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IT기업 샤오미가 전기자전거 메이커 쯔싱처(zhixingche)와 합작으로 개발한 전기자전거를 지난 15일 공개했다. 자전거의 이름은 운마 C1(영문명 YunBIKE C1)으로 현지 출시가격 1999위안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전 세계가 놀랐다.
1999위안은 우리 돈으로 약 36만원이 조금 넘는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일반적인 전기자전거 가격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니 가격의 혁명 수준이 아니라 자전거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폭거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12월 15일 공개된 YunBIKE C1
물론 중요한 것은 제품의 품질이다. 36만원이라는 가격이 아까울 정도로 완성도가 낮은 물건이라면 ‘에이 별로네. 역시 중국산’이라는 평가와 함께 사람들의 기억에서 금방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YunBIKE C1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잘 만든 전기자전거라는 점이다. 그리고 기존 전기자전거와는 작동방식도 다르다.
1. 작동 방식
기존의 전기자전거는 바퀴가 굴러가는 것을 감지하거나 혹은 페달을 밟았을 때 토크를 감지해 모터를 작동시키는 센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초창기 전기자전거는 사람이 페달을 밟을 때 모터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힘을 더하느냐가 전기자전거 기술 수준의 척도였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YunBIKE C1의 크랭크나 바퀴에는 별다른 센서가 부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제조사에 의하면 3축 자이로와 3축 가속센서가 들어있고, 바퀴의 움직임에 따라 모터가 작동하는 기존 전기자전거와 달리, 자전거 자체가 움직이는 것을 감지해 모터가 작동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센서는 자전거가 달리는 길의 경사도에 따라 모터의 힘을 가감해준다.
기존 전기자전거가 ‘기계식’이라면 YunBIKE C1은 ‘전자식’ 컨트롤러에 의해 작동한다고 보면 된다. 소프트웨어의 오작동 우려가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신 스마트폰 등과 연동해 주행모드를 바꾸는 등의 기능을 추가하기 쉽다. 게다가 기존과 다른 기술인만큼 개발비용이 들겠지만, 순수한 제품의 원가만을 본다면 구조가 단순해진 만큼 기존 전기자전거보다 훨씬 저렴하다.
주행 모드는 OFF부터 ECO, NORMAL, SPORT, ON까지 총 5가지로 구분된다. 자전거의 움직임을 감지했을 때 모터가 작동해 힘을 더하는 정도를 0%에서 30%, 50%, 70%, 100%로 설정을 변경해주는 것이다. 당연히 작동 모드에 따라 주행거리가 달라지는데, 자전거의 최고속력은 25km/h이며 최대 주행거리는 55km다. 배터리의 용량대비 주행거리를 생각하면 기존의 전기자전거와 비교해 제법 높은 효율을 보여준다. 단, 전기자전거의 실제 성능은 타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 제원만으로 평가하기엔 다소 이르다.
2. 배터리팩
자전거의 무게는 16kg, 36V 180W 배터리가 뒷바퀴의 모터를 움직이는 방식이며 배터리 팩은 삼성의 18650 리튬폴리머 셀과 8가지 안전장치를 내장했다. 배터리와 모터의 스펙만을 보면 기존 전기자전거보다 대단할 것은 없어 보이지만, 둥글납작한 도시락 상자처럼 생긴 배터리팩을 분리해 갖고 다닐 수 있게 한 ‘놀라운 아이디어’에는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다.
기존 전기자전거도 배터리팩을 분리해 집에서 충전할 수 있게 했지만, 샤오미 YunBIKE C1의 배터리팩은 USB 포트를 이용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전자기기를 충전하거나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무게가 제법 나가니 가방에 넣고 다니기는 쉽지 않겠지만, 스마트폰을 20회 이상 충전할 수 있는 강력한 배터리팩은 캠핑에서부터 실외에서 열리는 행사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배터리팩 디자인이 깔끔하고 예쁘다.
3. 뛰어난 완성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 전기자전거 대비 샤오미 YunBIKE C1의 압승이다. 전기자전거는 기본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을 때 전기모터가 작동을 멈추어야 한다. 기존의 전기자전거는 어땠을까? 브레이크 레버에 전기모터의 컨트롤러와 연결되는 전선이 나와있고, 기존의 자전거 부품과는 다른 전기자전거 전용 부품을 써야만 했다.
하지만 YunBIKE C1은 브레이크를 작동할 때 브레이크 케이블의 움직임과 모터의 컨트롤러를 연동하는 방식이다. 기존 전기자전거보다 훨씬 단순하면서 완성도 또한 높다. 게다가 핸들바를 구성하는 ‘스템’과 같은 부품은 자전거와 어울리도록 디자인 된 전용 부품을 사용했고 브레이크 레버와 핸들 그립 또한 스포티한 자전거와 어울리는 것을 사용했다. 이만하면 36만 원 짜리 일반 자전거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라 여겨진다.
프레임은 6061 알루미늄 튜빙으로 만들어졌다. 톱튜브의 높이에 따라 여성용, 남성용 2가지 디자인을 고를 수 있다. 자전거의 앞뒤에는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가 장착되어 있는데, 자전거와 잘 어울리는 심플하고 멋진 디자인이 돋보인다. 이 정도의 전용 액세서리가 장착된 자전거라면 이미 가성비가 좋은 수준을 넘어 세 배 비싼 전기자전거와 비교해도 아쉽지 않을 정도다.
4. + alpha
앞서 자이로와 가속센서를 이용하는 방식이 스마트폰 등과 연동이 쉽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YunBIKE C1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 E 바이크’다. 배터리의 상태와 이동거리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샤오미는 향후 YunBIKE를 타는 다른 라이더의 위치를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하고 함께 라이딩 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라이더와 함께한다면 라이딩의 즐거움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제조사의 영문 홈페이지에서 전기자전거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던 중 문득 ‘Detail makes perfect'라는 문구가 눈가를 스쳐지나갔다. YunBIKE C1에서 ’가성비‘는 그저 껍질에 불과하다. 그동안 출시되었던 전기자전거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단점까지 극복한 놀라운 완성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국내에도 전기자전거를 개발하고 ‘미래에는 스마트 바이크가 대세’라며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하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기존에 나와 있는 자전거를 약간 개선하는 수준으로 YunBIKE C1보다 뛰어난 자전거를 내놓을 수 있을까? 가격 뿐 아니라 이미 기술의 수준에서도 격차는 크게 벌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