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 말소자
지난 2월이었다 (2007년) 끔직이도 괴롭히고 있던 채권자 한 분이 전화를 했다
‘당신 주민등록 말소된 거 알아’ 아니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인가 무슨 소린가하고 알아봤더니 아 진짜였다 졸지에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져 버린 것 이었다 ‘참으로 한심한 인생이로다’ 낙담을 크게 했었고 삼사일 정도 지나서야 겨우 진정이 된 큰 사건이었다
작년 3월, 8년 동안 살았던 아파트에서 무일푼으로 쫒겨 나온 후 남의 아파트에서 2달 버티고 이삿짐센터 짐 보관 및 가족 일시해체 2개월 만에 겨우 겨우 조그만 아파트에 월세로 들어 가면서 주민등록이전을 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나는 전 주소지에 남고 가족들만 주민등록이전을 하였다
집으로 찾아오는 채권자들로부터 가족을 보호하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채권자 중 누군가가 전 주소지로 처 들어 갔다가 집에 없자 말소를 시켜버린 것이었던 것이다
일단 동사무소에 알아 보니 한달 이내는 과태료 2만원이고 경과시는 6만원인가 되었다 과태료도부담이었지만 어디 주소를 옮길 장소가 마땅치가 않았다 그리고 한달 두달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
고통은 즉시 찾아왔다 아들의 학자금 대출이었다 아빠라는게 어쩔수없이 되었다지만 ‘신용불량자’로도 모자라 ‘주민등록말소자’라니 대출 신청을 하고 서류를 준비하고 대출이 이루어지기까지 48시간은 정말 피를 말리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다행히 아빠가 같이 주민등록이 안 되어 있는 경우는 호적등본만 내면 되었는데 아 대출이 무사히 되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에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록 못하는 책임을 뒤집어 쓴 못난 아빠를 모면하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도 신설동역 8번 출구에선가 무슨 일 인지 지나가는 사람을 전부 불심검문하는 데 걸려 의경이 워키토키로 주민번호를 조회했는데 마음이 조마조마 했었지만 무사 통과였다. 어려운 시절 봉급을 못 주었던 직원의 장인이 나서서 노동부 고발에 경찰서 조사 후 검찰에 벌금을 내고 종결 된 사안인데 민사를 걸어서 유채동산 압류를 걸어 놓은 건이 있었다. 몇 번에 걸쳐서 다 갚고 마지막 50만원이 남았을 때 8년 살았던 아파트를 비워주게 되었는데 압류물품을 신고하지 않고 옮겼음을 경찰에 고발하였고 또 다시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이 때가 주민등록 말소 되고 얼마 후였다 조서를 꾸미고 나서 전산조회를 하는 것이었다. 혹시 안 좋은 영향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잠시 마음을 졸였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 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가면서 주민등록말소자의 삶이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를 못 떼고 선거권이 없다는 점 외에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행에 넣을 돈이 없는 것이 문제이지 있던 통장으로의 입출금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서는 그 수많았던 채무변제 우편물로 부터의 격리가 가끔은 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길에서 마주치지만 않으면 집으로 들이 닥칠 위험으로 부터 임시이긴 해도 마음을 조금이나마 놓기도 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