쉬지 않고 천천히 계속 걸으려고 노력 했습니다.
장터목에서는 물만 채우고, 화장실 잠깐 들렸다가 바로 출발.
여기까지가 컨디션도 좋고 기분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천왕봉 오르는 길에서부터 다리에 힘이 안들어 가네요.
너무 안 쉰것이 독이된 걸까… 11시간을 거의 안쉬고 왔으니 다리가 잠길만도 합니다.
날씨가 좋으면 천왕봉에서 남해안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오늘은 가시거리가 100미터 정도로 아무것도 안보이네요. 인증사진만 찍고, 잠깐 앉아있다가 다시 출발.
여기서 부터는 초행입니다.
전 천왕봉부터 내리막인 줄 알았습니다. 백무동도 그랬고, 중산리도 그랬고..너무 내리막이였죠.
근데 아니더라고요. 중봉은 뭐 왠만한 산같았고, 계속 오르락 내리락… 길은 너무 안좋아 속도도 못내도, 비온뒤라 미끄러워 조심스러워 긴장이 됩니다.
시작할 때 노고단까지 혼산을 했듯이 내려갈때도 천왕봉부터 대원사까지 혼산이네요.
속도도 안나고 두번이나 미끄러져 시껍했습니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더 조심스러워 집니다.
안개만 거쳐도 경치구경을 더 했을텐데 안개속에서 혼자 내려가려니 너무 지루하네요.
그렇게 가다보니 치밭목 대피소가 나옵니다.
다행히 근무자분이 계셔서 이얘기 저얘기 외로운 산행의 빈가슴을 달랩니다.
물통 채우러 식수원으로 내려가는데 100미터 정도가 왜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ㅋㅋ
대피소 근무자님이 바로 유평으로 가지 말고 새재로 가서 포장도로로 가라고 추천해 주시더군요.
그래도 전 정코스 산길로 내려갑니다.
길이 정말 야생 그대로 입니다. 아직도 깊은 산속인데 도대체 얼마가 더 남은건지 모르겠습니다.
초행이라 코스를 모르니 답답합니다.
그렇게 내려가다보니 유평마을 나오네요. 아스팔트를 밟는 순간 이제 다 왔네… 긴장이 풀립니다.
알탕할 곳을 찾으며 내려오다 보니 사람들이 물놀이 하는 것이 보이네요.
저도 계곡으로 내려가 풍덩~~너무 시원하고 좋습니다.
하루종일 수고한 다리를 찬물속에 담그고 있으니 아팠던 발이 쫙~풀리네요.
대원사 입구 화장실에서 새옷으로 싹 갈아입고 완주의 기쁨과 푸듯함으로 주차장에 도착.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니 제가 꼴지였습니다. ㅋㅋ 다들 수고했다며 기분좋게 환영해 주시네요.
제대로된 준비없이 갑자기 떠난 화대종주.. 준비안된 상태에서는 완주가 쉽지않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는 참 힘들더라고요. 페이스 조절은 잘 했는데 몸이 아직 47km 종주를 감당할 수준이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물집도 없고, 다친데도 없고, 딱히 아픈데도 없이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다음 목표는 덕유산 육구종주를 가보고 싶네요~. 누구 같이 갈사람???? 풋유어핸즈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